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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용 Jan 09. 2018

물류기자의 데이터사이언스 도전기

관계의 고민을 데이터로 해결한다면

'뭐 먹고 살아야 되나'는 누구에게나 고민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어느덧 기자 생활 4년차에 돌입했다만, 내가 잘하는게 뭔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그나마 내 업무 중심으로 잘하는 걸 꼽자면 그래도 한 달에 수십 페이지의 원고를 쓰고, 외부필진 글들을 편집하며 터득한 글쓰기. 근데, 솔직히 내가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1년 전에 쓴 글 보면 부끄럽고, 지금 당장 쓴 글 퇴고하다보면 또 부끄럽다. 이 글도 아마 부끄럽겠지.


그나마 내 업무 중심으로 또 하나의 역량을 꼽자면 네트워크(관계). 사람 만나는게 일이다보니, 한 달에도 수십명과 직간접적으로 만나거나 소통한다. 근데 이것도 어렵다. 사람마다 특성이 다르기에, 관계를 만드는 방법도 재각각이다. 누군가는 날 굉장히 좋아해주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정말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날 좋아해주는 사람, 편한 사람만 만날 수는 없다는게 함정이다.


그래도 먹고 살아야 되긴 하니 조금 더 고민했다. 기자 역량 중 필력은 우리가 문학가는 아니기에 상대적으로 중요한 요소는 아니라 봤다. 물론 기본적으로 글쓰기를 못하면 기자일 자체를 버티지 못할 것이기에, 기본 중에 기본은 맞다.


조금 더 중요한 것은 네트워크다. 이 네트워크를 어떻게 '잘' 형성할 수 있는가는 정말 큰 숙제다. 아마 평생의 숙제가 될 것 같다. 나라고 그것을 잘했냐고? 반성하자면 끝도 없고, 고생도 참 많이했다. 내외부의 관계에서 비롯된 갈등은 지금 생각해보면 나를 갉아먹은 가장 큰 요인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그것 때문에 극심한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그토록 외쳤지만 나만 몰랐던 데이터다


그럼 어떻게 해야하나.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해결할 수 없을까. 많이 부족하긴 하다만, 어찌됐든 3년 이상 만들어 온 내 핵심역량은 '글쓰기'와 '네트워크'가 맞다. 이것들 중 조금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네트워크를 잘 만들 수 있는 수단으로 '데이터'를 고민할 수 있지는 않을까.


그래. 내가 취재 과정에서 백날 중요하다고 말했고, 물류의 미래라고도 이야기했던 그 '데이터'다. 물론 내가 데알못인 것은 치명적 결함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데이터'로 나의 역량을 강화해보는 도전을 해보고 싶었던 것 같다. 데이터를 모르는데, 데이터 이야기를 글로 쓰면 좀 많이 부끄럽지 않나.


내외부 관점에서 나의 '네트워크'를 고민했다. 지금껏 무엇이 문제였을까. 그리고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데이터는 그 답을 줄 수 있을까.


먼저 내부관점에서는 조직원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기반 자료가 되는 HR데이터를 모아보고 싶었다. 일단 우리 조직이 현재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는지 정량적으로 파악하는 것부터다. 다행히 관련 연구를 미리 진행한 훌륭하신 분들이 정량기법을 만들어 놨다. 최근 본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라는 책에 그게 있어서 조금은 활용해보면 좋을 것 같다.


다음으로 외부관점에서는 서로 다른 기업(취재원)들이 연결돼 시너지를 만들 수 있는 정량적 기준을 밝히고 싶었다. 가끔 내가 쓴 기사를 통해, 혹은 미팅 과정에서 소개를 통해 서로 몰랐던 다른 업체들이 사업 제휴를 위한 접촉을 하는 경우가 있다. 큰 시너지를 만들기도 하고, 서로 메일만 오가며 간만 보다가 자빠지기도 한다. 여기서 좋은 시너지를 만드는 기준이 무엇인지, 그리고 아무것도 못하고 자빠지는 기준은 무엇인지 정량적으로 밝혀보고 싶었다. 이것은 나에게 있어도 긍정적인 레퍼런스가 될 것이다. 기업 사이의 좋은 협력사례를 많이 만드는 것이 못한다고 까재끼는 글 쓰는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답기도 하고 말이다.

이런 강의고 강의료는 35만 원이다. 매주 모임에는 토론이 열린다고 하는데, 숙제 잘해오면 3만원 환급해준다. 그러니까 숙제만 다하면 순수하게 내는 강연비는 11만원이다.

모르면 일단 배워보자


그래서 '데이터'를 배우기로 했다. 뜬금없이 '데이터사이언스' 강의를 선택하여 이번주 일요일부터 정기적으로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이유다. 취재 과정에서 만났거나, 함께 일하기도 했던, 내가 참 좋아하는 몇몇 친구들이 만든 프로그램이다. 부업 개념인지, 봉사 개념인지 잘 모르겠지만, 여튼 이번이 3회차고 열심히 하고 있단다.

강연은 MOOC하면 떠오르는 그 Coursera를 활용한다. 세계 석학의 강연을 집에서 굴러다니면서 보자가 컨셉이다. 이렇게 8주차 강연으로 구성돼있다.

사실 내가 이 프로그램을 선택한 이유는 이 교육 프로그램을 만든 이들의 레퍼런스 때문이다. 키보드에서 빗소리가 나서 코딩할 때 너무 기분이 좋다고 말하는 괴짜 개발자 겸 창업 중독자 한 명. 예체능과 언론사를 넘나들면서 잡부 생활을 하면서 스타트업 3개는 파괴한 친구 한 명. 커리어가 상당히 아작난 것처럼 보이지만, 그래도 이 친구는 '데이터' 하나만은 쭈욱 들고가면서 역량을 키웠다.


또라이 같지만, 그래도 멋있다. 무엇보다 내가 배울게 겁나 많다. 술값 핑계로 공짜 과외 받는 것도 미안하던 찰나에, 35만원 투척하고 정식 스승으로 모신 이유다.


어찌 됐든 앞으로 8주다. 데이터사이언스를 주워듣기만 많이 들었지, 전혀 모르는 내 관점에서 이 강연을 조금은 거칠게 평해보겠다. 내 관심사는 나의 역량이라 할 수 있는 '글쓰기'와 '네트워크', 그 중에서도 네트워크를 더 잘 만들 수 있는 정량적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이다. 정말 나같은 데알못도 어디서 자랑질 할 정도의 역량을 키울 수 있을 것인가.


물론 기초 강연 한 번 딸랑 듣는다고 뭐 어마어마한 것이 찾아올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한 줄기 통찰만 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교육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 할 고민들이 더 큰 자산이 될 것 같기도 하다. 뭐 아무것도 안된다면 술이라도 마시면 새로운 관계라도 만들지 않겠는가. 그 또한 네트워킹이며 내가 바라마지 않는 것이다.


인생 뭐 있나. 조금은 거칠게, 조금은 새롭게, 나의 역량을 강화해본다. 이 글은 그 기록의 시작이다.(계속)

(연재) 물류기자의 데이터사이언스 도전기
Special Thanks : 얼리버드 프로젝트팀(엄지용, 이인영, 김진, 양동욱)

0. '얼리버드'가 무엇인고 하니
1. 물류기자의 데이터사이언스 도전기
2. 기본의 쓴 맛, 프로젝트팀에 참여하기까지
3. HR프로젝트팀 발족 "무엇이 공무원의 성과를 이끄는가"
4. 데이터로 공무원의 성과를 만드는 동기요소 찾기
5. 퇴사는 기업 성과에 악영향을 미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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