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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연미 Aug 20. 2018

플라스틱으로 프리미엄이 된 가구

이탈리아 가구 브랜드 '카르텔'의 프리미엄 디자인

처음으로 프리미엄이 된 플라스틱이 있다. 바로 이탈리아 가구 브랜드 카르텔 (Kartell) 의 이야기다. 루이고스트 의자는 프랑스의 루이 15세 시기에 유행하던 신고전주의 조류를 반투명 폴리카보 네이트 소재로 재해석한 것이라고 한다. 육안으로 꼼꼼히 비교해보면 진품과 차이를 느낄 수 있겠지만 플라스틱은 복제가 쉽다. 처음이 어렵지 따라하는 것은 무척 쉽다. 그렇다면 플라스틱 의자가 어떻게 전세계에 모조품이 넘쳐나도록 인기 있는 의자가 되었을까? 핵심은 소재의 파격성을 완성시켜준 화학전문 회사들과의 협력과 팝아트 디자인을 간결한 이미지로 끌어올려준 외부 디자이너와의 협업이었다.


1960년대 처음 카르텔이 플라스틱이라는 소재로 가구를 만들겠다는 행보는 한마디로 미친짓이었다고 한다. 책 《이탈리아 브랜드철학》 에 따르면 이탈리아 가구브랜드 카르텔을 창립한 줄리오 카스텔리는 노벨상을 수상한 화학자 줄리오 나타 밑에서 훈련받은 화학 엔지니어 였다고 한다. 초기에 자동차 액세서리와 스키용품 등을 만들어 팔다가 점차 그릇, 생활용품, 가구 등으로 옮겨갔다. 당시 깨지기 쉬운 도기 그릇과 철양동이 같은 무거운 용품을 쓰던 상황에서 가볍고 색상도 독특한 플라스틱 제품이 나오자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성공을 발판으로 1963년 카스텔리는 테이블과 서랍장 같은 가구를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팔기 시작한다. 그러나 감각적인 디자인의 플라스틱 가구는 당시 고전적인 디자인이 대세였던 보수적인 이탈리아나 유럽 지역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그래서 유럽 대신 과감하게 미국으로 눈을 돌려 뉴욕 소호거리에서 첫선을 보인다. 젊고 모던한 분위기와 팝아트가 유행인 뉴욕에서 더 먹힐 것이라는 촉이 맞아 떨어졌다. 그렇게 이탈리아 브랜드이지만 뉴욕에서 먼저 성공을 거두고 유럽에서 성공을 이어갔다. 그러나 플라스틱이라는 것이 따라하기 쉽다 보니 어느새 저가 모조품이 판을 치게 되고 다시 경영난에 빠지고 만다.


이에 대한 카르텔의 결심은 플라스틱 가구의 명품화였다. 그간 여러 플라스틱 소재를 연구했던 자산을 기반으로 디자인 완성도를 명품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그리하여 프랑스 산업 디자이너, 필립 스탁을 찾아갔다. 바로코 양식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투명한 루이고스트 의자는 보일 듯 말 듯한 실루엣과 파격적인 시도로 카르텔을 명품 가구 브랜드 반열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루이고스트 의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가구로 기록되었다.


필립스탁고 협업한 카르텔의 루이고스트


월간 <디자인>에서 진행한 카스텔리의 사위이자 현재 대표인 클라우디오 루티와의 인터뷰 기사에서 그는 아직도 필립 스탁을 만나 오랜 시간 동안 디자인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디자이너가 갖고 있는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예술적인 디자인을 상용 제품으로 만들기까지 회사에서 투자하는 시간과 개발 비용은 엄청나다고 한다. 타임리스 디자인 작품이 출시되기까지 아이디어 단계에서 최종 생산 직전까지 사장되는 디자인과 시제품이 무수히 많기 때문이다.


길게 투자하기 위해서는 브랜드의 뚝심과 철학이 있어야 하며, 디자이너의 세계를 존중하고 기다려줄 수 있는 신뢰가 있어야 한다. 그리 하여 1949년에 설립된 카르텔은 아직까지도 자체 공장이 없다고 한다.

디자인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그간 카르텔이 함께한 40여 명의 디자 이너들의 작품을 한국 디뮤지엄 ‘플라스틱 판타스틱’전에서 전시하기도 했다.


“가구 하나를 만드는 데 1~2년이 걸립니다. 굉장히 많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이를 발전시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처음이 힘들고 있는 것을 똑같이 만드는 것은 쉽죠.”

– 클라우디오 루티, 카르텔 대표, <중앙일보> 인2017년 9월 14일 인터뷰 중.


카르텔의 클라우디오 루티 회장과 디자이너 필립스탁


포장마차, 편의점이나 일상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국민 플라스틱 원형의자를 누구나 알 것이다. 이 파란색, 빨간색 원형 의자에 이름이 있었나? 싸게는 3,240원부터 판매되는 이 의자는 업소용 플라스틱 의자, 야외 의자, 간의 의자 등의 이름으로 불리지만 뚜렷한 브랜드 이름은 없는 것 같다. 그런데 만약 여기에 누군가 이름을 붙이고 예술적 감각과 위트를 불어넣고 색상을 세련되게 뽑고 유통 채널을 잘 기획한다면 이 또한 브랜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패션위크에서 루이고스트 의자에 앉은 영국 여왕과 안나윈투어 보그 미국 편집장


프리미엄은 일상에서 쉽게 보고 접하는 물건에 하나의 차이를 만들어 업그레이드하는 과정이다. 익숙하지만 뭔가 다른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아마도 그건 나도 하겠다고 생각하겠지만 브랜드를 만드는 것은 누가 어떻게 기획하고 먼저 실천에 옮겨 실행하는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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