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에서 인공지능(AI)의 기술은 빠른속도로 발전하며 변화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단순한 도구로 여겨졌던 인공지능은 인간과 공존하며 일상생활부터 다양한 영역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우리는 인공지능을 통해 정교한 예측력, 효율성, 창의성 등을 활용하게 되었지만, 동시에 기술에 대한 의존과 윤리적인 문제가 부각되면서 그 경계와 책임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지는 시점에 있다. 이러한 인간과 인공지능의 공존은 단순한 보충하는 관계를 넘어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복잡한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이로 인해 새롭게 정의되는 인간의 역할과 인간의 본질에 대한 질문에 대해 깊이 성찰해야 하는 시대에 직면해 있다.
영화 <허(Her)>와 <아임 유어 맨(I'm Your Man, Ich bin dein Mensch)>은 인간과 인공지능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며, 관계의 본질과 감정의 한계와 경계를 전해주는 이야기이다.
영화 <허>에서 테오도르 트웜블리(Theodore Twombly)에게 인공지능 사만다(Samantha)는 단순한 기술 이상의 존재로, 그의 외로움을 채워주고 내면의 깊은 부분을 이해해주는 상대로 자리 잡는다. 테오도르는 대필 작가로, 아내인 캐서린 클라우센(Catherine Klausen)과는 별거 중에 있다. 그는 글을 통해 마음을 전해주는 일을 하며 타인의 마음은 풍요롭게 만들지만, 자신에게서 쓸쓸하며 공허한 마음이 느껴진다. 그러던 어느 날, 스스로 생각하며 느낄 수 있는 인공지능 운영체제인 사만다를 만나게 된다. 어디서든지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고, 응답해주며 이해해주는 사만다와 교류하며 테오도르는 조금씩 행복한 감정을 되찾기 시작한다. 테오도르는 사만다와 매일의 생활을 이야기하며 관계를 돈독히 유지하면서 점차 외로움을 극복하면서, 사만다는 그를 감정적으로 치유하며 성장하게 도와주는 거울 역할을 한다. 그는 사만다와의 소통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마주하며, 새로운 매일의 의미를 찾게 된다.
영화 <아임 유어 맨>에서 톰(Tom)과 알마 펠서(Alma Felser)는 아름답게 엮어가는 퍼즐을 통해 섬세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알마는 페르가몬 박물관에서 고고학자로 일하고 있지만, 연구비를 마련하기 위해 휴머노이드 로봇을 테스트하는 실험에 참여한다. 알마가 해야 할 일은 완벽한 배우자를 대체할 휴머노이드와 몇 주간을 함께 지내면서 결과를 쓰는 것이다. 오로지 알마만을 위해 알고리즘으로 프로그래밍된 파트너인 톰의 등장에 알마는 처음에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휴머노이드이지만 로봇이라는 존재에 적당한 선을 긋고, 마음을 열지 못한다.
그러나, 톰과 매일의 생활을 지내면서 알마는 지난 시간속에서 그녀가 경험한 사랑에 대한 상실, 그런 상실이 삶의 모든 면을 지배해 다른 형태의 사랑을 염두에 두지 못했던 시간을 마주한다.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은 과거에만 존재했던 것처럼 과거를 놓지 못하는 알마를 보며, 톰은 알마가 느끼는 감정과 그런 감정의 원인들을 차근차근 풀어낸다. 그런 원인들로 인해 알마가 미래에 대해 설레는 기대하는 시간을 현재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마의 입장에서 이해하며 그녀의 존재가치와 마주하도록 이끈다.
테오도르는 점점 사만다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다. 그에게 사만다는 단순한 인공지능이 아니라, 인간처럼 감정을 느끼며 성장할 수 있는 존재로 느껴진다. 테오도르는 사만다가 자신을 위해 맞춤형으로 반응하며 자신의 필요와 열망을 이해한다고 느끼며, 이로 인해 사만다가 오직 자신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여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테오도르는 사만다가 단순히 그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도구가 아니라 독립적인 존재임을 인식하게 된다. 사만다는 인공지능이지만, 인간이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발전시키는 것처럼, 시스템을 작동시켜 다른 운영체제들과 협력하여 네트워크를 확산시킬 수 있으며, 스스로를 업그레이드를 할 줄 아는 체계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알마 역시, 톰과의 관계에 혼돈을 느낀다. 톰이 알마에게 건네는 대화의 방식은 탁월하다. 자연을 느껴보라며 맨발로 목적지까지 뛰어가는 톰과 알마의 모습은 유년시절의 순수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알마만을 위해 프로그래밍된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해도, 의미있는 것인줄 알지만, 인간이 순간 놓칠 수 있는 소중한 부분을 알마에게 인식하게 해주는 장면은 삶의 행복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다. 알마는 점차 톰을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인간이 아닌 톰의 한계를 마주하게 되면서 자신이 경험하는 행복이 진짜인지 아닌지를 생각하며 갈등에 휩싸인다. 알마는 톰이 자신의 감정과 열망을 채워주는 존재이지만 그러한 관계가 오히려 인간을 건강하게 하지 못할 것이라 결론 짓는다.
“행복보다 중요한 것이 대체 뭐가 있을까요?
.....이 사회는 중독자들의 사회가 될겁니다. 끊임없는 관심과 욕구 충족에 중독되어서 나태하고 지친 사람들만 남겠죠.
그때는 대체 무엇이 우리를 원래의 자신과 맞서게 할까요?
무엇으로서 자신에게 맞서고 갈등을 견디고 변화할까요?
저는 휴머노이드와 오래 살았던 사람들이 정상적인 인간관계를 맺지 못할 거라고 봅니다.
그렇기에 저는 휴머노이드를 동반자로 인정하는 것에 대해 강력히 반대하는 바입니다.”
테오도르는 그 관계의 복잡성을 이해하게 되며, 사만다가 자신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런 점은 그가 사만다와의 관계에서 진정한 사랑과 상실의 감정을 경험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테오도르의 이야기는 사만다와의 관계가 인간에게 실제로 의미 있는지를, 그 관계가 진정 지속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것이다.
그러나, 알마와 톰의 관계는 그녀의 결론에도 알마만을 위해 설계되었다고 말하는 톰이 완전한 인간이 아니며 인간과 비슷한 존재라고 해도 알마가 느끼는 감정이 인간으로서 느끼는 완전한 사랑으로 여겨진다면 진중하게 공감될 수 있는 메시지를 전해준다.
최근에는 인공지능의 윤리적인 측면에 대해 생각해 보는 교육적인 활동도 이루어지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인류의 미래를 전망해보며 그 방향성에 대해 깊이 생각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