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여름방학 휴가 중이다.
교사라는 직업 덕분에 휴일이 꽤 많다. 여름방학 7주 외에도 방학이 자주 있는데, 특히 내가 살고 있는 BaWü주는 (Baden-Württemberg) 종교적인 이유로 학기 중간에 1주짜리 방학부터 4주짜리 방학까지 다양하게 있다. 이렇게 보면, 평균적으로 한 달에 2주는 일하고 2주는 쉬는 셈이다. (이상하다... 이렇게 휴일이 많은데도 왜 나는 더 많은 휴일이 필요하다고 느낄까?)
독일 사람들은 휴가에 정말 진심이다.
3일 이상 쉬는 날이면 무조건! 떠난다. 아니, 마치 떠나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 동료 선생님이 떠오른다. 그 선생님은 금요일에 수업이 없어 매주 금, 토, 일요일을 쉬게 된다.
그는 자주 목요일 오후에 여행을 떠나 일요일에 돌아오는데, 그러고 나서 "자주", "매우 자주" 월요일에 병가를 내곤 한다. 사실, 병가로 인한 교사들의 부재는 대부분 월요일과 금요일에 집중되는데, 병가를 내는 사람들은 반복적으로 낸다.
물론, 이를 책임감 문제로만 볼 수는 없다. 사람마다 몸 상태와 면역력이 다르니 무턱대고 비난하기는 어렵다.
방학 전날이 되면 항상 어디로 가냐는 질문을 받는데, 나의 대답은 늘 "아직 계획 없어."이다.
사람들은 종종 휴가 계획이 없는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지만, 나는 쉬는 날에 매!우! 즉흥적인 편이라서, 그날그날의 기분에 따라 움직인다. 또한, 모든 고양이 집사들이 그렇듯이 나도 슈무지와 떨어지면 '집사로서' 분리불안 증세가 있기에 되도록이면 당일치기 즉흥여행을 즐기는 편이다.
반면에 동료 선생님들은 대부분 철저하게 계획된 여행을 선호한다. 그들은 주로 이탈리아, 프랑스, 혹은 스페인으로 떠나는데, 방학 기간이 되면 사실상 전부 옆 나라로 가기 때문에 독일 내에서 휴가를 보내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적다. 방학이 시작된 지 3주가 지난 지금 (벌써 3주나 지났다니..), 나는 당일치기 여행을 자주 했고, 과연, 독일 내 휴양지를 가보아도 사람이 영~ 없었다. 모두가 나라를 떠나기 때문이겠지.
독일인들이 "휴가비용을 충당하려고 일한다"는 농담을 괜히 하는게 아닌가보다.
여행을 다니면 물론 좋다. 기분도 전환되고. 더군다나 이곳에 사는 동안 지리적 이점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10월까지 정해진 지출이 있어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다. 에효
언젠가 슈무지와 함께 바다에 가보는 것이 내 소원이다!
여행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이 상황이 우울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다행히 집순이 기질이 있어서 휴가에 대한 강박관념이 없다. 집에서 쉬는 것도 참 좋다.
또한, 집에서 2분 거리에 큰 호수가 있어 자주 수영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주말이나 휴일에는 호수가 북적거리지만, 사람들이 휴가 시즌에야 찾는 이곳을 나는 원할 때 갈 수 있으니,
'암, 나는 휴양지에 사는 것과 다름없어. 이 얼마나 행운인지' 하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결국, 휴가는 단순히 어디로 떠나느냐가 아니라, 그 시간을 어떻게 즐기고 자신을 어떻게 재충전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 같다.
나는 즉흥적인 여행 속에서 작은 행복을 찾는 것이, 동료들이 계획된 여행에서 느끼는 만족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돗자리를 챙겨 호수로 향한다.
뜨거운 햇살 아래서 몸을 태우며, 휴가의 여유를 만끽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