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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스텔라 Aug 21. 2024

사소한 문화차이: 수영 그리고 누드비치

집 앞에는 Seepark이라는 큰 호수가 있다. 이곳 '호수공원'은 프라이부르크 주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휴식 공간이다.

공원에는 수영장, 놀이터, 미니골프장, 레스토랑 등이 있어 다양한 즐길 거리가 있지만, 이곳을 찾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호수에서의 수영과 잔디밭에서의 ‘여유로운 휴식’ 때문이다.

Flückigersee im Seepark - Freiburg - Badische Zeitung TICKET (bz-ticket.de)

햇살이 좋은 날이면 호수 주변의 잔디밭은 태양을 즐기며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로 가득 찬다.

여기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데, 초록 잔디에 누워 있는 사람, 수건이나 돗자리 위에서 책을 읽거나 일광욕을 하는 사람, 노래를 듣거나 핸드폰을 사용하는 사람, 여러 명이 함께 음식을 나누며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 명상을 하는 사람, 태극권이나 기공 같은 운동을 하는 사람,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까지 다양한 모습들을 볼 수 있다.


나는 여름이면 돗자리에 누워 햇빛을 쬐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한참 동안 누워 있다가 너무 더우면 호수에서 수영을 하고, 그 후 다시 햇빛을 즐기며 휴식을 취하곤 한다. 선글라스를 써도 햇살이 너무 강해 책이나 핸드폰을 보기가 어려워, 나는 그저 태양의 따스함을 온전히 느끼며 시간을 보낸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누워 있는 이 시간은 내 일상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자 소중한 취미 생활이다.

수영을 좋아하긴 하지만, 한참 즐기다가도 불현듯 물의 깊이를 인식하는 순간 갑작스러운 두려움으로 무서워질 때가 있다. 그래서 나는 오랜 시간 수영하기보다는 10-15분 정도 짧게 수영하는 것을 선호한다. 물론 튜브가 있다면 1시간 동안 수영도 가능하다!


가끔 누워서 주위를 둘러보면 흥미로운 광경도 목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사람들이 갑자기 자전거를 멈추고 옷을 벗은 뒤 나체로 호수에 뛰어드는 경우. 계산되지 않은 타이밍에 갑자기 남의 벌거벗은 몸을 아주 밝은 곳에서 직접적으로 볼 때면 처음에는 '아이쿠' 하면서 시선을 돌리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익숙해져서 그냥 자연스럽게 쳐다보기도 하는데, 내 몸 말고 다른 사람 몸을 보는 게 신선한 경험이다. 하하

 

독일에는 FKK(Freikörperkultur)라고 불리는 누드비치 구역이 있다. 내가 사는 주에는 나체로만 수영할 수 있는 12개의 공식적인 장소가 있지만, Seepark에는 명확하게 구분된 구역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드비치 존은 존재하는데, 아마도 한두 사람이 특정 구역에서 나체로 수영을 시작했고, 그 후로 자연스럽게 그곳이 모두가 인정하는 누드비치 존이 된 것 같다.


누드비치 존에서는 옷을 입어도, 벗어도 상관없다. 반대로, 누드비치 존이 아닌 곳에서도 원한다면 옷을 벗고 수영할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한국과 독일의 문화 차이다.

독일에서는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이 편안하고 원하는 대로 행동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한국에서는 날씬하지 않으면 비키니를 입는 것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지만, 독일에서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뱃살이 있든 출렁거리든, 가슴이 작든, 제모를 하지 않았든 아무런 상관이 없다


누구도 그것에 대해 뭐라 하지 않는다. 물론, 자신이 그 모습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 전제지만 말이다!


나 역시 처음에는 비키니를 입고 활보하는 것이 어색했지만, 지금은 그런 부담 없이 자유롭게 일광욕과 수영을 즐긴다. 나도 내가 원하는 이상적인 몸매를 가지고 있지 않기에 가끔은 '하.. 살을 좀 빼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렇다고 내 몸을 숨기지 않는다. (아~~무도 신경 안 쓴다!)


다른 사람들은 나에 대해 내가 생각하는 만큼 큰 관심을 가지지 않는 데다가 설령 누군가 내 몸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한다 해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 그럴 때는 'Na und?, so what?' (그래서 뭐?)라고 생각할 뿐이다.


여기에 살면서 생각하는 게 많이 바뀜을 느낀다.

예전에는 누가 나와 다른 생각을 하거나 날 비난 할 때면 상처를 받고, 남 신경도 많이 쓰고 눈치를 봤었는데, 이제는 그래 넌 그런 생각을 가졌구나. 그래 너는 그렇구나 하고 넘어간다.


누가 뭐라 하든 난 그냥 이렇게 맘 편~히 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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