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도서관 01

by 산너머

옆 마을 도서관에서 야간연장 기간제를 뽑는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다시 도서관 취업을 위해 이력서를 넣고, 면접을 기다리고, 순미는 진통제를 맞으며 이생에 마지막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버스 밖은 가을로 접어 코스모스가 띄엄띄엄 보였다. 도서관 주변도 강아지풀과 코스모스꽃이 뭉텅이로 피어 있었다. 순미는 코스모스꽃을 제일 좋아해서 해마다 집 정원에 뺑뺑 돌려 코스모스 씨를 뿌렸다. 가을이면 가히 장관이었다. 몇 해 전 그 시에서 정원 예쁜 집 후보에 오르기도 했었다. 코스모스꽃을 똑바로 볼 수가 없었다. 아픈 동생 때문에, 떨리는 면접 때문에.


면접 대상자는 여섯 명이었고, 면접을 보는 심사의원은 셋. 심사의원들을 마주 보는 위치에 의자 여섯 개가 놓여있었다. 중간쯤에 앉게 되었다. 질문을 하면 순서 없이 손을 들어 대답하라고 했다. 평소에 나는 지독하게 내성적이다. 붙임성이 없고, 앞에 나서는 것도 두렵고, 말수가 적어 내숭을 떤다는 소리를 수없이 들으며 살았다. 그러나 여긴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현장 아닌가!

첫 번째 질문.

“터무니없이 항의하는 이용자를 어떻게 대처할 건가요?”

먼저 손을 들었다.

“먼저 경청하고, 공감한다는 대답을 하면서 규칙에 맞춰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이용자가 찾는 책이 제자리에 없으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두 번째 질문이었다.

“먼저 죄송합니다. 찾아 드리겠습니다. 찾아도 책이 없으면 책을 찾는 대로 연락을 드리겠다 하고, 연락처를 받아 놓겠습니다. ”

면접을 마치고 코스모스꽃을 슬쩍 보면서 이 도서관에 취업이 되면 세 번째 도서관 이름은 코스모스 도서관으로 해야겠다고 정했다.


다음날 합격이 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한 명 뽑는 데 누구의 도움 없이 합격이 된 것이다. 첫 번째 조약돌 작은 도서관은 교수 추천으로 들어갔고, 두 번째 목백일홍 도서관은 취업 조건이 맞아 된 것이지만 세 번째 코스모스 도서관은 내 노력이었다.

자식들의 축하를 받으며 당당하고 당차게 도서관 사서가 되었다. 딸이 엄마는 능력자라고 했다. 아들은 엄마? 공무원이야? 아니, 공무원은 아니지만 다니는 동안 공무원이나 마찬가지야. 와! 우리 엄마 진짜 능력자네. 사실 공무원은 아니지만, 아이들에게 힘을 주고 싶고, 스스로 자부심을 품으며 일하고 싶었다.


그렇게 내 나이 딱 오십에 시립도서관에 취업이 되었다. 이날부터 도서관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않으려 기를 썼고, 천직이라 여겼다. 돼먹지도 않은 것들이 날 밀어내려 했어도 살아남기 위해 도서관 기둥을 두 팔과 다리로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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