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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사라 Sarah LYU Dec 02. 2022

기린과 식물 사이의 목숨 건 눈치작전

영혼의 언어로 하는 소통 1.

이 이야기를 할까 말까 좀 망설였다¹. 이런 류의 이야기를 할 때 항상, “너 이제 오컬트 작가로 전향하는 거야?”라고 농담을 하는 친구가 있다.


조금 웃기게도 나는, 오래 전의 누군가처럼 우주의 힘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써놓고 보니 조금이 아니라 많이 웃기다)


사람들의 성향에 따라 반응이 천차만별이므로, 혹여 영적 세계를 믿지 않거나,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비판하실 분 계시거든 그냥 조용히 나가셔도 된다.


지금부터 총 7화로 진행될 이 이야기는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어찌 보면 허무맹랑하고 뜬구름 잡는 듯한 소리로 들릴 수도 있다. 하나 전혀 과장하지 않고 진실만을 이야기할 것을 다짐한다. <— 크핫! 이거 너무 거창한데?! 후훗;;; ㅋㅋㅋㅋㅋㅋ



1. 기린과 식물 사이의 목숨 건 눈치작전


우선, 수위가 낮은 이야기(별로 영적이지 않은 이야기)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이 이야기는 1973년에 출판된 <La vie secrète des plantes - 식물들의 은밀한 삶>이라는 책에 나온 것이다. <우주의 수수께끼>라는 지구과학 전집에 포함된 이 책은 일종의 식물도감이라고 볼 수 있다.


과학에 관련된 책이지만 내용이 워낙 흥미로워서, 영화로 제작된 적도 있다고 한다. 사람의 아우라에 영향을 미치는 식물의 미스터리를 비롯하여, 식물이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 정서적 존재인 식물로부터 요정이나 엘프와 같은 초물질적 존재가 나온다는 내용 등… 이 책을 과연 과학서적으로 볼 수 있을지, 논란의 여지가 충분히 있지만, 어쨌거나 우리가 알지 못했던 식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TMI : 무려 49년 전에 출판된 거라, 이런 책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 우연히 옆집 (프랑스인) 할아버지가 내게 “아가씨, 기린이랑 식물이 서로 어떻게 싸우는 줄 아슈?”라고 말을 트면서 할아버지의 소개로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각설하고!





열대지방 어느 사바나 구역에 기린들이 살고 있었다. 예전에 케냐 국립공원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나뭇잎을 뜯어먹는 기린이 실로 엄청난 속도로 먹었다. 여기서 속도란 엄청나게 느린 속도를 말한다! ㅋㅋㅋ


3배 감속으로 비디오를 느리게 돌리는 것처럼 엄청나게 천천히 먹었다. 사실 그들이 바쁠 이유는 하나도 없다. 한낮의 뜨거운 태양만 잠깐 피할 뿐, 거의 하루 종일 천천히 느긋하게 식사를 즐기고 또 즐긴다. 결코 서두르는 법이 없다. 큰 키 덕분에, 다른 여느 초식동물들처럼  바닥에 있는 식물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도 필요 없다.


그런 연유로, 기품이 넘칠 수밖에 없는 자태의 기린이 식사를 하려고 느릿느릿 다가오면, 그 일대의 식물들에게 초비상이 걸린다.


기린이 먹는 식물은 종류를 막론하고 범위가 매우 넓다. 주로 아카시아 나뭇잎을 좋아하지만, 그것만 먹는 게 아니다. 저러다 혀나 위가 찔리면 어떡하나 하고 걱정될 정도로 뾰족한 가시나무도 우적우적 씹어먹는다.


키가 큰 기린이 나무 상단에 있는 잎사귀를 먹기 시작하면, 그 식물은 본격적으로 시스템을 가동한다. 공격받은 잎사귀가 위치한 가지는 재빨리 뿌리에게 알린다.


“비상! 비상! 뿌리야! 큰일 났어!!”

“무슨 일이야?”

“멀대같이 멋대가리 없는 기린이 우릴 공격하기 시작했어!”

“아니, 뭐라고?”

“벌써 동쪽편의 가지에는 잎사귀가 여럿 뜯겨서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그래, 알았어! 나만 믿어”


공격당한 가지로부터 연락을 받자마자 뿌리는 기린이 싫어할만한 쓴맛을 내는 호르몬을 분비하여 각각의 가지로 보내기 시작한다. 그게 전부가 아니다. 호르몬의 분비와 배분이 끝나면 서둘러 이웃 나무에게 전갈을 보낸다. 곧 ‘기린’이라는 괴물이 갈 테니 미리 준비하라고 일러두는 것이다.


이런 일련의 야단스러운 식물의 소란을 지켜보며 기린이 하는 다음 행동이 무엇인지 아는가?


그것은 바로!!


자신이 섭취했던 나무의 바로 옆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한 두 그루 건너뛰어 약간 먼 곳에 있는 나무에게로 간다. 그것도 천천히 우아한 움직임으로!


신기한 일이다. 지속적으로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식물들이 소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계산하여 그만큼의 먼 곳에 있는 나무를 공략하다니!


기린은 도대체 이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까? 기린도 자기 생업이 달린 문제라 급똑똑해지는건가?


결국 기린과 식물 사이의 관계는 기린이 갑이 되었지만, 식물이 취한 태도 또한 대단한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다.


서두른다고 못 먹을 걸 먹는 것도 아니고,
느긋하다고 먹을 걸 못 먹는 것도 아니다.




기린과 식물의 이야기는 ‘순한 맛’이다. 앞으로 계속될 이야기 중 ‘매운맛’도 있다. 


2편. 양계장 목사님이 들려준 기묘한 이야기 - 바위도 할 말이 있다!


3편. 자발적 의지를 지닌 선인장의 선택


4편. 겁박받은 비둘기가 보인 행동


5편. 한 밤중의 엘리베이터


6편. 트라우마 겪는 살인 현장의 식물은 결국 이렇게 된다.


7편. 어느 날 금붕어가 내게 말을 걸었다.




각주1. 요즘 들어 망설여지는 이야기가 왜 이렇게나 많은지 원…….

그래도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다 까발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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