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두막 도서관 04

by 산너머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은 미국소설이다.

다섯 살 때 부모님을 잃고 조부모와 산속 오두막에 살면서 몸이 자라고 마음이 자라는 성장소설을 읽으며 삭막했던 마음이 따뜻해졌다. 한 장 한 장 아껴가며, 눈물을 흘려가며, 가슴에 낭만을 담아가며 읽던 소설은 내가 읽은 후로 인기도서가 되었다. 내가 읽어서 그런 건 아니겠지만 내가 대출했더니 예약자가 두 명 기다리고 있었다. 예약은 그 책이 대출 중일 때 두 명만 할 수 있고, 한 사람당 예약 걸 수 있는 책도 두 권이다.

절망적인 삶 속에서 책은 가슴에 화롯불이 돼 밤새도록 따스함을 유지한다. 살벌한 세상 속에서 차가워진 손과 발을 따스하게 데워준다. 소장하고 싶어 이 책을 샀다.

거실 서랍에 잔뜩 있던 라이터를 싹 쓸어버리고 그 안에 책을 넣었다. 좋은 책을 한 권씩 사서 이곳에 채워야겠다. 이제는 그만 미워하고 싶다. 생물학적으로 복수심을 타고났더라도 이제는 그만 온화해지고 싶다. 감동적인 책을 읽을 때뿐이지마는….


우리 부부는 하나도 맞는 게 없어 ‘주택복권’이다. 남편은 매주 주택복권을 샀는데 맞은 적이 없다. 그딴 걸 왜 사냐고 핀잔을 주면서 그 돈을 날 주라고 했더니, 돈을 왜 그렇게 밝혀. 돈이나 주면서 그런 소릴 해. 내가 돈으로밖에 안 보이지? 그럼 돈 없으면 애들은 뭐로 키우고 뭐로 먹어? 땅 파먹어? 풀 뜯어먹어? 남편과 세 번 이상 말을 주고받지 말아야 한다. 하나도 맞는 게 없어 결국 쌈박질로 끝내게 된다.


돈이 있든 없든 일 년이 간다. 구름처럼 떠돌아간다. 어느새 일 년이 가면 지겨웠던 일도 아쉬움을 남긴다. 책을 받았다, 줬다, 꽂았다, 뺏다 손모가지가 아프다. 손바닥에 물집 잡힐 것 같던 일 년이 후딱이다. 다시 새로운 도서관에 이력서를 넣고 취업을 기다리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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