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만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를 찍는다.

by Scribblie

출근을 했다. 3년 반 만이다.


바뀐 게 있다면, 마침표가 아니라 습관적으로 자꾸 쉼표를 찍는다는 것이다.

안녕하세요,

000 관련하여....


안녕하세요, 그리고 쉼표, 그리고...


런던에서 업무메일을 보내 때, 몸에 익은 것이 아직도 쉽사리 고쳐지지 않는다.

Hi Carola,
Blablabla ....


무슨 의미가 있겠냐 싶기도 하지만, 한국에서는

안녕하세요. 000부서의 000입니다.
000관련하여....


이렇게 보내는 건데, 자꾸 '안녕하세요' 다음에 쉼표가 튀어나오고, 멈칫. 쉼표를 지우고 마침표를 찍고 나도 개운치가 않다.

내 몸 안에 말의 흐름은 영국 2년 근무 동안 마침이 아니라 쉼표의 호흡으로 바뀐 것이다.

마침표를 찍고 나면 너무 단정적인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나마저도, 아니 아마도 나혼자

딱딱스럽다

는 감정적인 생각에 잠시 이 하얀 사무실 안에 혼자 섬이 된다.


그냥 쉼표를 찍으면 어떨까 싶다가도, 보는 이는 아마 '오타라 생각하리라, 혹은 낯설다고 생각하리라.' 생각하며 숨을 몰아참고 오늘도 이메일에 마침표를 찍어 보낸다.


지금 난, 시대착오 아닌 공간착오.

keyword
이전 16화영국에서 온 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