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얼마라고?
한 달 살기를 말레이시아에서 처음 해보고 돌아온 지연 씨는 돌아오면서 다음부터는 절대 한 달 살기를 떠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지만, 몇 개월의 시간이 흐르자 그때 했던 다짐이 조금은 무뎌졌다.
게다가, 주위의 많은 사람이 이번엔 어느 나라로 가는지 궁금해했다. 사람들은 지연 씨에게 어느 나라로 가는 게 좋을지 추천을 해주기도 했고, 마치 자기들이 떠나기라도 하는 것처럼 흥분해 들뜨기도 했다.
지연 씨는 남편에게 말레이시아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남편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스스로도 조금 무뎌지기도 했고, 남편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기도 했고, 주위 사람들의 기대도 있었기에 지연 씨는 이번에도 또 아이들과 함께 한 달 살기를 하러 떠나기로 했다.
“필리핀.”
“뭐?! 필리핀? 야! 완전 부럽다!!”
주위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부럽다. 좋겠다. 남편의 능력과 재력에 대한 칭찬까지. 저번엔 누군가 물어봤다.
“그런데, 지연아.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 저기.. 남편 연봉이 얼마나 되는 거니? 너 얼마 전에 산 샤넬백도 그렇고, 아이들하고 한 달 살기 하러 외국에 가는 것도 그렇고, 차도 외제차 타고 다니고... 그 정도면 일반 직장인들 일 년 연봉으로도 안 될 건데, 너희 신랑은 웬만한 중소기업 사장보다 더 버는 거 아니야? 연봉이 몇억은 되겠는데??”
남편의 수입은 연봉 1억이 채 되지가 않았다. 4대 보험과 근로소득세, 지방세 등을 제외한 한 달 실 수령액은 6백만 원이 조금 안 되는 금액.
남편의 월급으로는 가족들 보험료를 내고, 아이들 학원비와 아파트 관리비 등 생활비로 사용하고 나면 남는 돈은 전혀 없었다.
남편은 보험을 적금처럼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보험을 많이 넣고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어쨌든 저축은 전혀 하지 않고 있었다.
지연 씨도 혼자 생각해 봤었다. 샤넬백이 1,400만 원, 한 달 살기 위한 해외 거주비용과 현지 영어 선생님 비용, 비행기 티켓 등을 모두 합하면 대략 1.000만 원 정도. 이것만 해도 한 달에 여윳돈을 전혀 모으지 못하고 있는 남편이 어디서 돈이 났는지 궁금했다. 그런데 거기다 일 년에 2번의 해외여행까지.
지연 씨가 남편에게 물어보면, 남편은 모아놓은 돈이 조금 있었다고만 말을 했다.
혹시 나 몰래 어디 돈 들어오는 곳이 있는 건 아닌가? 하고 궁금할 때도 있었는데, 그러면 어떠랴! 명품 백을 걸치고, 외제차를 몰고 다니며, 아무런 돈 걱정 없이 잘살고 있는데.
그렇게 떠난 필리핀에서의 생활은 말레이시아 때와 비슷했다.
기후도 비슷했고, 분위기도 비슷했고, 맥주를 즐기기에 딱 좋은 것도 비슷했다.
특히 필리핀 사람들은 자국의 맥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산미구엘.
귀여운 병에 들어있는 이 맥주를 유리잔에 부어 얼음을 넣어서 마셨는데, 그들의 맥주에 대한 자부심에 장단이라도 맞추듯 지연 씨는 금세 필리핀의 맥주에 푹 빠져버리고 말았다.
지난번 말레이시아 때와 비슷한 일상이 늘 반복되었고, 아이들과 함께 한 달 살기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한 달을 살고 돌아온 지연 씨의 상태는 더욱 심각해져 있었다.
낮에도 마시고, 저녁에도 마시고, 한 달 내내 술을 마시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한 달 살기를 하러 온 다른 한국 사람들과도 어울렸다.
그런데, 그렇게 풍요롭고, 여유로운 생활을 하면서도 이상하게 마음은 점점 더 불안해지고, 당장 무슨 일이 터질 것만 같은 공포가 시시때때로 엄습해 왔다.
주로 새벽에 술이 깰 때쯤 그런 공포가 밀려왔기에, 새벽에 눈을 뜨면 냉장고를 열어 다시 맥주를 마셨다.
그렇게 맥주를 몇 모금 마시고 나면 조금은 마음이 가라앉았고, 차츰 안정되었다.
지연 씨는 필리핀에 다녀오고 나서 자신의 이런 상태에 대해 다시 한번 심각하게 남편에게 말했다.
하지만 남편은 이번에도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한 달 살기를 하고 온 사람의 짧은 부작용 정도로만 치부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필리핀이나 말레이시아에서처럼 술을 많이 마시는 것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지연 씨가 술을 마시는 횟수와 시간이 예전보다 늘어나긴 했다.
지연 씨의 남편 지훈 씨에게는 홀로 지내시는 어머니가 계셨다.
새벽시장에서 야채를 판매하는 일을 하셨는데, 작은집에서 홀로 단출하게 지내셨다. 그런데, 지연 씨와 아이들이 필리핀에서 한 달 살기를 하고 있을 때,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지셨다.
주위 분들의 도움으로 다행히 골든타임 이내에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지만, 당분간은 병원에 입원해야만 했다.
남편도 지연 씨와 아이들이 머무는 필리핀에 잠시 들리려고 했었지만, 어머니가 입원하셔서, 올 수가 없었다.
“실비 보험 하나 안 넣고 뭐 했어??!!”
한국으로 돌아온 직후, 지연 씨가 남편으로부터 어머니가 들어놓은 보험이 하나도 없다는 말을 듣자마자 뱉은 말이다.
시어머니가 입원한 병원 로비에서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지연 씨는 가족 생활비의 많은 부분이 지금 병원에 입원하신 시어머니의 주머니에서 나왔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렇다고 지연 씨 가족의 생활이 달라진 것은 없었다.
시어머니로부터 돈이 들어오지 않더라도, 지금까지 해오던 생활은 유지해야 했으니까. 남들 보는 눈이 있으니까.
지연 씨는 생활을 유지하는 돈을 남편이 어디에서 구해오는지 궁금해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은 자신의 정신건강 하나 건사하기에도 벅찬데, 돈 문제까지 신경 쓰고 싶지는 않았다.
남편이 평소보다 기운이 많이 꺾여 지쳐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자신에게 돈 이야기를 꺼내지는 않았다. 다행이었다.
가끔은 남편의 축 처진 모습이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어차피 돈을 벌어오는 것이 가장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가족들 하나 건사하지 못하면? 그건 가장이 아니다! 그럼 결혼을 안 했어야지!'
시어머니는 종합병원에서 보름 정도 입원하며 치료를 받고 나서 요양병원으로 옮겼다.
집에 혼자 계시다가 혹시 또 무슨 일이 생길까 걱정이 되어 남편이 요양병원으로 모시고 가서 입원을 시켰다.
요양병원에서는 개인별로 간병인 한 명을 두기엔 너무 비용부담이 되기 때문에 네 명, 여섯 명, 열 명 단위로 간병인을 한 명을 둘 수 있는 병실이 있었는데, 지연 씨의 시어머니는 가장 저렴한 열 명이 머무는 병실에 입원했다.
간병인이 있다고 지연 씨가 요양병원에 전혀 가보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가끔은 시어머니가 좋아하실만한 음식을 사서 요양병원에 들르기도 했다. 오래 머무르진 않았지만.
아이들은 요양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평일에는 아이들이 학교에 가야 했고, 학원도 다녀와야 해서 시간이 없었고, 주말에는 아이들과 함께 나들이하러 다녀와야 했기 때문이었다. 귀한 주말 시간을 병원에 가느라 허비할 순 없었다.
지연 씨 부부에게는 딸이 둘 있었는데, 둘 다 초등학생이었다.
요즘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치아 관리를 했기 때문에, 딸들이 어릴 때, 지역에서 가장 비싸기로 소문이 났지만, 가장 치아 관리를 잘한다고 소문난 치과에 등록했다.
“아픈 데도 없는데 왜 등록을 해?”
처음 아이들을 치과에 등록하고, 남편이 물었을 때, 지연 씨는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요즘에 누가 아파야 치과에 가니?!! 그전부터 예방하고 관리를 꾸준히 받아야 치아가 상하지도 않고, 제대로 자라지!!”
“...”
지연 씨의 몇 마디 호통에, 남편은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았다. 하긴, 다른 것도 아니고, 아이들 치아를 관리하겠다는데,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그렇게 치과를 다니며 예방치료를 한다고 했지만, 아이들 이에는 충치가 생겼고, 그래서 충치 치료를 해야만 했다.
“이게 무슨 예방치료야? 이상 없는데도 계속 치과에 오며 가며 치과에 돈만 계속 내고, 그렇게 해도 충치는 또 생기고. 아이들 충치가 생긴다고 그냥 치료해 주는 것도 아니고, 돈은 돈대로 다 받으면서 자기네들 치과에서 치료하게 만드는 속셈이구만.”
남편의 말에 지연 씨가 이번에도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의사 선생님 말씀이, 아이들이 칫솔질을 제대로 안 해서 그렇다고 하잖아! 칫솔질을!! 그래서 오늘 의사 선생님한테 야단맞고 왔는데, 그게 할 소리니?!”
“아니, 당신이 왜 야단맞고 오는 데?”
“아이들이 칫솔질을 잘못한 잘못! 그게 아이들 잘못이기도 하고, 부모인 우리들 잘못이기도 하니까!”
“뭐?! 그럼 도대체 예방치료를 하는 치과의 잘못은 뭔데?!”
“없지! 치과가 무슨 잘못이 있어? 다 우리 잘못이지!! 그러니까 당신 앞으론 애들 칫솔질할 때 옆에서 제대로 봐줘! 대충대충 하지 말고!!”
남편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어릴 때부터 예방(?) 치료라는 프로그램을 끊어, 예방치료임에도 불구하고 시시때때로 생긴 충치를 치료하면서 지금은 큰 애가 초등학교 6학년이 되었다.
일요일 아이들과 함께 근처 유원지에 다녀오는 길에 지연 씨가 남편에게 말했다.
“이번에 연희 예방치료 하러 치과에 다녀왔잖아.”
연희는 첫째 딸이었다.
“응.”
남편은 운전을 하면서 대답했다.
“그런데, 연희 덧니가 양쪽으로 튀어나와서, 그거 교정해야 한데.”
남편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순간 지연 씨는 기분이 확 나빠졌다.
“아니, 지금 뭐야? 당신 지금 왜 한숨 쉬는 건데? 내가 뭐 기분 나쁜 말 했어?!”
남편의 얼굴에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 예방치료라는 거 그거 좀 안 하면 안 돼? 무슨 예방치료를 한다는 핑계로 계속 이것저것 치료해야 한다고 하고, 그때마다 돈은 계속 들어가고 말이야. 충치는 충치대로 다 생겨서 그것대로 또 치료하는데 돈 들어가고. 아니 막말로 예방치료를 한다고 해놓고서 예방을 못 했으면 자기네들이 그냥 다 치료해줘야 하는 것 아니야? 얼마 전에도 뭐, 물어보지도 않고 스케일링합니다~ 해서 해주는 건 줄 알았다가, 병원에서 나가는데 스케일링비용 8만 원 달라고 해서 또 내고. 이게 무슨 예방치룐데? 그냥 자기네들 병원에 계속 오게 만들어서 돈 뜯어내는 것밖에 더 돼?”
“참, 나. 당신은 그래서 그게 문제야. 쥐꼬리만 한 돈 아끼려다가 일 더 키우는 거! 당신은 아파도 병원에 잘 안 가다가 나중에 엄청나게 고생하고 나서 병원에 가잖아! 애들도 그럼 치과 가지 말고 병 더 키워서 큰 수술 할까? 충치가 생긴 건 애들이 칫솔질을 못 해서 그런 거라고 몇 번을 말해!! 애들 잘못이고, 우리가 잘못 봐준 잘못이라고!!”
지연 씨의 말에 운전을 하는 남편의 언성도 조금 올라갔다.
“세상에 칫솔질을 잘하는 애들이 어디 있어?! 그걸 왜 아이들 핑계를 대는 건데? 우리가 잘 못 봐준 건 그래, 인정한다고 치자! 그럼 모든 부모가 애들 칫솔질하는 걸 잘 봐준다면 예방치료가 왜 필요한 건데? 그냥 유튜브에서 아이들 칫솔질하는 법 같은 걸 보면 되는 거지. 왜 비싼 돈 주고 가서 예방치료 프로그램을 끊어서 서비스를 받는 사람들한테, 본인들 잘못은 쏙 빼놓고, 아이들이 잘못해서 그렇다. 부모들이 잘못해서 그렇다는 핑계만 대는 건데?!”
“아, 몰라! 그렇게 잘 따지시면 당신이 병원에 가서 따지시던가!! 왜 나한테 그래? 이번에 덧니 치료 만약 안 하고 나중에 커서 치료하려면 양악수술을 해야 할지도 모른데! 양악수술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지?”
지연 씨의 말에 남편은 입술을 꾹 깨물면서 물었다.
“덧니 치료를 안 한다고 양악수술까지 해야 한다고? 그건 너무 억지 아니냐?!”
“어릴 때는 교정으로 이를 뽑지 않고 치료할 수 있지만, 나중에 크면 생니를 뽑아야 하고, 더 심한 경우에는 양악수술까지 해야 한다고 하더라! 당신은 연희가 커서 잘못되면 죽을지도 모르는 양악수술가지 해야 한다고 생각해?! 그냥 지금 교정해 버리면 아무것도 아닌데?! 정말 그런 거야?!”
지연 씨가 아주 심각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남편은 인상을 확 구기며 뭔가를 말하려다가 차 뒷좌석에 앉아 있는 아이들의 얼굴을 보고선 손으로 핸들을 탕 한번 치고는 입을 다물었다.
남편이 입을 꾹 다물고 운전하자, 지연 씨도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다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
돈이 들어가야 하는 일이었기에,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빨리 결정을 하고, 병원에 말을 해줘야 했다. 그리고 카드를 긁어야 했다. 얼른 남편에게 말을 해야지.
“요즘 다들 교정 많이 하는 거 당신도 봤잖아. 교정 좀 하는 걸 가지고 뭘 그리 심각해?”
지연 씨의 남편은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찬찬히 말했다.
“후우...... 여보. 나도 연희 덧니가 신경 쓰이긴 하지만 지금 어머니도 병원에 입원해 계시고, 우리 형편에 그리 쉽게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닌데, 덧니가 건강을 해치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보기 좀 싫은 거라면 지금은 참고, 나중에 커서 치료를 해도 되는 거잖아.”
“나중에 양악을 해야 할 수도 있다니까? 양악수술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지?”
“그러니까 여보. 우리 연희가 그렇게까지 운이 나쁠 수 있냐고. 덧니 때문에 양악을 해야 할 정도로.”
“그건 모르지. 그렇게 드문 케이스 중에 하필이면 연희가 포함될 수도 있으니까.”
“...”
“당신 정말 왜 이래? 주위에 치아교정 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한데. 연희한테 그 정도도 못해 줘?”
지연 씨의 말에 남편은 손사래를 쳤다.
“아, 됐다. 됐어..... 그래서.... 얼마나 들어간다는데?”
남편의 말에 지연 씨가 씩 웃었다. 이렇게 가격을 물어본다는 것은 결국 해준다는 의미였다. 하긴, 남편은 가끔 지연 씨와 툭탁거리면서도 결국엔 지연 씨가 원하는 것은 모두 다 해줬었다.
“보통은 메탈로 많이 한다는데, 당신 그거 봤지? 사람들 이에 막 철 구조물 같은 거 하고 다니는 거. 진짜 보기 싫은 거 있잖아. 밥 먹을 때 막 음식 찌꺼기 끼고 그러는 거.”
“본 적은 있지. 근데? 교정은 원래 그렇게 하는 거 아니야?”
“아이 참. 이래서 정보가 중요하다는 거야. 그건 옛날 방식이지~ 메탈로 하는 거는 딱 고정을 시켜서 나중에 빼기 전까지는 계속 끼우고 다녀야 하잖아. 밥 먹을 때도 엄청 불편하고. 연희가 그런 혐오스러운 걸 하고 다닌다고 생각해 봐. 지금 초등학교 6학년이면 한창 예민할 나이인데, 학교 가서 친구들이 놀리고 그러면 어쩌려고.”
“그럼 요즘엔 뭐 어떻게 하는데?”
“요즘엔 인비절이라고, 말 그대로 투명하게 만들어서 보이지 않는 투명 교정기를 사용해.”
“.... 인.... 비.. 절?”
“응. 그리고 틀니처럼 치아에 끼웠다가 뺐다가 할 수도 있거든. 틀니는 음식을 먹을 때 끼우지만, 이건 음식 먹을 땐 빼놓으면 돼. 그래서 음식 찌꺼기가 이에 낄 염려도 없고.”
“그렇게 뺐다가 끼웠다가 하는데도 교정이 된다고?”
“그래. 애들 가는 치과가 정보도 빠르고, 잘하는 곳이라서 가능한 거야. 다른 치과였어 봐. 어림도 없지.”
지연 씨는 평소 아이들이 가는 치과에 불만이 가득한 남편에게 자랑을 하며 말했다.
“그래서?”
남편의 말투는 여전히 퉁명스러웠다.
“뭐가 그래서?”
“그래서 얼마냐고.”
“아, 그게 보통 교정비용이 메탈로 하는 경우에는 삼백 정도 드는.........”
“뭐?! 삼백?!!”
지연 씨의 남편이 놀라며 소리를 빽 질렀다.
“아니지. 내가 조금 전에 말했잖아. 그건 메탈로 하는 경우라고. 그걸로 하면 연희가 학교에서 놀림받는다니까? 당신은 그랬으면 좋겠어??”
“누가 그랬으면 좋겠대?”
“그래. 당신도 연희가 놀림받는 건 싫잖아. 메탈로 하는 건 보기에도 흉물스럽고.... 아까 말했던 인비절로 하면 육백 정돈데........”
“뭐, 뭐어!! 육백?!!”
“아니. 원래는 육백만 원이 넘는데, 우린 예방치료를 하고 있는 우수 고객들이니까 할인해서 오백구십만 원 정도면 된데.”
“우...... 하... 참...”
기막혀하는 남편의 반응에 지연 씨 역시 기분이 좋지 않았다.
“당신 정말 왜 이래? 외국에 한 달 살기 하는 것도 척척 보내주면서, 이런 명품 가방도 사주면서, 애 교정하는 게 얼마나 든다고?”
지연 씨가 남편이 사준 명품 가방을 흔들면서 따져 물었다.
“아니... 그건 그래도 어머니가 멀쩡하실 때 말이고....”
“뭐? 그럼 넌 너네 엄마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니? 참 못낫다! 못나..... 애도 아니고, 다 큰 어른이. 한 집안의 가장이 되가지고...... 만날 어머니, 어머니....”
남편은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내 월급이 정해져 있는데.. 그 돈을 어떻게 내라고...”
“한꺼번에 내기가 힘들면 카드 할부로 하면 되지 무슨 걱정이야?”
지연 씨 남편은 카드 할부가 만능이고, 그렇게 결제한 카드 대금은 어떻게 납부가 되는지를 전혀 모르며, 관심도 없는 아내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봤다가 입을 꾹 다물고 그냥 운전에만 집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