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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책자 C Jul 01. 2024

마이너들에게 보내는 응원

아이유, <Celebrity>

   중학교 3학년, 앳된 모습으로 데뷔했던 아이유가 올해로 활동 15년이 되었다고 합니다. 데뷔 초 마시멜로 의상을 입고 뒤뚱거리며 노래를 부르던 모습이 아직 눈에 선한데 벌써 서른한 살이 되었네요. 어린 나이에 데뷔한 가수들이 반짝 했다가 사라져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아이유는 시간이 흐를수록 노래, 작사, 작곡, 연기까지 점점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줘 흐뭇합니다. 특히 직접 작사한 가사들을 들여다보면 점점 아티스트이자 한 사람으로 성숙해 가는 모습이 보이는 듯해 감탄하곤 합니다. 참 잘 컸다!


   아이유 노래 중에 <Celebrity>, <라일락>, <팔레트>, <Love poem>, <밤 편지>는 저의 플레이리스트에 들어 있어 하루나 이틀에 한 번은 꼭 듣습니다. 가끔은 스포티파이에서 만든 'This is IU' 리스트를 재생하며 새롭게 좋아지는 노래를 발굴하기도 하죠. 그중 작년부터 지금까지 일년 동안 질리지 않고 빠져 듣는 노래가 <Celebrity>입니다. 특히 가사가 정말 마음에 들어 여러 지인들에게 추천하기도 했고요. 왠지 한쪽 구석에서 코가 빠져 있는 누군가에게 보내는 응원처럼 들렸습니다.


https://youtu.be/0-q1KafFCLU?si=CP9zXBtd98my2wZU



세상의 모서리 구부정하게 커버린 골칫거리 outsider
걸음걸이, 옷차림, 이어폰 너머 play list 음악까지 다 minor
넌 모르지 떨군 고개 위 환한 빛 조명이 어딜 비추는지
느려도 좋으니 결국 알게 되길
The one and only You are my celebrity
잊지마 넌 흐린 어둠 사이 왼손으로 그린 별 하나
보이니 그 유일함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말야
You are my celebrity celebrity You are my celebrity
지쳐버린 표정 마치 전원을 꺼놓은 듯이 심장소린 too quiet
네가 가진 반짝거림, 상상력, identity까지 모조리 diet
넌 모르지 아직 못다 핀 널 위해 쓰여진 오래된 사랑시
헤매도 좋으니 웃음 짓게 되길
The one and only You are my celebrity


   유명함 자체가 최고의 가치인 것처럼 선악, 의와 불의를 가리지 않고 무슨 일이든 저지르고 무슨 말이든 내뱉아 인싸, 셀럽이 되려고 하는 시대에 신물이 나던 중 이 노래를 만났습니다. 태생이 마이너여서 그랬는지 아니면 마이너들에게 끌리는 성향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왼손잡이인 엄마는 외할아버지의 엄근진 훈육으로 글씨를 오른손으로 쓰면서도 아직 칼질은 왼손으로 하십니다. 어릴 땐 세상이 오른손잡이에 맞춰져 있으니 오른손을 쓰는 게 본인에게도 더 잘된 일이 아닐까 생각한 적도 있었죠. 그러다 사춘기가 되어서야 오른손잡이에 맞춰진 세상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손 쓰는 것뿐 아니라 다수=선, 소수=악의 구도가 맞는 건지 의심하게 됐죠.


   내가 태어나고 사춘기까지 자란 곳은 인구 3만이 되지 않는 작은 곳입니다. 작은 지역이니 사람들의 네트워크는 촘촘하고 끈끈했습니다. 사생활이란 게 없다시피 했죠. 그러다 보니 동네 사람들 사이에는 암묵적인 규율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눈 오는 날에는 집 앞의 도로를 쓸어야 한다든지, 아침 일찍 여자들이 남의 집에 찾아가지 않는다든지, 동네 아저씨들이 어디선가 고스톱 판을 벌이면 그집 안주인은 국수를 끓여낸다든지 하는 것들이었습니다. 이웃들과 가족처럼 지내는 사람들이 좋기도 했지만, 때론 이해할 수 없는 불합리에 닥치고 따라야 하는 것에 화가 날 때도 많았습니다. 특히 아이, 여자,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가혹한 규칙들이 많았죠. 어린 게 어디서 어른에게~, 아침부터 여자가~, 동네 창피하게 어딜~ 하는 말이 일상이었습니다. 남들과 조금 다른 모습이나 행동을 보이면 '동네 창피한' 꼴로 취급받았죠.


   요즘 아이들은 초등학교에서도 다름은 틀림이 아니라는 교육을 받지만, 80년대 시골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저는 다름은 틀림이라 배웠습니다. 대세에 따라야 한다고. 그렇지만 대세라고 모두 옳거나 좋은 것은 아니었고 그런 규칙을 따르기에 저는 너무 삐딱선을 좋아하는 아이였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X-세대가 대세가 되며 각자의 개성을 강조했지만, 그 시절 개성은 외모에 집중돼 있었습니다. 튀는 헤어스타일과 옷차림을 하고 거침없이 자기 생각(이라고 해 봐야 취향 정도였던)을 말하는 정도로 보였습니다. 그렇지만 어느 쪽이든 한번 시작된 변화는 점점 세력을 넓혀 가기 마련이죠. 점차 다수와 소수, 메이저와 마이너에 대한 담론이 확산되었습니다. X-세대론을 이런 변화의 원인으로 보긴 어렵지만 이런 담론이 확산되는 데에는 어느 정도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21세기가 되고 보니, 이제는 인지도가 가치 척도가 되었더군요. SNS 팔로워가 그 사람의 가치를 증명하는 시대, 진실보다 많은 사람을 낚을 수 있는 정보가 중요한 시대를 살며 어린 시절 시골에서 느꼈던 그 답답함을 다시 느끼곤 했습니다. 그 속에서 인문학과 미디어를 공부하며 이런 상황을 한편으론 분석하고 한편으론 비판했지만 이 노래처럼 소외된 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영향력을 올바른 방향으로 사용하는 아이유가 더욱 기특하게 느껴집니다. 앞으로도 이런 곡을 오래오래 꾸준히 만들어 주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잊지마 넌 흐린 어둠 사이
왼손으로 그린 별 하나
보이니 그 유일함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말야
You are my celebr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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