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죽 솟은 롯데월드 타워가 예쁘지 않다고 말했지만 그것을 싫어하지는 않는다.
물론 그 안에 내가 좋아하는 러쉬나 플라잉 타이거 같은 가게, 아니면 맛있는 치킨 샌드위치나 딤섬을 파는 식당이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그 생경하게 솟아 있는 모양새 자체가 가장 큰 이유다.
스카이라인을 세로로 가르고 올라온 기세도 배가 불룩 나온 완만한 곡선도, 아무리 봐도 익숙해지지 않지만 한편으로는 그게 눈길을 끈다. 어색하고 비뚠 것이 일종의 키치함이나 귀여움으로 시선을 사로잡고, 피식 웃고 넘긴 묘한 B급 감성의 유머가 오히려 계속 떠올라 웃음이 나오듯이.
게다가 나는 중심이 되는 것들을 좋아한다. 예를 들어 높은 봉우리, 혼자 서 있는 탑 같은 것들. 동네의 중심. 도시의, 그리고 세상의 중심.
여행지에서 그런 것들을 만나면 기쁘다. 이 동네에서 사는 사람들의 눈에 항상 담겨있으리라 생각하면 경외심마저 든다. 그런 것들은 의도하지 않아도 상징이 되고, 중심축이 된다.
중심이란 것은 모여드는 구심점이고 돌아올 이정표다. 언제든 떠날 수 있고 돌아올 수 있다.
내가 태어나 자란 동네는 산으로 둘러싸인 가운데에 있는 분지 지형이다. 그곳에서 벗어나지 않고 계속 살아왔다. 대학도 집에서 걸어서 다녔고 길게 벗어난 것은 여행을 다녀올 때뿐이었다.
그러나 산맥은 중심이 아닌 울타리다. 나를 품어주는 테두리. 그래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
혹은 멀리 벗어나서 보면, 그제서야 그곳이 내 삶의 중심이었음을 알게 될까.
여행의 즐거움이 유랑 후 돌아갈 집이 있음에서 비롯되듯 나는 오늘도 나의 중심에 대해 갈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