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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단골이 된다는 것

#서점의기쁨과슬픔 #비정기산문집

by 서점원

8월

01


서점의 기쁨. 첫 개시 손님, 멋진 선구리를 쓰고 등장해 찬찬히 자신만의 페이스로 책을 살펴보다 다섯 권이나 결제를 하셨다! 한낮의 따스한 빛이 새어들어 오는 화창한 날. 유리창 옆 원형 테이블에서 책을 읽고 가도 되냐고 물어보셔서 당연히 된다고 하고 테이블 위를 정리해 드렸다. 책 읽는 모습을 바라보는 건 언제나 멋진 일이다.

매주 수요일마다 운영하는 글쓰기 클럽 ‘무엇이든 쓰는 밤’의 간식 중 하나인 모나카를 드렸다. 책을 읽으면 왠지 당이 떨어지니까.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일을 했다. 나는 막 배송된 따끈따끈한 책들을 프로그램에 입력하고 그분은 책을 읽었다. 자신만의 속도로.


얼마나 지났을까, 손님은 간식을 잘 먹었다며 인사를 남기고 자리를 정리했다. 동네 주민인가 싶어 물어보니 근처 대학의 졸업생이었다. 지금은 학교도 졸업하고, 근방에 살지도 않지만, 이 동네 미용실이 익숙해 머리를 하고 오는 길이라고.

그렇다. 단골 미용실은 중요하다. 나는 격하게 공감하며 그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분은 졸업생이지만, 학교 근처 서점이 귀하다는 것, 서점이 생겨 반갑다는 것 그리고 학생들도 서점의 존재 자체를 좋아해 줄 것이라고 고마운 말을 해주었다. 덧붙여 머리하러 올 때마다 들리겠다는 말을 남기고 서점을 떠났다.


단골 미용실, 단골 서점.

단골이 된다는 것. 참새가 방앗간을 들리듯 다른 후보를 떠올리지 않고 자연스레 발걸음을 옮기게 되는 곳. 그런 마음이 쌓이면 단골이 된다. 그분에게 이곳도 단골 서점이 될 수 있을까?

책방을 찾는 분들에게 ‘그’ 서점에서 ‘단골' 서점으로 업그레이드될 수 있을까?


나의 마음속엔 ‘단골’이라고 명명할 수 있는 학생의 얼굴이 몇몇 떠오른다. 그러나 아직 ‘당신은 서점의 단골손님입니다!’라고 말할 자신은 없다. 단골이란 건 서점원도 정하지만, 손님도 정하는 거니까. 조금씩 마음을 주다 서로의 마음이 다다랐을 때 아, 나는 단골이다. 혹은 당신은 단골입니다,라고 말하지 않아도 저절로 아는 사이가 되는 거니까.

서점원 3개월 차에 너무 큰 욕심이려나? 그래도 3개월이 쌓이고, 6개월이 지나고 1년이 되면 그때쯤엔 ‘당신은 우리 서점의 단골손님입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때가 오겠지. 누군가는 ‘여기 내가 좋아하는 서점이야’하며 친구를 데려오기도 하겠지. 그때까지 나는 무수히 많은 책을 읽고, 좋은 책을 선별하고, 알맞게 추천하며 서점원의 일을 하면 될 테다. 서점원의 일!



2025년 8월 1일 금요일

단골 백 명을 꿈꾸며



서점원의 문장과 책

: 여자의 발걸음이 갑자기 낯선 건물 앞에 멈췄습니다. 며칠 전만 해도 텅 비어 있던 낡은 건물에 모자점이 생겼나 봐요. 페인트칠을 하고 조명을 달아서 그런지 예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근사했습니다. 여자는 마치 무엇에 홀리기라도 한 듯 곧장 모자점으로 들어갔습니다.


『모자의 숲』 글 그림 김승연, 텍스트컨텍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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