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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사라 Sarah LYU Dec 03. 2022

바위도 할 말이 있다?

영혼의 언어로 하는 소통 2

양계장의 기묘한 이야기


K는 영화배우 같은 비주얼을 가진 목사님이다. 명문대 교수인 부인과 예쁘고 공부 잘하는 두 딸과 함께 사는, 누가 봐도 부러운 남자였다.


서울에서 목사로 살아가던 K가 어느 날 갑자기 충청도 두메산골에 들어가겠다고 했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말렸는데, 그중 가장 기를 쓰고 말렸던 이들은 가족이었다.


부족함 없는 편리한 삶을 포기하고 왜 느닷없이 시골로 가냐며, 특히 대입을 앞둔 자녀는 어쩔거냐는 공격에도 그는 굽히지 않았다.


모든 재산과 하고 있던 일들을 정리한 후, 그는 부인과 고등학생 두 딸을 데리고 시골로 들어갔다. 그리고 닭을 키우기 시작했다.


K는 닭들에게 자유를 주었다. 닭 모이도 재래식으로 직접 만들어서 먹였다. 굉장히 큰 물탱크 같은 곳에 먹이를 넣고 재료들을 배합하고, 발효도 시켰다. 그것을 먹은 닭들이 다니면서 배설한 오물은 다시 땅을 비옥하게 한다고 했던 것 같다.


무척 자세히 설명해줬으나 관심이 없었던 나는 귀 밖으로 흘려들어, 지금 거의 생각나지 않는다. 그저, 정말! 무척! 엄청나고 대단하게 귀찮은 일로 보여 놀랐던 기억만 난다.




닭들도 그들의 세계가 있다.


닭을 풀어서 키우다 보니 매일 암탉이 낳은 달걀을 찾으러 다니는 게 아주 큰 일이었다. 닭은 알을 낳을 때 웬일인지 매우 수줍음을 탄다. 그래서 눈에 띄지 않는 구석에 몰래 숨어 출산을 하는 경향이 있단다. 알들이 꼭꼭 숨겨져 있는 탓에 달걀을 찾는 일은 보물찾기 만큼이나 신경 쓰이는 일이었다.



바람난 암탉


하나의 커다란 우리에는 보통 암탉 20마리에 수탉 1마리가 배정된다. 넓디넓은 부지에 그렇게 울타리가 쳐진 우리가 꽤 많았다. 암수가 함께 있으므로, 암탉이 낳는 달걀은 거의 유정란이다.


20마리의 암탉 대부분은 자신들의 남편에게 만족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간혹 남편이 맘에 들지 않아서 그곳을 이탈하여 다른 우리에 들어가는 암탉이 있다고 한다.


그녀는 남의 남편과 교배를 한 후 자신이 원래 살던 우리로 반드시 돌아온단다.


자~ 여기서 질문!


바람피우고 돌아온 암탉에게 수탉은 어떤 벌을 내릴까?


그곳의 임금님인 수탉은 그 암탉을 직접적으로 응징하는 품위 없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바람피운 암탉을 응징하는 것은 바로 나머지 19마리의 암탉들이다. 낯선 냄새를 감지한 그녀들이 뾰족한 부리로 차례로 돌아가면서 똥꼬를 한 번씩 콕! 하고 찌른다.


한 두 번이 아니라 19번이나 찔리게 되면 바람피운 암탉의 그곳은 찢어져서 내장이 흘러나와 결국 사망하고 만다.


남편이 싫어서 도망갔으면 그냥 그곳에 눌러 살 일이지, 왜 괜히 돌아와서 공공의 적이 되었을꼬! (아마 그곳에서 환영받지 못해 다시 쫓겨왔을지도…)




방목장의 닭들은 대개 사람을 피해서 슬슬 달아난다. 그러나 K가 키우는 닭들은 주인이 나타나면 좋아서 어쩔 줄 몰라 아주 난리가 난다.


푸드덕거리며 주인의 어깨에 날아오르기도 하고, 주변을 맴돌며 온갖 애교를 다 부린다. K가 마치, 열성팬들로 가득 찬 공연장에 등장한 인기 가수 같았다.


닭과 교감하는 인간이라니… 나는 그런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간혹 강아지나 고양이와는 같은 공간에서 늘 함께 생활하므로 교감이 있을 수 있겠으나, 야외에서 방목되는 닭들이 어떻게 주인을 알아보고, 그를 사랑하며 따를 수 있는지 정말 의문이었다.


그에 대해 K는 나의 멘탈을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리는 말을 해주었다.


“나는 닭들과 대화를 합니다. 녀석들은 각자 다 성격이 달라요!”

“어떻게 그게 가능하죠?”

“내가 사람이고 그들이 짐승이라는 경계를 없애야 해요”

“눼???”

“닭뿐만 아니라 모든 동물과 대화가 가능하고, 식물과도 대화가 가능하죠.”

“믿을 수가 없군요.”

“모든 생명이 있는 것은 대화가 가능합니다! 심지어 바위와도 대화를 할 수 있어요. 하나, 바위의 대답은 굉장히 느리답니다!”


동물과도 대화가 가능하고,
식물과도 대화가 된단다!
게.다.가...
가장 답변이 느린 녀석이
바위라니...


그는 도시를 떠나자 도인의 반열에 올랐다.





1편. 기린과 식물 사이의 목숨을 건 눈치작전

2편. 양계장 목사님이 들려준 기묘한 이야기

3편. 자발적 의지를 지닌 선인장의 선택

4편. 겁박받은 비둘기가 보인 행동

5편. 한 밤중의 엘리베이터

6편. 트라우마 겪는 살인 현장의 식물은 결국 이렇게 된다.

7편. 어느 날 금붕어가 내게 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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