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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건우 Aug 26. 2024

2층 공방으로 오실래요?

시간을 달리는 공방

홍사장은 대구탕 가게에서 점심을 먹고 나서 가게 2층으로 올라갔다.     


“2층 공방으로 오실래요?”     


지난번 남자 사장이 자신에게 했던 말이다. 그땐 무시, 아니 개무시를 했다.    

  

“저희 공방은 시간을 만들어 드리거든요.”     


 이런 말을 듣고 도저히 무시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시간을 만들어 드린다니? 도대체가 말이 되냔 말이다!! 


안 그래도 일 때문에 바쁜 시간 쪼개서 혼자 밥을 먹는 사람에게 이런 시답잖은 농담이나 하는 사람의 말을 듣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그 당시에는.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늘 바쁘고, 시간이 없었던 홍사장이 시한부 선고를 받고 나자 시간이 생겼다. 


그렇다고 아주 많은 시간이 생긴 건 아니지만, 밥 한 그릇을 누구에게도, 어떤 일에도 쫓기지 않고 편안하게 먹을 수 있게 되었으며, 그동안 무심히 지나치던 가게 앞에 놓인 꽃에서도 향기를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여유까지도 생겼다. 


그리고 헛소리로 치부해버리고 말았던 사람에게 속아줄 만큼의 약간의 여유까지도. 

    

 건물 한쪽으로 난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니 테라스가 나왔고, 그 뒤로 산이 우뚝 솟아 있었는데, 푸른 나무들이 빽빽하게 자라 숲을 이룬 경치가 상당히 보기 좋았다. 


    

2층 입구에는 나무 현판이 걸려 있었는데,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시간을 달리는 공방  

   

시간을 달린다? 뭔가 특이하면서도 약간은 비현실적인 그런 기분이 들었다.  

    

끼이이익. 

    

소리가 나는 낡은 나무문을 열고 들어가니 나무 바닥으로 된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곳곳에 작업할 때 사용할 것 같은 합판과 나무가 서 있었고, 이름 모를 기계들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한쪽에는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었고, 그곳에 화이트보드와 공구들이 널려 있었다.  

    

 홍사장이 공방을 천천히 둘러보고 있는데, 대구탕 가게 남자 사장이 공방으로 들어왔다.

     

“먼지가 많죠?”  

   

 아닌 게 아니라, 나무분진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어서 움직일 때마다 먼지가 폴폴 날렸다. 

    

“집진기를 돌리면서 작업을 하는데도 목분진이 많이 나와서 어쩔 수가 없네요. 문 좀 열어놓을게요.” 

    

남자 사장은 공방 곳곳에 있는 창문들을 돌아다니며 하나씩 열었다.     


홍사장은 창문을 다 열 때까지 그것을 지켜보다가 물었다.  

   

“저기 사장니......아니, 여기서는 내가 뭐라고 불러야.....”     


 홍사장은 대구탕 가게 남자 사장을 부르려다가, 공방에서 사장님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상하다 싶었다.  

   

“아, 보통은 선생님이라고 하는데, 그냥 편하신 대로 부르세요.”     


“성이 어떻게....?” 

    

“하하. 그냥 선생이라고 부르셔도 되는데.... 허 선생이라 불러주세요.”    

 

“그럼 그렇게 부르겠소. 허 선생.”     


“예. 그렇게 하세요. 저기 앉으시면 됩니다.”     


허 선생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래. 그럼 여기서 내가 뭘 하면 되는 거요?”   

  

홍사장이 허 선생에게 물었다.     


“공방이니까, 공방에서 할 수 있는 걸 하는 거죠.”     


“그게 뭐요?”     


“음..... 뭐, 보통은 원데이클래스로 나무 도마 만들기? 이런 것들을 많이들 하세요.”  


   

“뭐요?!”     


홍사장이 황당한 표정으로 허 선생을 쳐다봤다.     


“아니, 시간을 만들어 준다고 하지 않았소?!”     


“그렇죠.”   

  

“그런데, 나무 도마를 만들라니! 그게 도대체 뭔 소리요?!”     


 홍사장의 말에 허 선생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홍사장은 대구탕 가게에서도 저 남자 사장의 미소를 싫어했는데, 헛소리를 들으니 더 짜증 나고 더 싫었다.

     

“혹시... 제가 드렸던 말씀. 그러니까.. 시간을 만들어 드린다는 말은 믿으세요?”     


“그걸 누가 믿는다는 거요? 그냥 뭔 말인가 싶어 와 본 거지.”     


“그럼 한 번 해봐요. 나무 도마 만드는 거.”     


“뭐요?!”     


“어차피 밑져야 본전이잖아요. 의자 만들기나, 테이블 만들기도 있긴 한데, 어차피 사장님께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는....... 아, 아니 아무튼 도마 만들기 해봐요.”    

 

 순간 홍사장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나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말을 하려던 것 같았는데? 내가 시한부 인생이라는 말을 하지도 않았는데?...... 설마. 아니겠지? 그걸 어떻게 안다고...' 


마음 한구석에 뭔가 찜찜함이 남았지만, 물어보지는 않았다. 


밑져야 본전. 


홍사장은 그냥 허 선생의 말대로 나무 도마 만들기를 해보기로 했다. 


시간을 만들어 준다는 헛소리를 믿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궁금했다. 이 인간이 어떤 짓을 할지.    

 

“그런데...... 이 공방에는 수업을 듣는 사람이 있긴 있는 거요?”     


“그럼요. 있죠. 다만, 평일 낮에 이렇게 편하게 오실 수 있는 분은 거의 없다는 거죠. 사장님처럼 자유로운 분을 빼곤.”     


 자유롭다라... 그 말이 새삼스러웠다. 


물론 회사를 운영하는 대표이기 때문에 누군가로부터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이 자유로운 것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회사에 있을 때는 말할 것도 없었고, 회사를 벗어나, 집에 있을 때도, 친구들을 만날 때도, 모임을 할 때도, 늘 머릿속에는 회사가 있었다. 


몸은 자유로울 수 있을지 몰랐으나, 정신은 늘 회사의 일들 속에 파묻혀 있었던 홍사장은 그것이 과연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었을까 하고 잠시 생각했다.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지루한 이론 수업을 조금은 해야 하는데 괜찮을까요?”    

 

허 선생이 화이트보드를 닦으면서 이야기했다.     


“예. 그럽시다.”     


홍사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2층도 낡았고, 1층도 낡았고, 이 건물은 모든 게 다 낡은 것 같았다. 


그런데 희한하게 사람은 젊은 사람이다. 


건물 상태로 본다면 사람도 많이 늙은 사람이어야 할 것 같은데. 


그래서 처음 대구탕 가게를 갔을 때도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다. 


오래된 건물과 어울리지 않는 젊은 남녀사장.     


“자가요? 아님 임차요?”     


홍사장은 사업을 하는 사람답게 자연스럽게 물었다.      


“어..... 그게 궁금하세요?” 

    

“그냥 뭐... 사업하는 사람의 습관 같은 거라고 해둡시다. 말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됩니다."

     

“..... 자가입니다.”     


“음..... 아버지가 물려주셨나?”     


 홍사장은 허 선생이 젊었기 때문에 당연히 부모로부터 물려받았을 거라 생각했고, 또 당연히 어머니가 아닌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았을 거라 생각했다. 그것이 홍사장이 생각하는 당연한 범주였다. 

    

화이트보드를 닦던 허 선생의 손이 잠시 멈칫했다가 다시 움직였다.   

  

“아버지는 돌아가신 지 꽤 되셨어요. 건물은....... 말씀드리자면 좀 길어서... 어쩌다 제 것이 되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말에 홍사장은 순간 미안해졌다.     


“아, 미안해요. 내가 괜한 걸 물어서.......”   

  

“괜찮아요. 안 미안해하셔도. 어차피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 이미 죽음이 정해져 있잖아요?”    

 

“음... 그렇긴 하지만....”     


 홍사장은 낮게 신음했다. 


태어나는 순간 죽음이 정해져 있다는 것. 


그 말은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홍사장의 심장에 비수처럼 박혔다. 


평소 같으면 이런 이야기에서 얼른 벗어날 다른 주제를 찾았을 홍사장이었지만, 시한부 선고를 받은 홍사장에게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는 그 어떤 주제보다도 더 나누고 싶은 이야깃거리였다.   

  

“아버지 장례 치르느라 고생하셨겠소.”     


아내가 먼저 떠난 홍사장은 자신이 죽고 나서 장례를 치러야 하는 자식들을 걱정하며 말했다.  

  

“고생은요. 당연한 도리...... 아니... 도리를 다 못하긴 했죠.”     


“.....?.....”     


 허 선생은 여전히 화이트보드를 닦으며 말을 했고, 홍사장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허 선생을 쳐다봤다.   

  

“... 도리... 를 다 못했다는 건...... 장례식에 문제가 있었던 거요?.... 아, 이런 이야기를 계속 물어봐서 미안해요.”    

 

 허 선생이 화이트보드를 다 닦고 눈을 지그시 감았다 떴다.     


“괜찮아요. 물어보셔도. 뭐, 장례식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단지 제가 상주인데, 눈물을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다는 게 문제였죠.”    

 

허 선생의 말에 홍사장은 깜짝 놀랐다.     


“아니!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눈물도 흘리지 않았다고?! 세상에 자식이 어떻게....... 정말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조금도 슬프지 않았던 거요?”     


“슬펐죠. 그것도 아주 많이.”     


“그런데......”     


“왜 장례식장에서 꼭 슬퍼해야만 하는 거죠? 슬프지 않은 장례식도 있을 텐데.... 그리고 슬픈 것과 눈물을 흘리는 게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는 거죠? 눈물을 동반하지 않는 슬픔도 있을 텐데...” 

    

 홍사장은 순간 허 선생이 요즘 사람들이 말하는 사이코패스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갑자기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쉽게 볼 수 없는 2층에 위치한 공방. 


산속의 건물. 


지금 이곳엔 단둘만 있을 뿐이었다. 


홍사장은 본능적으로 주위를 빠르게 곁눈질로 살폈다. 


망치, 톱, 대패, 끌. 날카로운 연장들과 이름 모를 기계들. 갑자기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음산한 기운이 느껴졌다.

     

화이트보드를 다 닦은 허 선생이 터벅터벅 연장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저는 정말 모르겠거든요. 도대체 왜 장례식은 꼭 슬퍼야만 하는 건지. 그리고 그 슬픔은 반드시 눈물을 흘려야만 하는 것인지. 사람의 감정이란 슬픔과 슬프지 않음이라는 것으로 딱 잘라 나뉘는 것은 아닐 텐데. 그사이에 무수히 많은 다른 감정들도 있는 건데 말이에요.”     


허 선생이 망치를 잡아 들었다. 그리고 홍사장 쪽을 향해 천천히 걸어왔다. 

    

홍사장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등에서 식은땀이 쫙 배어 나왔다.     


“저.... 저기... 허 선생.”     


“잠시만요. 바닥에 못이 튀어나와서.”     


탕! 탕! 탕!     


 허 선생은 나무 바닥에서 못이 살짝 튀어 올라와 있는 걸 망치로 박아 넣었다. 홍사장은 극도로 긴장했던 마음을 살짝 풀었다.     


“.... 그야... 당연히 슬프면 눈물이 나는 거고, 기쁘면 웃음이 나는 거고.. 뭐, 그런 게 자연스러운 거 아니겠소?”     


“......”     


허 선생은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렇군요.... 근데, 전 잘 모르겠어요.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슬프긴 했지만, 차라리 돌아가시는 게 아버지도 더 편하시지 않으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뭐요?!”     


“아버지는 많이 힘들어하셨어요.”     


“...”     


“본인 스스로를. 본인이 그렇게 살고 있다는 사실을 너무나 힘들어하셨거든요.”     


“아니.. 도대체 아버지가 어떻게 사셨길래......”     


“뭐, 흔한 드라마 소재로 나오는 뻔한 이야기처럼 사셨죠. 술 좋아하고, 술 마시면 가족들 괴롭히고, 주변 사람들 못살게 굴고. 술 깨면 술 취해서 한 행동 때문에 힘들어하고. 그걸 잊기 위해 또 술을 마시고... 그렇게 늘 반복하며 사셨는데, 그렇게 살면서도 그렇게 사는 자신을 싫어했어요. 마치... 담배 피우는 사람이 담배 연기는 싫어하듯이. 본인의 존재 자체를 싫어하셨죠. 그래서 차라리 잘 된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장례식 때도. 어차피 하루하루 고통 속에 살아가며 남을 괴롭히고, 그것 때문에 남은 날들을 힘들어할 바엔, 훌훌 털고 떠나시는 것도 괜찮겠다고.”     


“.......”     


둘은 잠시 침묵했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말이 너무 길었네요. 공방에 처음 오셨는데.”     


“아니, 아니오. 내가 먼저 말을 꺼낸 건데 뭘........”     


허 선생이 화이트보드를 다 닦고, 보드마커를 들면서 말했다.     


“자, 그럼 이제 이런 이야기는 그만하구요~ 좀 지루하셔도 먼저 알려드려야 하니까 이론 수업을 우선 하겠습니다. 오늘 아무것도 준비 못 해 오셨죠?”    

 

“그렇소.”     


허 선생이 A4 용지 한 장과 연필 한 자루를 들고 와 홍사장에게 건넸다.      


“오늘은 우선 이걸 사용하시고, 다음 시간부터는 노트 하나 챙겨 오세요~”    

 

다. 음. 시. 간. 홍사장은 이 말이 지닌 의미가 이렇게 크게 다가올 줄은 몰랐다. 나에게 다음 시간을 기약할 수 있을까?     


“가구에 사용되는 나무의 종류에는 MDF, 파티클보드, 합판, 집성목과 제재목이 있는데요~ 여기 이거.”   

  

허 선생이 화이트보드에 쓴 집성목을 톡톡 치면서 말했다.     


“이, 집성목과 제재목을 사용한 가구를 일반적으로 원목 가구라고 부릅니다. 집성목이란...”    

 

허 선생의 설명이 계속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강의는 한 시간 정도 진행되었다.     


“다음 시간에는 실습을 해 보시죠.”     


“다음 시간?”     


“예. 오늘은 이론만 들으셨으니 아마 많이 지루하셨을 거예요.”     


홍사장이 피식 웃었다.     


“전혀 지루하지는 않았소. 재밌게 잘 이야기를 해줘서. 그런데... 시간을 만들어 준다더니.. 무슨 시간을 만들어 주는 거요?”     


“아, 정확하게 말씀을 드리자면, 보지 못했던 시간을 볼 수 있게 만들어 드리는 거죠. 내가 볼 수 없었던 타인의 시간을 만들어 보여드린다고나 할까요?”     


홍사장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러니까 그게 도대체....... 뭘 볼 수 있게 해 준다는 건지....”     


“이제 하루 배우셨는데, 벌써 보실 수는 없죠. 시간을 보시려면 제법 공을 들이셔야 해요.” 

    

“그렇소?..... 나는 시간이 별로 없는데......”     


홍사장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아는지 모르는지 허 선생이 말했다.     


“걱정 마세요. 아직 시간은.... 충분해요.”     


홍사장은 허 선생이 자신의 상태를 전혀 몰라서 그런다고 여겨 허허 웃으며 공방을 나섰다. 


어차피 시간을 만들어 준다는 말도 믿지 않았다. 


허 선생도 1층 대구탕가게로 내려가야 한다며 함께 나섰다.      


“그런데 말이오......”     


 2층 공방 밖 시간을 달리는 공방이라고 쓰인 나무 현판 앞에서 홍사장이 멈춰 서며 말을 꺼냈다.   

  

“또 이야기를 꺼내기가 좀 미안하긴 한데......”     


“괜찮아요. 뭐든 말씀하세요.”    

 

“그.....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말이오.”     


“네.”     


“정말.... 정말 눈물을 한 방울도 흘리지 않은 거요?”     


“제가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고 말씀을 드린 적은 없는 것 같은데요? 장례식장에서 울지 않았다고만 한 거죠.”     

“아, 그럼......”     


“장례식 동안에는 눈물이 나오지가 않았어요. 슬프긴 했지만 아까 말씀드린 이유들로 또 한편으론 아버지가 잘 떠나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서 눈물까지 나오진 않았어요. 그런데 말이에요....” 

    

허 선생이 눈을 게슴츠레 뜨며 나무가 울창한 숲을 보면서 말했다.    

 

“도대체 누가 정한 걸까요?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3일. 조부모가 돌아가시면 1일. 이렇게만 슬퍼하면 된다고.”     

“그게 무슨 말이오?”     


“회사도 그렇고, 아이들 학교도 그렇고,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3일, 조부모가 돌아가시면 1일 이렇게 빠져도 되잖아요. 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일주일이 더 넘어서야 눈물이 나던데......”     


홍사장은 허 선생이 눈물을 흘렸단 말에 그래도 사이코패스는 아닌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사회니까..... 그렇게 해야 사회가 돌아가니까 그런 거 아니겠소?”     


“.... 그런가요? 정말 그런 거라면 그것도 슬픈 일이네요. 개인의 감정도 사회가 잘 돌아가기 위해 조절해야 하는 세상이라는 게.”     


홍사장도, 허 선생도 쓴웃음을 지었다.    

  

“그럼, 조심히 가세요~ 저기 손님이 들어오셔서.”     


허사장은 2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다가 주차장에 손님 차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선 얼른 뛰어갔다.


홍사장은 그런 허 선생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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