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불타고 있는 사람이다.
누군가에겐 감정조절 실패처럼 보일지 모른다.
누군가는, 분노는 방향을 가져야 한다고, 지혜롭게 사용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숨을 들이쉴 때마다, 그저 쾌적한 공기만 마실 수 있는 세상이던가.
세상이 타고 있다면, 그을음은 폐 깊숙이까지 스며든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불길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도, 이 불을 ‘분석하고 소비’하는 관찰자들이 있다.
세상의 꿀만 핥으며 살아가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타고 있는 사람의 말을, 늘 ‘문제’로 취급한다.
그래서 이 세상에서는, 말을 시작한 사람이
언제나 불편한 사람, 예민한 사람, 피해야 할 사람이 된다.
"괜찮다"는 말을 듣고 불쾌감이 목구멍을 긁고 내려간 기억이 두 번 있다.
가령 이런 말이었다. “그 나이에 그 정도면 괜찮죠 뭐.”
괜찮다? 누가? 나?
이력도, 실력도, 애써 쌓아 올린 하루하루를
“그 나이” 한 마디로 납작하게 눌러버리는 사람.
나는 참았다. 그 사람이 내 생계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그날 점심시간, 그녀와 마주 앉아 먹은 건 김밥이 아니라 나였다.
가성비로, 효율로, 타인의 평가로 씹히고 또 씹힌 하루.
어느 날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그 정도면 선생님도 괜찮은 편이죠.”
응원을 가장해 멕인 건가? 싶은 말에 그날 하루가 재가 되었다.
괴롭고 벼랑 같은 하루를 “그 정도”로 한계를 정하고 "괜찮다"는 말로 정리해 버린 한 줄 때문에 내 속이 유난히 타들어갔다.
언짢은 퇴근길, 신호등에 걸린 내 뒤에서 날카롭고 시끄러운 클랙슨이 울려댔다. 어쩌라고?? 파란불로 바뀔 때까지 계속해서 신경질적인 폭음을 날리던 그 차가 순식간에 나를 앞지르며 보조석 창문을 내렸다. 울그락불그락한 남자 얼굴. 결국 나도 폭발하고 말았다. 저 새끼가 ㅡ.
내 방향이 아닌 길을 나는 기어이 따라가 그를 추월했고, 내 차 보조석 창문을 내렸다. 그리고 결연히, 가운데 손가락을 들었다.
그가 갓길에 차를 세우고 내리는 걸 사이드미러로 지켜보며 속도를 조금 줄였다.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 멈추진 않았다.
이게 인생인가. 이게 삶인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하루. 분노는 우리의 일상에, 삶에, 화약물질처럼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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