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공무원'인가. 그것이 프로젝트의 시작이다.
지난 이야기
패기 있게 시작한 얼리버드 데이터과학 스터디. 첫 주차에 좌절을 맛봤다. 문득 생각했다. 내가 왜 데이터과학 공부를 시작했나. 데이터과학 전문가가 되고자 한 것은 아니었다. 난 실제 프로젝트에 활용할 수 있는 일말의 통찰을 얻고 싶었다. 그게 내 고민이었던 HR과 연결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왔다. 이제는 기본이론이 아닌 ‘프로젝트팀’이다.
프로젝트팀 첫 주차. 강의실은 난생 처음 보는 20여명의 사람들로 가득 찼다. 학생처럼 보이는 이들도 있었지만, 얼핏 봐도 내공이 스멀스멀 피어나오는 딱 봐도 직장인처럼 보이는 이들도 많았다.
오늘 처음 만난 우리는 거의 모두 서로를 알지 못하는 상황. 어색한 분위기가 감돈다. 얼리버드 운영진은 이런 분위기를 예상했는지, 자연스러운 팀빌딩을 위한 과제를 제안했다. 자기소개와 함께 각자가 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짤막하게 발표하는 것이다. 이후 팀 구성은? 알아서 하면 된다.
이 방식은 수동적인 학습을 지양하는, 그러니까 ‘스스로 학습’ 공동체를 추구하는 얼리버드팀에게 있어서 꽤 중요한 요소라고 한다. “모두가 학생인 동시에 강사가 될 수 있다”가 얼리버드가 내세우는 가치 중 하나고, 그렇기에 팀 구성부터 프로젝트 주제 선정, 데이터 수집 및 전처리, 알고리즘 설계까지 모든 것은 ‘알아서’ 진행된다. 막히는 게 있으면? 다른 팀과 고민을 공유하고, 해결해줄 전문가를 찾으면 된다. 그것도 알아서 하면 된다.
얼리버드팀은 그 과정에서 프로젝트가 잘 되도록 보조한다. 가령, 깃헙(GitHub)을 이용한 포트폴리오 만들기 같은 것을 ‘가이드’ 해준다. 학습 자료와 방법은 어느 정도 알려주지만, 역시 공부는 스스로의 몫이다. 팀원들 간 소통이나, 팀간 소통을 보조하는 일도 하는데, 이것 또한 추진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프로젝트 주제 발표가 시작됐다. 학생부터, 현직 데이터 분석가, 개발자, 마케터, 창업자까지.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전한다.
스타트업에서 데이터분석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R만 했는데, 개인적으로 파이썬을 공부했고 예전에 웹 개발을 하면서 자바나 스프링프레임워크도 써봤습니다. 영화 추천 서비스와 같이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재밌는 주제로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어요
콘텐츠 에디터 일을 하고 있어요. 소셜마케터, 퍼포먼스 마케터 경험도 있습니다. 관심 있는 프로젝트 주제는 온라인상에서 ‘판매 증대’입니다. 소셜버즈 분석을 통해서 전략방향을 정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GA는 잘 쓸 수 있어요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금과 범죄 관련 공공데이터를 분석해본 경험이 있구요. GCP, 파이썬, 통계까지. 약간 다룰 줄 압니다. 관심사는 ICO입니다. 이미 R을 통해서 시가총액을 분석한 적도 있어서, 파이썬을 통해서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혼란하다. 전문용어가 난무한다. 그래도 꿀리지 말자. 내 언론사 짬밥만 5년에 가깝다. 나도 GA는 써봤고, 파이썬 정도는 많이 들어봤다. 그렇게 다가온 내 차례. HR에 대한 포부를 꺼냈다.
최근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라는 책을 읽으면서, 조직의 성과를 이끄는 ‘데이터’가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매출이면 매출, 트래픽이면 트래픽, 각각 다른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요인’이 무엇인지 알아내고, 정량적으로 측정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20여명의 프로젝트 주제 발표가 끝났다. 곧바로 팀장 선정이 이어졌다. 방법은 이렇다. 앞서 주제 발표를 한 사람들은 발표가 끝남과 동시에 자신의 이름과 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화이트보드에 썼다. 쉬는 시간 10분 사이, 사람들은 화이트보드에 적혀 있는 20여개의 프로젝트 중 참가하고 싶은 프로젝트 옆에 자신의 이름을 쓴다. 함께 하고 싶은 이들이 어느 정도 모이면 팀이 탄생한다. 만약, 한 명도 함께하고 싶은 이들이 없다면? 조용히 사람 많은 팀에 가서 끼워달라 하면 된다.(많이 부끄러워지겠지...)
결과만 말하자면, 난 팀장이 됐다. ‘마케팅’, ‘부동산’, ‘ICO(암호화폐)’ 등 특색 있는 주제를 내건 팀에 사람이 몰렸다. HR을 가지고 뭔가 해보겠다고 이야기한 사람은 나 하나밖에 없었기에 몇몇 분들의 호기심을 끌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다행이다.
팀원으로 합류한 분은 총 3명. 꽤 유명한 모빌리티 스타트업에서 데이터 분석일을 하고 있는 분, 산업공학과를 전공하고 데이터 분석 쪽으로 진로를 설정한 대학생 두 분이다. 나는? 기자지 뭐. 데이터 분석 스킬은 엑셀 기본함수 조합하는 게 전부다.(사실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도 훌륭하신 분들이 팀원이 됐으니 얹혀 가면서 배우면 된다고 생각했다.
이제 시작이다. 우리의 목표는 무엇이 조직의 성과를 이끄는지 알아내는 것이다. 일단 HR데이터 분석 분야에선 꽤 이름 높은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라는 책을 인용하기로 했다. 이 책은 글로벌 사례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한국형 조직에도 적용이 가능한지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다음으로 할 것은 HR데이터 수집이다. 아쉽게도 국내기업들의 HR데이터를 찾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다.(생각해보자. 왜 수많은 기업들이 크레딧잡에 BLOCK을 거는지.) 그래도 방법은 있다. 만만한 데이터는 역시 공공데이터, 즉 ‘공무원’이다.
정부 공공데이터포탈을 뒤져보니 2016년 공직생활에 대한 인식을 행정공무원들 스스로 평가한 설문데이터를 찾을 수 있었다. 업무에 대한 공무원들의 ‘동기’를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다. 이 동기가 성과에 영향을 주는 독립변수(x)가 된다고 가정했다.
다음 고민은 공무원의 ‘성과’를 알아내는 것이었다. 공공기관의 성과를 사기업처럼 ‘매출’로 볼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당장 내 주변에만 해도 ‘돈’ 때문에 일하는 공무원은 없었다. 공무원의 성과는 조금 더 대승적으로, 즉 ‘공익’이 바탕돼야 한다고 가정했다.
공익은 국민이 평가한다. 마침 앞서 독립변수로 선정한 공무원의 동기 데이터와 같은년도(2016년)에 공무원과 행정 서비스에 대한 국민 만족도를 평가한 데이터를 찾을 수 있었다. 종속변수(y) 또한 구했다.
이제 적절히 이 두 데이터를 조립하면 순조롭게 프로젝트가 끝날 줄 알았다. 그게 그렇게 길어질 줄 누가 알았겠는가. (계속)
(연재) 물류기자의 데이터사이언스 도전기
Special Thanks : 얼리버드 프로젝트팀(엄지용, 이인영, 김진, 양동욱)
0. '얼리버드'가 무엇인고 하니
1. 물류기자의 데이터사이언스 도전기
2. 기본의 쓴 맛, 프로젝트팀에 참여하기까지
3. HR프로젝트팀 발족 "무엇이 공무원의 성과를 이끄는가"
4. 데이터로 공무원의 성과를 만드는 동기요소 찾기
5. 퇴사는 기업 성과에 악영향을 미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