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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건우 Sep 04. 2024

회복

평범한 일상은 기적이다.

 “축하드립니다! 아드님이 깨어났어요!!”     


 주경 씨는 의사의 말에 심장이 터질 듯 기뻤다. 


아직은 안정을 취해야 하고, 언제 다급한 상황이 생길지 모르니 일단 중환자실에 있다가 이번 주말 전에는 일반 병실로 옮길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주경 씨는 중환자실 앞 의자에 앉아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주경 씨는 울면서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고, 남편도 울먹이는 목소리로 다행이다, 다행히다를 연발했다.

    

중환자실의 면회시간이 되었는데, 주경 씨는 선뜻 들어가지 못하고 망설였다. 


그동안 아들 승원이가 자기 때문에 힘겨워했을 시간들을 떠올리자 아들의 얼굴을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어젯밤 남편에게 승원이가 짧은 일기를 쓰고, 구겨버린 종이들을 보여줬다. 


그것을 본 남편도 눈물을 흘렸다.    

  

“조금 더 많은 추억을 만들어 놓을걸.”     


“뭐야? 마치 승원이가 죽기라도 할 것처럼!”   

  

남편의 말에 주경 씨가 버럭 화를 냈다.     


“아니, 그런 뜻이 아니야. 당연히 승원이는 깨어나야지... 분명 깨어날 거야... 이번에 승원이가 깨면 우리 여행 가자. 그리고 조금 더 많은 추억 만들어보자.”    

 

남편이 말했고, 주경 씨도 그러자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또 울었다. 


희망차게 말은 했지만, 마음 한구석엔 언제 승원이가 죽었다고 병원에서 연락이 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었기에. 


승원이가 정신을 차리고, 건강한 모습으로 다 함께 여행을 가는 꿈같은 일이 일어날 수만 있다면 세상 어떤 것도 다 포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젯밤에만 해도 그것은 말 그대로 꿈같은 일이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승원이가 의식을 회복했다. 


믿을 수가 없었다. 


그 어떤 것보다 더 간절한 꿈이 점점 현실이 되어가고 있었다. 


살아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렇게 감사한 마음을 품게 될 줄이야. 

    

몰랐다. 


정말. 


살아있는 것도 당연한 것이었고, 건강한 것도 당연한 것이었고, 엄마 말 잘 듣는 것도 당연한 것이었다. 


공부를 잘하는 것도 당연한 것으로 만들려 했는데, 그게 뜻대로 되지 않았었다. 


공부와 마찬가지로 살아있는 것, 건강한 것, 엄마 말을 잘 듣는 것도 당연한 것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동안 주경 씨는 몰랐었다.     


중환자실 앞에서 한참을 망설이다가 면회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주경 씨는 가까스로 용기를 내 아들을 보러 들어갔다.  

  

“엄마!”    

 

산소호흡기를 뗀 아들은 주경 씨를 보자 환하게 웃으며 엄마를 불렀다.    

 

엄. 마.     


 주경 씨는 아들의 입에서 엄마라는 말이 흘러나오자, 그토록 흘리고도 아직도 어디에 눈물이 그렇게 남아있었던 것인지 샘이 솟듯 펑펑 눈물이 쏟아졌다. 


엄마라는 단어에 어울리는 엄마 같은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것 같은 미안함. 


엄마라는 언어의 무게를 너무 가볍게 여겨버렸던 것 같은 죄책감.     


“승원아!!”  

   

주경 씨는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손을 꼭 잡았다.    

 

“내 아들.... 내 아들.... 얼마나 힘들었니....”     


“난 괜찮아 엄마.”     


환하게 웃는 아들의 얼굴. 


순간 주경 씨는 자신의 앞에선 미소를 짓다가, 방문을 닫고 나오자 우울한 표정으로 변하던 2층 공방에서 봤던 아들의 모습이 떠올라 더 눈물이 났다.     


“미안해 아들.... 너무 미안해....”     


“엄마가 왜 미안해?”     


“으응?.... 아니... 그냥. 다. 전부 다. 전부 다 미안해..... 승원이가 다치는 걸 지켜주지 못한 것도....”     


그러자 아들 승원이가 여전히 웃는 얼굴로 말했다.     


“엄마도 참.... 그걸 엄마가 어떻게 지켜줘? 무슨 보디가드처럼 늘 내 옆에 있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있었다고 해도... 엄마가 블랙위도우도 아니고..”      


“응?... 블랙... 위도우...?”     


주경 씨는 어리둥절했다.    

 

“아.... 엄마.. 어벤저스 안 봤어?”     


“들어는 봤는데, 아직 보진 못했어.”     


“음... 그러니까 엄마 때 그.... 원더우먼 같은 거? 그런 아줌마랑 비슷한 거야. 엄마도 참... 아빠랑 영화도 좀 보고 그래. 맨날 일만 하지 말고.”     


주경 씨는 승원이가 사고가 나기 전보다 조금 더 밝아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기분 탓인가? 어쨌든 어두워진 것보다는 밝아졌다는 것이 훨씬 더 낫다고 생각했다.  

   

“그래. 알았어. 아빠랑 그리고 너랑 이젠 같이 자주 영화 보러 가자.”     


승원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주경 씨를 쳐다봤다.     


“면회시간 다 되었습니다.”     


간호사가 주경 씨에게 말했다. 


중환자실이라 어쩔 수 없었다. 


주경 씨는 승원이 곁에 더 머물고 싶었지만, 중환자실에서 나왔다.     


며칠 지나지 않아 아들은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길 수 있었다. 


주경 씨는 아들이 사고가 나고 난 이후로 캄캄하게 어두워 한 치 앞도 볼 수 없었던 세상이 지금은 너무도 찬란하게 빛나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게 보였다.     


아들이 일반 병실에 있었기에 이제 면회시간과 상관없이 주경 씨는 하루 종일 아들과 함께 있을 수 있었다. 


아들과 하루 온종일 함께 있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젖을 떼고 난 이후로는. 


승원이가 젖을 떼자마자 어린이집을 보냈다. 


그리고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까지. 


아들이 자라는 동안 주경 씨는 악착같이 일을 했다. 


이제 막 젖을 뗀 아들을 어린이집에 보낸다고 할 때 남편이 물었다.  

   

“저렇게 어린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다고? 말이 돼?”     


주경 씨는 남편을 쏘아보며 날카롭게 물었다.    

 

“당신 하루종일 정비소에서 일하고 얼마 벌어오는데?”    

 

“어?... 그야 뭐... 생활비 정도는....”    

 

“당신 지금 이렇게 고생을 하면서도 그런 말이 나와? 한여름에 에어컨도 없이 엔진 열기가 훅훅 풍기는 자동차 수리를 하면서도?”     


“옆에 대형 선풍기 틀어놓고 일해.”   

  

“한겨울에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드러누워서 자동차 밑에 기어 들어가면서도?”     


“한쪽에 히터 틀어놓고 하는데 뭐.”     


“지금 나랑 말장난하냐?!”     


주경 씨가 버럭 화를 냈다.  

   

“아니, 그러니까 내가 그렇게 일을 하는 거랑 승원이 어린이집을 보내는 거랑 무슨 상관이냐고?”    

 

“우리가 지금 악착같이 벌어서 승원이 뒷바라지할 준비를 해야지. 안 그랬다간 자기나 나처럼 살게 될지도 모른다고.”     


“뭐? 우리가 사는 게 어때서?”     


“그럼 당신은 승원이도 자기처럼 기름 냄새 풀풀 풍기면서, 한여름 한겨울 야외에서 온갖 고생 다 해가면서, 그렇게 밥 벌어먹고살았으면 좋겠어?”     


“...”     


남편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스스로가 정비소에서 일을 한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한 적은 없었지만, 아들이 이런 일을 하는 것만은 말리고 싶었다. 


아내의 말처럼 얼마나 고생스러운 일인지 잘 알기에.    

 

“나 식당 알바 구했어.”     


“뭐? 아니 왜!”    

 

“방금 내가 말했잖아. 악착같이 벌어서 승원이 뒷바라지를 해야 된다고. 이제 시작이야. 승원이가 다 클 때까지 당신이랑 나랑은 뒤도 돌아보지 말고, 죽어라 열심히 일하자. 승원이를 위해서.” 

    

뭔가 대단한 결심을 하고 파이팅이 넘치는 주경 씨와는 다르게, 남편의 표정은 썩 좋지가 않았다. 

    

“내가 넉넉하게 벌어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은 승원이 어린이집 보내는 것보다는 당신이랑 같이 집에 있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그런 안일한 소리 하지도 마. 다른 사람들은 벌써 어린이집에서 영어도 가르친다는데, 어린이집에 맡기지도 말라고? 그럼 우리 승원이만 뒤처지는 거야! 알아?!”     


“뭐? 그게 말이 돼? 아니, 한글도 아직 못 익힌 애한테 무슨 영어야?”     


“원어민처럼 영어를 하려면 한글 익히면서 영어도 같이 익혀야 한데. 암튼, 우리 승원이는 벌써 뒤처지고 있는 거야. 다른 애들은 영어하고 한글을 같이 배우고 있는데 우린 그럴 형편은 안 되잖아.”     


“참... 나. 그게 말이라고...”     


“암튼. 당신도 승원이 생각해서 죽기 살기로 열심히 일 해. 우리가 승원이를 위해서 해줘야 할 것들 다 해줘야 하니까. 그래야 나중에 승원이가 크더라도 우리도 후회가 없지. 당신 나중에 승원이 자라면, 어렸을 때 해주지 못한 것들 때문에 후회하고 싶어?”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해주고 싶다면 해주는 게 맞는데, 우리가 벌써 승원이가 뭘 배울지, 뭘 할지 정해줘야 하는 건 이르지 않아?”     


“승원이 어린애야. 그런 애가 지금 뭘 배우고 싶은지 어떻게 알겠어? 우리가 정해주고, 이끌어 줘야지.”     


“그래도 이건 좀....”     


“시끄럽고! 무. 조. 건. 열심히 일이나 해. 나머진 내가 다 알아서 해! 알겠어?”    

 

“이야... 일단 알았어. 알겠는데.... 역시 엄마는 다르네..... 자기 승원이가 생기기 전에는 몰랐는데, 승원이 일에 관해서는 정~~ 말 무서운 여자네.”     


“그럼. 엄마가 아무나 되는 줄 알아? 난 승원일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다고!”     


“대단하다 진짜....”     


“그나저나 당신도 복 받은 거야.”     


“뭐가?”     


“난 그래도 승원이 어린이집에 맡겨 놓고 일하러 가잖아.”     


“그게 뭐?”     


“그게 뭐라니? 난 일을 하기 위해서 승원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는 거란 말이지. 다른 엄마들처럼 삼삼오오 모여서 카페 가서 시간이나 죽이고, 낮부터 맥주 마시면서 시시덕거리려고 어린이 집을 보내는 게 아니라.”   

  

“그런 엄마들이 정신 나간 엄마들이지.”     


“대한민국에 정신 나간 엄마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시나 봐?”


“모르지. 그런데, 자기 말처럼 정말 그런 엄마들이 많다면... 슬픈 일이네. 애들이 뭔 죄냐?”     


“그러니까. 그래서 당신이 복 받은 거란 말이야. 그런 여자들은 일도 안 하면서, 자기들이 애 보기 싫어서 어린이집에 맡겨 놓고, 실컷 낮에 놀러 다니다가, 어린이집에서 조금이라도 애가 다치거나 하면 난리가 장난 아니라니까? 그럴 거면 자기들이 돌보면 될 텐데, 그러긴 싫어서 맡기는 거잖아. 자기 애인데도.”     


“그래. 아주 감사하다. 감사해. 어쨌든 식당일 힘들다던데..... 당신 진짜 괜찮겠어?”     


“그럼. 승원이를 위해서라면.”     


“알았어. 근데, 혹시라도 힘들면 언제든 그만둬. 괜히 힘들다 말하기 곤란해서 억지로 일하지 말고. 알았지?”

     

“걱정 마. 조금이라도 힘들면 당장 그만둘 테니까.”      


그렇게 주경 씨는 난생처음 식당에서 일을 시작했다. 


힘들었다. 


생각보다 훨씬 더. 


주방일과 홀서빙 하는 일이 구분되어 있지 않은 식당에서 홀과 주방을 오가며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도 모를 만큼, 정신없이 일을 한다는 건 짐작한 것보다 곱절은 더 힘든 일이었다.


손님이 밀려들어 급하게 자리를 치울 때는 먹다 남은 음식 찌꺼기가 얼굴에 튀기도 했고, 일회용 식탁보를 걷어 휴지통에 꾹꾹 눌러 담을 때는 쓰고 버린 이쑤시개에 손가락이 찔려 피가 흐르기도 했다. 


반말을 서슴없이 던지며 하인을 부리듯 부려먹는 손님도 있었고, 오래 일했다고 텃세를 부리는 동료도 있었다. 


하루에도 수십 번 그만둘까 고민을 했던 주경 씨였지만, 끝까지 버텨냈다. 


아들 승원이를 생각하며. 


남편과 자신이 그동안 이루어 놓은 것도 없었고, 가난하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넉넉한 형편은 또 아니었기에, 남에게 뒤처지지 않게 아들 뒷바라지를 하기 위해서는 열심히 벌어야 한다고만 생각했다. 


정말 악착같이 버텨냈다.   

  

그렇게 승원이를 위해 시작한 일은, 이번에 승원이의 사고가 나면서 그만두게 되었다.   

   

일반병실로 옮기고 나서 아들 곁에 계속 머물러 있으니, 아들이 물었다.     


“엄마. 오늘은 일 안 가?”     


“엄마 일 그만뒀어.”     


“정말?”     


“응.”   

  

“정말 잘 됐다.”    

 

아들이 활짝 웃었다.     


“응? 뭐가 잘 돼?”  

   

“엄마 일 그만둔 거. 이제 엄마랑 더 오래 있을 수 있단 말이잖아. 헤헤.”     


“엄마랑 있어서 좋아?”     


“당연하지. 히히.”  

   

주경 씨는 해맑은 아들의 표정을 보며 마음이 먹먹해졌다. 


승원이 어린이집을 보낸 그때부터 여태껏 일을 쉬지 않았으니 얼마나 엄마의 사랑에 목이 말랐을까.... 


아들을 위한 일이라고 해놓고 아들을 뒷전으로 했던 것은 아닐까... 


자식을 어린이집에 보내놓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수다 떠는 엄마들과, 자신이 다른 건 뭘까.... 


그녀들은 놀고, 나는 일한다는 거? 


자식이 뒷전이었던 건 똑같았던 것 아닐까? 


어린이 집에 맡겨 놓으면 자식의 교육이 절로 된다고 생각하는 그녀들과, 과외를 시켜 놓으면 공부는 알아서 잘하겠지라고 생각하는 자신이 크게 다르게 느껴지지 않았다. 


승원이가 종이에 끄적거렸던 것처럼 그것은 결국 부모의 만족감 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도 내가 과외를 시켜주지 않았느냐 하는 만족. 


나중에 해줄 건 다 해줬다고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을 것 같은.    

 

“근데, 우리 승원이. 사고가 났는데도 씩씩하고 밝아 보여서 좋네?”    

  

“어? 그래 보여?”     


“응. 이전보다 훨씬 더 밝아 보이는데?”       


정말 그랬다. 


예전에도 잘 웃는 얼굴이긴 했는데, 지금처럼 밝은 느낌은 아니었다. 


물론, 그 이면에는 방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혼자 고민이 많던 아들이라는 것을 이젠 주경 씨도 알 수 있었다.

      

“엄마랑 같이 있어서 그런 거 아닐까?”     


아들의 말에 주경 씨가 피식 웃었다.      


“정말 그래서 그런 거야?”     


“응. 아, 그리고..... 꿈을 꿨어. 정말 기분이 좋은 꿈.”     


“그게 뭔데?”     


“음..... 엄마한텐 안 좋을 수도 있는데.....”     


“그게 뭔데? 말해봐.”     


“엄마가 이제 일 그만둬서 돈이 없다고.... 그래서 과외 못할 것 같다고......”     


“뭐? 그래서... 그게 기분이 좋다고?”     


“응. 꿈이었지만.... 좋았어. 그리고 꿈속에선 엄마 아빠랑 다 같이 거실에 함께 있었거든... 평소엔 거의 나 혼자 방에 있었는데.... 그래서 기분이 좋았어.” 

    

주경 씨는 아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마음이 짠해졌다.     


“아, 그리고 좀 신기한 것도 있었는데....”     


“뭐가?”     


“그게.... 내가 길을 걷는데, 엄마가 하늘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어.”     


“하늘?”     


“응. 근데, 그게 하늘에 엄마가 그냥 막 떠 있고 그런 건 아니고, 하늘에 어떤 창틀 같은 게 있었는데, 그 속에서 날 보고 있었어.”     


“창틀?”     


“응. 엄마가 나를 계속 지켜보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또 기분이 좋았어. 신기해. 이번에 내가 정신을 잃고 있었다고 했는데, 그 시간 동안 꾼 꿈들이 다 기분 좋은 꿈들이야.”     


‘창틀.... 설마?’     


승원이는 재잘재잘 즐겁게 말했는데, 주경 씨는 문득 대구탕가게 2층 공방이 불현듯 떠올랐다. 


이름부터가 이상했다. 


시간을 달리는 공방. 그리고 그곳에서 겪은 일들. 


만약 집으로 왔을 때 승원이가 쓰고 버린 종이에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았다면, 그냥 이상한 꿈을 꿨던 것이구나 하고 치부해버리고 말았을 텐데, 공방의 창문에서 봤던 그 일이 집으로 돌아와서 보니 분명 일어난 일이었었다. 


만약 이게 우연일 수도 있기는...... 개뿔! 이건 우연일 수가 없는 일이 분명했다!! 

    

“엄마?”    

 

“으... 응?” 

    

승원이가 멍하니 생각에 잠긴 주경 씨를 몇 번 부르고 나서야 주경 씨는 공방에 대한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주경 씨는 조만간 공방에 다시 한번 들러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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