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에서

by 슈와
광야위의_나무.jpg 광야에서_종이 위의 먹, 펜


오랜 잠에 시달리던 죽었던 나무가


너무 이른 봄에 소생하다


스스로가 나무란 기억을 잊은 채


다리를 내어 정처 없이 텅 빈 광야를 헤매다


이윽고 붕괴하다...




줄기 속에 고이 품어 오던


이상들이




흩 날 리는 찰나...








예전에 캔 속에 식물의 씨앗을 넣고 팔았던 제품이 있는데, 정말 열심히 물을 주어 더 이상 캔 속에서 살기 어려울 만큼 잘 키웠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집에 마당이 있어 그것을 화단으로 옮겨 심었는데 그 줄기가 벽을 타기 시작하자 그 생명력에 감탄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은 이윽고 봉오리가 맺히더니 얼마 후 진분홍의 예쁜 꽃이 피어났습니다. 그 식물의 정체는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콩의 종류였습니다. 꽃이 지면 열매가 자라는 것은 응당 당연한 기대였는데... 그 시기가 이미 기온차가 커진 늦가을의 시작이었다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쉬운 마음에 여러 각도에서 여러 위치에서 그 꽃봉오리를 핸드폰 사진기로 찍었는데 여러 이유로 그 사진도 지금은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젠 기억으로만 의존하고 있는데, 그것도 사실 조금씩 바래져 가며 그때의 안타까웠던 마음만이 겨우 그 꽃의 색과 모양만을 떠올릴 뿐이게 되었습니다.

소중하다고 여겼던 것은 손에 쥐어 간직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시간이 바람이 그것들을 여러 가지 변수를 부려 그렇게 두게 하지 않는 듯이... 결국 기억은 변질되고 그것에 품었던 이상 또한 그 길을 잃게 되는 아닌 것인지...

안타깝지만 안타깝기에 마음은 또 시큰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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