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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스텔라 Aug 26. 2024

독일도 이젠 덥다: 더위 먹은 그대

Schwarzwald - Schluchsee

내가 사는 프라이부르크를 감싸고 있는 검은 숲 (Schwarzwald).


검은 숲은 독일의 휴양지로 꼽히는 곳이며, 이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호수는 티티제(Titisee)이다.

하지만 너무 관광화된 탓에 현지 독일인들은 티티제보다는 슐룩제(Schluchsee)를 더 선호한다.

독일인들이 예찬하는 슐룩제, 나는 이해를 할 수 없었다.


2022년 어느 추운 겨울날, 나는 기차를 타고 이동 중 환승 시간이 길어 잠시 슐룩제 호수 주변을 거닐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너무도 황량하고 생기 없던 마을에 매우 실망했었는데 아마 너무나도 추운 한 겨울날이라 동네가 꽁꽁 얼어있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아무튼 그 당시에 ‘에이.. 영~ 실망인걸. 다시는 안 와야지' 했었는데.. 시간적 여유가 생기니, 매번 가는 호수 말고 다른 호수에서도 수영을 하고 싶어 슐룩제를 다시 방문해 보기로 한다.  


방학중이라 그런지 기차에는 이동하는 사람들로 꽉꽉 차있었고, 다들 어디를 가는지는 모르겠으나, 큰 배낭들을 메거나 바닥에 두고 있었다. 걸어 다니다가 얼떨결에 어깨와 발로 많이 쳤다. (껄껄)

이동하는 사람들로 꽉 찬 기차 안, 그리고 독일의 전형적인 여행배낭

호수 전경을 먼저 보고 싶어 호수를 끼고 걷는 짧은 등산 코스를 선택했는데, 무더운 날씨 탓에 낮은 난이도의 산행임에도 금세 지치고 말았다. (여름이 점점 더 더워진다.)


다행히 야침차게 얼려온 얼음물 덕분에 잠시나마 더위를 잊을 수 있었다.


두 시간 남짓 열심히 올라가 보니 멋진 호수 전경이 보였다. 크.. 생각 외로 너무 멋진 풍경에 살짝 감동했다.

하지만 이토록 멋진 풍경도 나의 힘듦과 더위를 이기진 못했다.

물에 적신 손수건을 머리에 얹어보고 물을 마셔도 뜨끈뜨끈 더위는 사라지지 않았다.


겨우 산에서 내려와 호수보이는 식당에서 뭐라도 먹기로 하며, 어디가 좋을지 고민하던 중, 사람들이 많이 모인 호수 앞 전망 좋은 곳을 찾았다.


"어머.. 호수 전경이 보이는 식당이라니, 맥주 맛이 끝내줄 것 같아!"

우리는 너무나도 기쁜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은 듯한 기분이었달까.

과연, 멋진 풍경이로다 허허


하지만 내가 너무 많은 걸 바랐던 걸까? 음식은 형편없었다.

누가 봐도 직접 요리를 한 것 같지 않은 냉동식품을 15유로 (2만원) 씩이나 받고 팔다니. (이런 도둑놈들!)


매우 실망스러웠지만, 호수 전경을 봤으니 만족해야 하는 거겠지.


작은 휴식을 취하고 돌아오는 길. 해발 900미터의 이 깨끗한 물에서 수영을 할 생각에 신이 난다.


하지만... 지리를 모르는 관광객인지라 사람 많은 쪽으로 걸어가 보는데, 보트와 배들이 지나다니기 때문에 수영을 하지 말라는 팻말이 쓰여 있다. 수영금지 지역이다. (아.. 안돼..)


그런데 어린이들은 첨벙첨벙 물장난을 하는데 어른들은 안된다니. 뭔가 이상하다..

이상하긴 하지만 아쉬운 대로 발을 담그고, 모자를 물에 푹 적셔 머리에 얹으니 시원해서 기분이 금세 좋아진다. (난 단순하다... 하하)

돌아오는 길, 아직도 큰 배낭을 메고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로 붐빈다. 대체 어디가 목적지인지 원.


비교적 햇빛과 더위에 강한 나는, 햇빛을 쬐며 신나게 걸어 다니던 중 함께 여정을 같이한 친구의 정신이 혼미해 짐을 느꼈다. 너무 더운 모양이다..

모자에 물을 뿌려주며 "어때, 시원하지? 배고프다. 밥 먹으러 가자!" 하고는 신나서 걸어가려는데, 그의 눈은 이미 팽~ 돌아있었다. '이런.. 이건 밥이고 뭐고 다 틀렸다'.


그렇게 더위를 먹고 쓰러져 있는 그를 보자니 선풍기라도 사야겠다 싶어 선풍기를 사러 가 본다.

14년간 마땅한 선풍기 없이 여름을 지냈는데, 이제 정말 기후가 변화하나 보다.  


나도 있다 선풍기!

선풍기바람 참! 시원하다!




검은 숲의 깊은 역사가 궁금하시다면, '재독 바다청년' 작가님의 글을 참고하시면 좋습니다!

검은숲 https://brunch.co.kr/@sun-4235/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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