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좆됐다. 아무래도 좆된 거 같다.' 소설 <마션> 중에서
소설 <마션>의 첫 문장처럼 2020년 6월. 나는 내 인생을 놓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망했다. 아무래도 망한 거 같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제출한 드라마 공모전에서는 모두 다 떨어질 것 같았고(실제로 다 떨어졌다), 이제 더 이상 생활할 돈이 없었고(실제로 빚이 더 많았다), 무엇보다도 무언가를 더 이상 쓸 힘이 나에게는 없었다.
무언가를 더 이상 쓸 힘이 없다는 사실이 가장 절망적이었다. 머릿속은 텅 비었고 우울했다. 내부적으로는 그랬고 외부적으로는 부모님의 눈치가 보이기 시작했다.
2013년 동화 단편으로 문학상을 탔던 나는 그 후에 동화 장편을 써 도전했으나 최종심 두 번 오르는 것이 최대 성과였고, 그 뒤로 돈을 벌기 위해 웹툰 스토리를 썼었다. 웹툰 스토리는 내가 처음 기획한 것과 다르게 성인 스토리로 탈바꿈을 해서 세상에 나왔고 덕분에 2~3년 먹고 살 수 있었지만 19금 성인 웹툰이라 누구에게도 제목을 알린 적이 없었다. 그래도 그 성인 웹툰 덕분에 돈은 벌어 드라마 쓰는 공부를 할 수 있었고 생활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돈은 1년도 못 가 다 사라졌고 다시 0, 아니 마이너스 상태가 되어 머릿속은 온통 ‘망했다’로 채워졌다.
‘당장 다음 달 생활비가 없는데...어쩌지?’
그리고 드라마를 써 보겠다고 부모님과 약속한 것이 딱 5월까지였다. 6월부터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한 달에 100만원을 벌겠다고 엄마와 약속을 한 터였다. 드라마를 쓸 수 있는 시간은 지났고 성과는 없고 이제 무슨 일이든 해야만 했다.
‘글만 쓰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막막했다.
더구나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충남에 위치한 시골 중의 시골이었다. 내가 할 만한 적당한 일이란 게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나이도 많고, 사회적 경력도 없고, 덩치는 좋지만 체력은 몹시 약했다.
‘나 진짜 망했구나.’
그래도 소설 <마션>의 주인공처럼 화성에 홀로 남아있는 건 아니지 않은가!
나는 다시 힘을 내보기로 했다.
내 환경은 화성 한 복판이 아닌 대한민국 한 복판! 대한민국은 인터넷 강국으로 수많은 알바앱이 있지 않은가!
나는 마지막 희망의 끈을 잡은 채 알바관련 앱을 설치하고 일자리를 찾아보았다. 2020년 5월은 코로나가 극성인 시기로 가장 핫한 부문은 마스크 공장이었다.
“와- 월 300!”
공장 일을 해본적도 없으면서 한 달 월급에 눈이 돌아갔다. 하지만 체력에 자신이 없었다.
다른 일자리를 찾아보았다.
내가 살던 곳에서 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신도시가 생겼는데 그 지역에 일자리가 많았다.
‘경력 없고 나이 많은 내가 할 수 있는 일.’
결국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은 학습지 선생님이었다.
주기적으로 선생님을 구하는 것으로 보아 불안정하고 입사, 퇴사가 잦은 편인 것 같았다. 일단 똥오줌 가릴 처지가 아니니 학습지 회사로 전화를 걸어 면접을 신청했다.
‘교재같은 걸 구매하라고는 안하겠지?’
전화를 끊고 유튜브로 학습지 선생님 일을 하는 브이로그를 찾아보았다. 20대의 젊은 여자 선생님이 학습지를 들고 학생들의 집을 드나들며 일을 하고 있었다. 영상을 보면 볼수록 걱정과 불안, 기대와 희망. 복합적인 감정들이 밀려왔다.
나는 ‘차로 30분을 가는 곳이니 가는 김에 다른 곳 면접도 보자’라는 생각으로 앱을 샅샅이 뒤졌다.
그때 내 눈을 사로잡는 구인글이 있었다.
- 책읽기와 글쓰기를 가르칠 선생님을 구합니다.
‘책읽기와 글쓰기? 그건 내가 유일하게 잘 할 수 있는 일인데?’
그런데 취업 조건이 4년대 졸업생이었다.
내 최종학력은 전문대졸.
나는 4년제 대학에 들어갔다가 1년만 다니다 퇴학 후 창작의 길을 걷겠다면 다시 전문대에 들어갔었다.
‘조건이 안 되니까 전화해봤자 소용없겠지?’
그래도 자꾸만 ‘책읽기와 글쓰기’라는 것이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에잇, 모르겠다! 나는 용기를 내어 그 학원으로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는 사람은 젊은 여자 원장선생님이셨는데 목소리만으로도 나보다 아주 많이 어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저...제가 2년제 대학 졸업자인데 문학상 탄 경력도 있고... 여러 가지 글쓰기를 좀 하거든요. 면접 보러 가도 될까요?”
그 당시 내가 뭐라고 말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돌아온 대답은 다행히 ‘괜찮다’였다. 원장 선생님은 반가운 목소리로 면접에 오라고 하셨다. 그렇게 나는 2020년 6월 첫째 주 목요일에 면접 두 개를 잡았다. 학습지 회사 면접 11시, 책읽기와 글쓰기 학원 면접 1시.
이틀 뒤 면접이었다.
온갖 드라마 대본들이 널브러져 있는 책상에서 나는 생각했다.
‘내가 갑자기 선생님을 할 수 있을까?’
...그런데 소설 <마션>의 첫 문장은
...
소설 <마션>의
마지막 문장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