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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속의 고목나무 Dec 14. 2023

덕 담

늘 말을 예쁘게 하고, 서로를 깊이 사랑하며 살기를

안녕하십니까? 저는 오늘의 주인공 중 한 명인 신부 나영이의 아버지입니다. 귀한 시간을 할애하셔서 신랑신부를 축하해주러 오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바쁘신 와중에도 자리를 빛내주신 교원더오름 장동하 대표이사님과 박성용 사업대표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사실 아이들로부터 오늘 이 자리에서 덕담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 저는 많이 망설였습니다. 이미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저는 신부 나영이의 친아버지가 아닙니다. 애석하게도 오늘 이 자리에 계셨다면 너무나 행복해하셨을 나영이를 낳으신 아버님께서는 오래전에 돌아가셨습니다. 이후 20년 넘게 혼자서 나영이를 키웠던 아내와 인연이 되어 제가 오늘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입니다. 정리를 하면 우리는 재혼가정이고, 저는 첫 결혼에 실패했던 사람입니다. 결혼에 실패한 이력을 가진 사람이 신혼부부에게 덕담을 한다는 것은 어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망설였던 것입니다. 이런 내 생각을 전했지만 그래도 괜찮다는 신랑신부의 말에 용기를 내어 이 자리에 섰습니다.


흔히 우리는 원만한 결혼생활을 위해서는 신뢰, 소통, 배려, 인내심 같은 것들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전적으로 맞는 말들입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방금 열거한 것들에게서 어떤 문제가 있다고 해서 혼인관계가 한순간에, 그리고 순식간에 무너지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최종적으로 부부관계를 파탄으로 이끄는 것은 엉뚱하게도, 그  과정에서 나오는 거친 말과 독설, 그리고 절제되지 않은 감정적인 행동들입니다. 부끄럽지만 제가 과거에 저질렀던 잘못들입니다. 그래서 앞에 있는 재준이와 나영이에게 말합니다. 평상시에는 말할 것도 없고, 문제가 생겼을 때조차도 서로에게 말을 조심하기를 바랍니다. 특히 평상시에 말을 예쁘게 하는 습관은, 아무리 추운 엄동설한이 닥쳐도 불화의 바람이 파고들 틈새를 미리 막는 일과 같습니다. 화가 나는데 어떻게 말을 예쁘게 하느냐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결혼은, 그 정도의 인내와 노력쯤은 기꺼이 하겠다는 최소한의 약속입니다. 그리고 행복은, 그 약속을 끝까지 지켜낸 사람들만이 거머쥘 수 있는 인생의 참다운 가치입니다. 그러므로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서로에게 늘 말을 예쁘게 하며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더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지금 흐르고 있는 이 배경음악은 1970년대에 발표되어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Top of the world>라는 팝송입니다. 사람들이 이 노래를 좋아하게 된 데에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저는 이 곡의 마지막 가사가 주는 울림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Your loves put me at the top of the world>, <당신의 사랑이 나를 세상의 꼭대기에 올려놓았다>라는 뜻일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아무리 출중한 능력을 가졌다고 해도 혼자만의 힘으로 세상의 정상에 오르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그러나 서로를 진심으로, 깊이 사랑하면 그것만으로도 두 사람은 늘 세상의 정상에 서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영이와 재준이에게 말합니다. 서로를 진심으로, 그리고 깊이 사랑하기 바랍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오늘 이 순간부터 죽음이 서로를 갈라놓는 그날까지, 늘 세상의 꼭대기에 함께 서 있는 행복을 누리며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애석하게도 신랑 차재준군의 어머니께서도 이미 고인이 되셨습니다. 하늘에 계신 나영이의 아버님과, 꽃이 되어 지금 저에 앉아 계신 재준이의 어머님께서 항상 두 사람의 앞길을 환하게 비추실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2023년 11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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