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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영 May 01. 2017

 연인 나무

나무



오래되고 형형한 나무 앞에서는 

그의 이름을 묻지 않을 일이다.

은행나무인지 느티나무인지 갈참인지 떡갈인지 후박인지...

그런 것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구별은 미미한 자들 사이에나 중요하거나 필요한 일.. 

조그마한 아이들 만나면 그냥 못 지나가듯....

오래오래 산.. 그것도 아주 잘생긴 나무를 보면 그러하다.

꼭 만져본다.

아이들에게 안녕..... 하듯 

아이들 손, 볼 살짝 만지듯,  

아이들 손은 혹은 볼은 얼마나 여리고 보드라운지

오래 산 나무는 돌 같다.

단단하고 여무지다. 

그러면서도 돌의 느낌과는 약간 다른 따스한 무엇....

생명이 주는 미묘한 무엇인가가 분명히 있다.  

보이지 않는 세월을 집약적으로 가장 총체적으로 

가장 훌륭하게 보여주는 것... 

나무다. 

시시한 나이테 이야기는 아니다.

단순히 우리보다 더 긴 세월 이백 년 삼백 년을 살아온 

물리적인 시간 때문만도 아니다,  

세월은 

나무에게 고여 있다.

하루하루가 일 년 이 년이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켜켜이 쌓여있다.

아주 긴 세월을 

겁이나 찰나 같은 그런 바람소리 같은 세월이 아니라.   

가령 세월이 눈(雪)이라는 몸피를 지녔다고 치자.

그리고 그 눈이 어딘가 스며들 곳을 선택할 수 있다고 치자.

당신이

그리고 내가 그 눈이라면 어딜, 무엇을 택하겠는가/

경망스러운 사람 자리에 스며들까,

흐르고 그저 흐르기만 하는 강으로의 낙하.

하면 흐르지 않는다 하여 호수에 내려앉겠는가,

피었다 지는 꽃으로,

선하디 선한 채소에게,

그보다 더 질긴 푸새에게

아니 나라면

아마 당신이라도

우리는 필시 나무를 택할 것이다.

그 품 넓은 존재..... 더욱더 키워갈 수 있는 자리.

변하면서도 도무지 변하지 않는 항상성.

아늑함.... 견고함..... 굳은 의지.....

시간의 더께도 가없이 품을 수 있는 존재 

나무 아니고 어디로  

고대 신화에서 참나무는 제우스 유피테르의 나무였다. 

참나무는 신탁의 뜻을 여사제들에게 전하는 역할도 했었고

어느 시대엔가는 비를 내리는 신이라고도 했다

아주 오랜 고대사회에서는 참나무는 우주 자체였다.

참나무에 기생해 사는 겨우살이는 고대인들에게 

만병통치약이었다. 

어제 오후 일을 보고 난 후... 오후 두 시가 넘었는데

갑자기 고려산 이 가고 싶었다.

진달래.... 바다.... 가

내가 본 유일한 분홍 바다.... 가 거기 여전히 넘실대고 있는지....

강화도 청련사에 다다랐다. 

입구에서.....

가을에만 보았던.. 

그 거대한 나무들이.....

세상에 가지가지 애채에 새순을 달고 서있었다. 

내겐 

제우스의 현현

세월 그 자체

이 세상 가장 아름다운 근육을 지닌 최고의 남성...

그리고

아무리 사랑해도 

다할 수 없는 경외의 대상

내 사랑... 내 연인... 나의 은밀한 자....

내 가장 아름다운 연인들...... 이 거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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