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를 바라보는 시선 01: 식상한 배터리 논쟁
연재 중인 '모빌리티를 바라보는 시선' 시리즈의 첫 번째 글입니다.
1편: 전기 자동차와 스마트폰의 평행이론 (현재 글)
2편: 전기 자동차? 아니 스마트 자동차 >
3편: 땅 밑으로 가는 자동차? 하늘을 나는 드론? >
4편: 뉴욕에서 상하이까지 40분 >
전기의 대중화를 이끌었던 토머스 에디슨의 전설적 라이벌의 이름에서 따온 전기차 회사 테슬라는 기존 내연기관 중심 자동차 생태계를 재편하는 파괴자(Disruptor) 역할을 하고 있다. 전 세계 가장 큰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 이미 벤츠의 판매량을 넘어선 지 오래고, 기존의 모든 메이저 자동차 회사들이 경쟁적으로 테슬라를 따라잡기 위해 자사 모델들을 전기차 모델로 바꿔 출시하기에 여념이 없다. BMW의 Mini나 폭스바겐의 Golf 등 자사의 메이저 라인업도 전기차 시장 참전시키며 경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새로운 전기 차량의 공개마다 언론이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주행 성능이나 디자인보단 대부분 배터리 성능에 주목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출시된 여러 경쟁 모델들의 마일리지를 비교 분석하는 기사가 넘쳐난다. 이는 일상생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이동수단이 연료 부족으로 겪을 수 있는 리스크를 사람들이 얼마나 우려하는지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배터리에 대한 우려는 어딘지 모르게 익숙하다.
배터리 용량과 성능 그리고 재충전에 관해 스마트폰과 전기 자동차는 놀랄 만큼 닮아있다.
아이폰이 처음 출시되었을 때 많은 사람은 아이폰은 이쁘지만, 배터리 용량이 너무 적아서, 채 하루도 사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사실이기도 했다. 여러 경쟁사들은 '우리 핸드폰은 2-3일을 써도 될 만큼 배터리가 충분하다.’며 이점을 공략해 마케팅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배터리 문제는 사실 초창기 모델을 제외하고는 크게 지적되지 않는 항목이 되었다. 왜일까?
첫째로, 배터리 자체의 용량과 성능이 발전하면서 근본적인 문제가 많이 해소되기도 했다. 어떠한 소프트웨어 혹은 앱을 구동하는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장시간 게임이나 비디오를 시청하지 않는 한 며칠씩 사용하는데 지장을 주는 핸드폰은 없다.
둘째로, 배터리 소진 시 충전할 수 있는 인프라 스트럭쳐가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빠르게 갖춰졌다. 한국의 경우만 해도 스마트폰 보급률이 95%에 이른다고 한다. 늘어난 보급률만큼 충전기기 보급 또한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뿐만 아니라 많은 공공장소와 업체에서 공짜 충전과 공짜 인터넷 등으로 호객행위를 한 지 오래되었다.
셋째로, 스마트폰의 사용 가치가 충전을 위한 불편함을 상위한다. 스마트폰을 사용함으로써 누릴 수 있는 기능과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의 활용은 충전을 위해 감내해야 하는 불편보다 더 크게 우리 생활 속에 자리 잡았다. 스마트폰을 통해 손 안에서 금융 관련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영상을 시청하는 등의 사용 패턴들은 스마트폰을 습관적으로 충전해야 할 이유를 충분히 제공해 준다.
전기차의 경우를 한번 들여다보자.
우선 테슬라의 장거리(롱 레인지) 옵션의 경우, 완전 충전 시 300마일(약 480킬로미터) 정도 주행 가능하다. 서울과 부산의 거리가 325킬로미터인 것을 보면 한 번에 왕복은 어렵지만, 편도는 한 번에 가고도 남는 거리이다. 테슬라의 슈퍼차저를 사용해 충전할 경우 왕복 여행 중 30~40분 정도만 충전에 소요하면 어렵지 않게 서울 - 부산 구간을 왕복할 수 있다.
둘째로, 전기차 소유자들의 대부분은 간이 충전소보다는 자택에서 충전해서 다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충전하며 잠자리에 들듯이, 일과를 마치고 자택에서 차를 충전한다. 개인적 경험 상으로(테슬라 모델 3) 장거리 운행을 하지 않는 한 굳이 매일 충전하지 않아도, 약 4, 5일 정도는 부담 없이 다닐 수 있다. 한국의 경우 간이 충전소가 아직은 충분한 수준은 아니지만(물론 전기차량의 수도 아직 적은 편이다.) 충전 인프라는 날이 갈수록 증가할 전망이다.
미국의 경우 2019년 7월 기준으로 20,000개가 넘는 전기 충전소가 설립되어있고(출처 링크), 충전기 수는 68,800여 대에 이른다. 이 수는 매년 폭발적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새롭게 설치되는 대부분의 충전기는 0%부터 100%까지 대략 한 시간 이내로 충전하게 해주는 급속 충전기인 만큼, 이동 중 간이 충전의 부담을 대폭 감소시켜 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기 자동차의 ‘사용성'이 충전의 불편에 비해 더 큰 가치를 지닌다. 전기차는 무엇보다도 내연기관 차에 비해 퍼포먼스가 압도적이다. 차가 내는 힘을 효과적으로 바퀴와 지면에 전달이 가능해 가속과 컨트롤 면에서 우수하다는 평이다. 미국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MPG(1 갤론의 가솔린으로 주행 가능한 마일)를 전기차용으로 환산한 MPGE(전기차용 1갤런당 주행거리 환산 기준)를 기준으로 보면 현대의 아이오닉이 1갤런에 무려 136마일을 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내연기관 차량이 평균적으로 1갤런에 30-40 마일 정도를 기록하는 것과 비교하면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도 현격한 차이가 난다. 탄소 배출 걱정도 상대적으로 없는 만큼 전기차를 사용하면서 얻을 수 있는 공익적 가치도 있다.
하지만 이처럼 전기차가 지닌 하드웨어적 장점은 절반의 가치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진정한 전기차의 가치는 그것의 ‘스마트’함에서 오기 때문이다.
글쓴이 '쌩스터' 소개
'디자이너의 생각법;시프트'라는 책을 출간했습니다.
현재는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클라우드 + 인공지능(Cloud + AI) 부서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고 있고, 얼마 전까지는 뉴욕의 딜로이트 디지털(Deloitte Digital)에서 디자인과 디지털 컨설팅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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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의 생각법; 시프트' 책 링크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965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