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9. 귀밑 가을[送秋], 서거정
219. 귀밑 가을[送秋], 서거정
계절 바뀜 흐르는 물 빨리 감과 똑같아서
이제 가을 보내자니 생각이 그지 없네.
서풍은 가을 경치 다 걷어 가면서는
내 귀밑 가을만을 어째서 남겨두나?
節序推遷似水流 送秋今復思悠悠
西風捲盡秋光去 何獨留吾兩鬢秋
[평설]
계절은 순식간에 바뀐다. 모든 계절이 바뀌는 건 다 아쉽지만, 가을이 갈 때는 생각이 더욱 복잡하다. 또 한 해가 지나간다는 강렬한 신호이기 때문이다. 겨울에 접어들면서 가을의 경치는 모조리 겨울의 경치에게 자리를 내준다. 그런데 귀밑 흰머리는 인생의 가을 경치인데도 거두어 가지 않고 남겨 둔다고 푸념했다. 가을은 가면서 또 한 해가 갔다는 사실을 흰 머리를 통해 뚜렷하게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