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살이 찌고 있다

무시무시하게 배가 부풀어오르고 있다

by Scarlet

살이 찌고 있다. 나이가 들어 가면서, '살이 찌는 것'의 무서움을 실감한다.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살이 찐다는 건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첫재로는 근육이 사라진다는 것. 근육이 없어지면서, 점점 지방이 연소되지 않는 거다. 두 번째론 몸이 구부러진다는 것. 코어 근육이 없어지면서, 점차 몸을 곧게 펼 힘이 없어진다. 그러면서 몸이 점점 구부정해져서, 기본적인 자세가 비뚤어진다. 세 번째로는 맞는 옷이 없어진다. 배가 점점 동그랗게 부풀어 나오기 시작하면서(아무래도 복부지방이 엄청 차는 모양) 고무줄이 아닌 옷을 입기 어려워졌다. 원피스도 몸에 딱 붙는 친구는 입기 어렵겠다 하는 기분이다. 어쩐지 막막한 기분으로 글을 쓰고 있다.


살이 찐 것이 두렵다. 이제껏 살면서 살이 이렇게까지 쪄본 적이 없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평소에 먹는 것을 먹고, 평소에 자는 만큼 자고, 평소에 지내는 만큼 지내고 있는데 이상할 정도로 살이 찐다. 예전에는 운동을 했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차가 없었기 때문에 그만큼 움직여야 해서 그랬던 것일까. 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리가 어지럽다. 왜 예전에는 괜찮았던 게, 이제 와서 괜찮지 않은 걸까. 나이를 먹었다는 사실을 통감한다.


이쯤되면 운동이 일상이 아닌 생존으로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운동을 했기 때문에 더 많은 살이 쪘다는 기분이다. 운동을 하며 먹성이 늘었는데, 정작 운동을 그만둬도 그 먹성은 도통 줄지 않은 까닭이다. 이렇게 탓을 하고 싶은 것은, 운동을 가기 싫다는 마음이 더 크기 때문일 테지만, 이젠 이 문제는 가볍게 볼 수 없게 되었다. 나는 다이어트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저, 몸이 과거에 지내왔던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랄 뿐이다.


내 '일상'에서, 걷다 지치는 일은 드물었다. 내 '일상'에서 옷이 내 몸에 맞는 것은 당연했다. 내 '일상'에서, 죽 뻗는 일직선의 자세를 삼십 분 정도는 유지할 수 있었다. 이 세 가지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고, 나는 문득 내 배를 진지하게 확인하게 되었다. 말랑하고 허물어질 듯한 배가 아니라, 마치 임신한 사람 마냥 탄탄하게 부풀어오르는 배를. 이건 확실히 정상이 아니었다. 적어도, 내 '일상'에 맞는 일은 아니었다. 살이 쪄서 무서운 게 아니다. 내 일상이 무너지는 게 무서운 거다.


점심을 먹은 뒤 산책을 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동안 열심히 걸었지만, 운동 효과는 거의 없다시피했다. 아니, 지금의 문제를 조금 늦춰준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나는 꽤 심각하게 이 문제를 받아들이고 있다. 점점 오랫동안 앉아있기 어려워지고, 집중이 잘 되지 않으며, 옷을 낑낑대며 끌어올리지 않는 날이 없고, 배가 항상 고무줄에 걸려서 땡기는 이런 문제들. 그렇다. 이제 내 눈앞으로 운동이라는 실질적인 해결책이 다가오고 있다.


알고 있다. 나는 운동을 싫어하고, 운동하는 것을 불편해한다. 하지만 그건 내가 정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었다. 몸이 정할 문제였던 것이다. 아마 다시 운동을 시작하면, 나는 땀을 흘리며 운동을 시작한 나를 미워하게 될 것이다. 한동안은 더 빨리 지치고, 더 빨리 잠들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일상을 돌려받기 위한 노력을 나는 해야만 한다. 나는 내 일상을 이미 한참 잃어버린 상태이고, 그걸 꽤 늦게 깨달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아름다움을 위해, 혹은 여러 가지 다른 목적을 위해 하는 운동을 존중한다. 하지만 다이어트를 위한 목적으로는 딱히 무언가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내 일상과 관련된 문제라면, 나는 아마 긴장하며 일상에 다시 임할 것이다. 그게 내 일상을 되돌려받을 수 있는 방법이니까! 힘들어도 해야만 하는 문제인 것이다. 오랜만에 무릎 보호대를 꺼내야겠다. 발목 보호대도 꺼내야겠다. 몸을 챙겨 가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나는 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다.

해야만 하는 문제에 직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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