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혁신 상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TNG 상상플래닛 Jan 27. 2022

그린워싱, 친환경의 탈을 쓴 녹색 거짓말

ESG 톺아보기 #4 ESG와 그린워싱


ESG(Environment 환경·Social 사회·Governance 지배구조) 경영이 지속적으로 화제가 되면서 환경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친환경을 넘어 ‘필환경’이라는 말이 사용될 정도로 소비 결정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죠.


이에 발맞춰 많은 기업에서는 친환경 소재 활용, 리사이클(재활용) 제품 생산 등을 통해 ‘ESG’, ‘친환경’ 가치를 내세우고 있는데요. 모든 기업이 친환경을 이야기하다 보니 ‘정말로 친환경이 맞는지’ 의구심을 품는 소비자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ESG 열풍으로 인해 ‘그린워싱’ 역풍이 불기 시작한 것이죠.



우리 눈앞의 ‘친환경’은 진짜일까?


그린워싱(greenwashing)은 'green'과 'white washing(세탁)'의 합성어로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상품이나 서비스가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위장환경주의’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기업이 제품 생산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 문제는 축소하면서, 재활용 등의 일부 과정만 부각해 마치 친환경인 것처럼 포장하는 것이 이에 해당합니다.


우리 눈앞에 보이는 ‘친환경’은 과연 진짜일까?


그린워싱이라는 단어는 미국의 환경운동가 제이 웨스터벨트가 기업의 가짜 친환경 홍보를 비판하며 처음으로 제시했어요. 1983년, 제이 웨스터벨트는 피지섬의 한 호텔에 묵던 중 ‘환경 보호를 위해 수건을 재사용해 달라’는 내용과 녹색 재활용 마크가 찍힌 메모를 발견하게 됩니다. 얼핏 보면 환경 보호를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 호텔 산업은 수건을 세탁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미 다양한 방법으로 자원을 낭비하고 있었고, 호텔로서는 투숙객들이 수건을 재사용하면 세탁 비용이 줄어 경제적으로 이익을 보는 일이었던 것이죠.


이후 제이 웨스터벨트는 호텔이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실질적인 일을 하지 않으면서 환경 보호에 기여하는 것처럼 꾸미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고, 이때 ‘녹색으로 이미지를 세탁한다’는 뜻의 ‘그린워싱’이란 단어를 처음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오래전부터 그린워싱 문제가 지적되었음에도, 여전히 그린워싱은 난무하며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린워싱이 계속되는 이유


지난 2009년, 캐나다의 글로벌 친환경 컨설팅 기업인 ‘테라초이스(Terra Choice)’는 <그린워싱이 저지르는 7가지 죄악들 The Seven Sins of Greenwashing>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2007년과 2009년 두 차례에 걸쳐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시장을 대상으로 총 4,705개 상품군 10,419개 상품에 대해 환경성 조사를 진행했는데 2007년 98%, 2009년 95%의 상품이 적어도 하나 이상의 그린워싱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해요. 테라초이스는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그린워싱을 총 7가지로 유형화했는데, 이는 현재까지도 그린워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인용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많은 기업이 그린워싱을 하는 것일까요? 그만큼 이제는 ‘친환경’이라는 요소가 소비자의 구매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에요. 실제로 주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를 대상으로 진행한 ‘2021 MZ세대 친환경 실천 및 소비 트렌드(대학내일)’에 따르면, 응답자 중 71%가 ‘제품 구매 시 가격과 조건이 같다면 친환경 활동 기업을 고를 의향이 있다’고 답했을 만큼, 구매 의사 결정의 절대적인 기준은 아닐지라도 다른 여건이 동일할 경우 최후 의사 결정을 이끄는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친환경 관련 소비 시장의 빠른 성장도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요. 2001년만 해도 1조 5000억 원 규모였던 친환경 관련 소비 시장이 2010년 16조, 2020년에는 30조 원에 이를 만큼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환경에 대한 관심과 우려를 소비로 표현하는 ‘그린슈머(greensumer)’가 늘면서 기업에서도 제품의 생산과 판매에 있어서 친환경적 요소를 고려하게 됐고, 최근에는 투자자들이 기업 경영에 있어 ESG를 강조함에 따라 이를 충족하기 위한 그린워싱도 함께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린워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


그린워싱이 계속되는 가장 큰 문제점은 소비자가 ‘그린워싱’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는 정보가 한정적이라는 점이에요. 또한, 아직 국내에는 신뢰성 있는 ESG 평가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문제일 텐데요. 실제로 EU를 비롯한 많은 국가와 정부, 기관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어요.


EU는 '그린 택소노미(Green Taxonomy)’를 만들고, 2023년부터 의무 적용할 예정이에요.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 활동의 범위를 정하는 것으로, 어떤 산업 분야가 친환경 산업인지를 분류하는 녹색 산업 분류체계로, 녹색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산업 여부를 판별하는 기준으로 활용된다고 해요. 



또한, EU는 이미 의무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비재무정보공개지침(NFRD, Non-Financial Reporting Directive)’을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 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 Directive)’으로 개정하여 더욱 강화할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기업의 보고 내용은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 목표와 진전, 경영진의 역할, 정책, 실사 과정, 부정적 영향 및 방지책, 주요 위험, 공시에 적합한 지표 등 지속가능성과 관련한 항목으로 구성되어 더욱 투명한 ESG 정보 공시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외에도 금융회사가 투자 상품과 관련한 지속 가능성 정보의 공시를 의무화하도록 하는 ‘지속 가능 금융 공시 규정(SFDR, Sustainable Finance Disclosure Regulation)’이 EU를 통해 시행되고,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에서 사업을 하고, 연간 총수익 10억 달러 이상 수익을 올린 기업에 모든 온실가스 배출량 공개와 이러한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과학 기반 목표를 설정하도록 요구하는 주 단위의 ‘기후 기업 책임법(CCAA, Climate Corporate Accountability Act)’을 시행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상품 또는 기업을 선택하는 최종소비자의 인식일 텐데요. 다양한 매체를 통해 그린워싱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교육 방안을 마련하는 등 소비자의 인식을 확장해 나갈 필요가 있을 겁니다.






ESG 열풍으로 인해 어느 때보다도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요즘, 많은 이들에게 균등한 정보가 제공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길 바라봅니다. 상상플래닛에서도 올해 더 다양한 협업을 통해 친환경 가치를 지향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가치를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SG 톺아보기> 시리즈 정주행 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