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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상원 Sangwon Suh Jan 26. 2017

사실은 무시한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광장에 모인 사람 수와 '대체 사실 (alternative facts)'

박근혜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이나 한 듯이 광장에 모인 사람 수를 언급했지요?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은 내셔널 몰(National Mall) 이라는 광장에서 치뤄지는데요,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은 누가 봐도 적은 관중이 참관한 자신의 취임식과 대성황을 이룬 2009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취임식 때의 사진을 비교한 방송을 거세게 비난하면서 언론이 자신의 취임식 참관 인원을 축소, 왜곡 보도하고 있다고 주장했지요. 그러자 그의 백악관 공보비서관 션 스파이서는 오히려 한 술 더 떠 이렇게 말했습니다:   

(트럼프의 취임식을 참관한) 관중이 이제까지 취임식 중 가장 많았다. This was the largest audience to ever witness an inauguration, period.


왼쪽이 2009년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 오른쪽이 2017년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그런가 하면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정규재 TV와의 인터뷰에서 보수단체의 맞불 집회에 대해 이렇게 말했더군요:

그러니까 지금, 이제... 그... 촛불시위의 두 배도 넘는 정도로... 그 정말, 열성을 갖고 많은 분들이 참여하신다고 이제... 듣고 있는데 [...]

그 와중에 신조어가 탄생했습니다. 사실을 완전히 무시한 백악관 공보 비서관의 발언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자 트럼프 대통령의 고문 캘리앤 콘웨이가 이를 진화한답시고 이렇게 말한 것이죠:  

척, 오버 좀 하지 마. 너는 거짓말이라고 얘기하는데, 우리 공보 비서관 션 스파이서는 대체 사실을 얘기한 거야. Don't be so overly dramatic about it, Chuck. You're saying it's a falsehood, and […] our press secretary, Sean Spicer, gave alternative facts to that."

그 신조어는 무려... '대체 사실'입니다.


대체 사실이 대체 뭘까요? 사실은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다, 객관적인 사실 말고 또 다른 사실이 존재한다, 그런 얘기지요.  


뭐 굳이 예를 들자면 이런 식입니다. 여기 구슬이 한 개 있습니다. 이것은 사실이지요.

그러나 대체 사실의 세계에서는 구슬이 하나가 아니라 둘도 되고 셋도 됩니다. 신기한 대체 사실의 세계지요. 이런 대체 사실의 정체는 정말 뭘까요? 글쎄요, 이름은 그럴 듯한데 정말 그런 게 있기나 한 것인가요?


'대체 사실'은 진실을 왜곡하고 대중을 호도하는 '거짓말'의 다른 이름일 뿐입니다. 객관적인 사실은 단 하나이며 어떤 경우에도 대체할 수 없습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더라도 하늘이 거기에 있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는 것이지요. 영국의 작가이자 철학자인 알도우스 헉슬리의 말처럼 말입니다.

사실은 무시한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Facts do not cease to exist because they are ignored.
Aldous Huxley (1894-1963) source: Wiki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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