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키 Aug 22. 2024

착각과 허세를 확인한 후에는

우선 저절로 낮아진다.

*** 귀한 "좋아요"를 네 개나 잃으면서  연재글 란에 옮겨 적는다. 아직도 발행예약 메커니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나 보다. ***



내가 참 뭘 모르고 살았구나 싶다. 내 바람과 장담은 그야말로 착각과 허세에 지나지 않았다는 걸 깨닫는. 동시에 그건 내가 나를 과대평가해서 일어난 거라는 것도. 지적, 정서적, 신체적 능력을 마냥 나이브하게 엄청 크게 확대 측정해 왔다는 걸 뼈아프게 인정한다.


하여, 겸손한 모드로  내 생각의 전제를 살핀다. 착각과 허세를 깨우치게 만든 그 상황 속에 다시 머물러 본다. 상황의 의미를 재해석한다. 그리고 그 해석이  삶의 이치와 원리에 들어맞는가 확인한다.  그 확인 작업의 근거가 무엇에,  어떤 철학에 기반을 두고 있는지에 따라 전제의 타당성과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을 거니까.


그런데 내 근거가 자꾸 변한다, 이 나이에도. 아마 그래서 아직도 열려있을 수 있는 걸지도,  변화를 추구할 수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인생은 모두 고독한 거다. 누구나 모두 혼자 삶을 진행하니까. 그 고독한 인생의 프로세스가 어떨지는 각자의 마음에 달렸다. 그  마음을 풀어놓은 게 글이다.  그 마음 풀기, 글쓰기를 함께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브런치스토리다. 내가 브런치 작가가 되고 연재를 시도했던 건 내 마음과 통할 수도 있는 누군가와 함께 마음을 풀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마음과 글이 하나지만 아주 똑같이 겹쳐지지는 않는다는 걸 새삼 깨닫기에, 지도는 영토가 아닌  거를 절절하게 재확인하기, 요즘 갈등이 크다. 내 지도가 도대체 어떻게 생겨 먹었는지 알아내는 건 고사하고 내 영토가 어디에 붙어 있는지 조차 확실치가 않아서다. 그리고 그 둘을 엄밀히 분간해야 되는 게 먼저인 거 같기도 하다.  


맞다. 글쓰기는 고사하고 내 삶의 영토 확보나 제대로 해야 될 듯싶다. 사람 마음이라는 건 그렇게 쉽사리 보이지 않는다는 걸 거듭 체감하고 있으말이다. 우선 시간과 에너지를 충분히 확보해 놓아야 들여다볼 수도, 펼칠 수도 있다는 걸 절절히 깨우쳤다. 


지금처럼 일에 치여 시간이나 에너지 여유가 전혀 없을 때는 그저 무시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는 거 역시 새삼스런 경험이다. 그 많던 시간을, 읽고 쓸 수 있었던, 황금 같은 시간을, 탕진한 걸 뼈저리게 후회한다.


그래도, 빚 갚을 수 있게 해 달라는 기도를 수없이 하고 실수 만회할 기회 달라고 틈만 나면 간청했기에 지금 돈 버느라 눈코 뜰새 없는 거를 불평할 수는 없다. 그 돈이 정말 쥐꼬리만 하다 해도 지속적으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뼈저리게 체험했으니 말이다. 


사이사이, 인생 굽이굽이 깨달은 것들을 자꾸만 잊는다. 그래도 그나마 이 나이 되니까 저절로 환기되는 걸까? 아님 그나마 배우고 깨우치려는 자세 때문에 지금이라도 되살려지는 걸까? 아님 정말로 일찍 깨우칠 수 있었던 것들을 눈멀고 귀 멀어서. 아님 뇌의 움직임이 적절치 못해서, 훨씬 더 빨리 알아차릴 수 있는 걸 이제야 겨우 깨우치게 되는 걸까?


나를, 타인을, 세상을 알아가는 과정에 흠씬 빠져들고 싶다. 그래서 금은 아주 소박한 소망을 품게 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내 마음 들여다보고 풀어놓을 만큼만, 딱 고만큼의 시간과 에너지라도 허락해 주시기를...


요만큼의 글도 잠을 줄이고 썼다. 잠이 무지막지 중요하다는데...


아~ 멋진 글을 쓸 수 있는 준비 과정에 진정으로 몰입하고 싶다. 도서관 가고, 책을 읽고, 내 글을 쓰고, 퇴고하고... 주목받는 작가들과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글을 읽고 댓글도 달고... 거듭할수록 찐 재미와 의미를 얻게 되는 걸 아니까.


행운의, 축복의 멋진 작업에 돌입할 수 있기를! 오늘도 엉터리로 후다닥 연재글을 써내면서 저절로 간절히 기도하게 된다.




이전 07화 최고의 선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