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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에서 집 구하기(3) 희망 편

뉴질랜드 7개월 살기 Day16

by 여행하는 과학쌤

드디어! 뉴질랜드에서 정착할 집을 찾았어! 페이스북에 집을 찾는다는 글을 올렸는데 연락이 온 거야. 우리나라에서는 사용자가 많이 줄어든 SNS지만, 뉴질랜드 사람들은 거래를 할 때 페이스북을 흔하게 이용하곤 해. 중개 수수료가 들지 않기 때문이라나. 대신에 페이스북을 통한 거래는 진위 여부를 가릴 수 없다는 단점이 있어.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지만, 그 누구가 진짜인지 믿기 힘든 곳이지.


그래서 큰 기대 없이 글을 올렸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피터라는 사람에게 페이스북 메시지가 왔을 때도 사실 아무런 믿음이 없었어. 1주일에 560달러짜리 방이 있다길래, 우리는 460 달러 이상 쓸 생각이 없다고 즉시 거절의 메시지를 보냈어. 그랬더니 흔쾌히 100달러를 깎아주는 거야. 심지어 화장실이 딸린 방에 모든 가구가 구비되어 있었고, 관리비와 주차비까지 포함한 가격이었어. 다른 방을 쓰고 있는 사람이랑 거실만 쉐어하는 조건인데 거실도 한없이 널찍했어.



우리에겐 좋은 조건이었지만 의심이 꼬리를 물었어. 방의 상태가 너무 괜찮아 보여서 560달러에도 계약할 사람이 있을 것 같은데 왜 100달러씩이나 손해를 보면서 우리한테 연락을 한 거지? 게다가 처음 방을 보러 가기로 약속한 날, 피터의 삼촌이 수술을 했다면서 갑자기 올 수 없다고 하더라고. 삼촌, 고모, 할아버지.. 온갖 친척의 건강을 이유로 약속을 파투 내는 건 사기꾼의 전형적인 레파토리잖아? 우리는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피터와 다시 약속을 잡았어.


다행히 직접 만난 피터는 사기꾼 같진 않았어. 여러 곳에 집이 있어서 굉장히 바쁘고 부유한 사업가 같았고, 돈 몇 달러가 아쉽지 않아 보였어. 몇 푼 덜 받더라도 빨리 계약을 끝내고 시간을 아끼는 쪽을 택한 것 같아. 정말 감사하게도 피터는 한국인과 일본인 세입자에게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더라고. 파티를 즐기지 않는 조용하고 깨끗한 세입자. 정확히 우리 부부잖아? 우리는 속전속결로 계약을 끝내고 짐을 옮겼어.


한국에서는 아무리 집 구하기가 어렵다 해도 부모님 집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내가 살 집을 알아봤기 때문에 조급함이 없었거든. 이번에 아무런 거처 없이 며칠에 한 번씩 호스텔을 새로 예약하며 떠도는 불안정한 상태를 겪어 보니 보통 일이 아니더라고. 초등학생 때부터 배우던 의식주의 중요성이란 게 이런 거구나 체감하게 되었어. 이삿짐을 정리하고 청소를 하면서도 콧노래가 나왔어. 내일도 모레도 나에겐 돌아올 집이 있다! 그것만으로도 희망과 기쁨이 충만한 상태야.



오늘의 Tip
뉴질랜드는 1주에 한번씩 집세를 냅니다. 처음 계약하면 보증금(bond) 용도의 n주치 집세와 첫 주 집세를 함께 냅니다. 이사 나갈 때는 n주 전에 미리 notice를 주어야 하고, 사전에 알리지 못 했거나 집을 손상시켰을 경우 bond 금액을 돌려받지 못하게 됩니다. 계약서에 집세 내는 요일, bond, notice 기간을 잘 명시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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