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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권 Oct 21. 2021

혼자가 되고 싶지는 않아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힘들어도 집단 안에서 조화를 이루며, 상호 보완을 해나가며 살아간다. 단체 카카오톡에서 나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게 떨리고 망설여지지만, 그렇다고 쉽지도 않다. 사람과의 관계, 아마 그 안에 있는 사람 모두가 비슷한 생각으로 고민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사랑을 나눌 수도 있고, 불안함에 긴장할 수 도 있다. 무엇보다 그 안에서 생각을 맞추어 볼 수 있다. 때로는 물리적 충돌이 아닌 마음에서 오는 상처를 받을 수도 있으니, 이것이 인간을 성장시키는 원동력자 살아갈 수 있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그런 우리들도 가끔은 혼자 있고 싶을 때가 있다. 하루의 짓눌림에 처진 어깨를 두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은 것이 인간의 또 다른 마음이기도 하다. 그러나 외톨이가 되고 싶지는 않으니, 심리의 변화는 쉽게 관리할 수 없는 게 인간이다. 단체 톡에 오랜만에 회심의 한 마디를 남겼는 데 아마도 호응해주지 않을 때. 나는 내 편이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써왔는데 알고 보니 그 친구는 나에 대해 그냥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걸 또 다른 사람에게서 전해 들을 때. 믿었던 사람이 쉽게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지친 마음이 나를 혼자 있게 만들기도 한다.


아무리 사람에게 치여서, 그리고 인심을 다해도 상처 받는 사람은 나뿐일지라도, 혼자 있고 싶지만 혼자가 되고 싶지는 않다. 잠시 거리를 두고 쉬고 싶을 뿐이지 외톨이가 되고 싶지는 않다. 요즘 유행하는 자발적 외톨이가 아닌 이상, 사실 나는 혼자되는 게 무섭고 두렵다. 그래서 유독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려 오만가지를 들어내지만, 정작 사람들은 나의 부자연스러움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모습에 나는 또 지치기도 한다.


Photo by@paris_shin


그런 머뭇거리는 사람과, 뒤에서 내 얘기를 하는 사람의 존재를 알아가는 나는 이제는 힘에 붙일 정도의 상처를 회복하기 힘들어진다. 가끔 생각해보지만, 아마도 상대방도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고. 그런 거리감은 서로를 더 멀리 떨어트리게 하는데,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사람과의 관계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 부자연스러움 속에서 정작 나와 맞는 사람이 남게 되고 내 상처를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자생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사람아, 혼자 있고 싶다고 해서 혼자가 되지는 말자. 사람에서 받은 상처가 아물지도 않았는데 혼자 남아 상처를 돌보지도 못하는 건 상처 위에 소금을 붙는 것 같은 고통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치유할 수 없다면 자연 회복될 시간을 기다리는 것도 필요하고, 혼자의 힘이 부친다면, 그동안 상처 속에서 얻은 몇 명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만하다. 다만, 새로운 누군가를 찾아 상처를 보듬으려 하지는 말자. 또다시 혼자 있고 싶어 질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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