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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Dec 05. 2022

잔소리의 행복

13살 지구인 이야기(72)

11월 말 까지도 여름과 겨울을 널뛰기를 하던 날씨가 이제는 겨울로 그럴싸한 착륙을 시도하는 듯하다. 아침에 일어나 방의 공기가 제법 차갑 출근을 하러 문을 나서자마자  쌀쌀한 바람이 얼굴을 훅 감싸 정신이 번쩍 든다. 바다 근처에 있어서 일까 바람이 얼음이 되어 양볼을 재빠르게 문지르고 도망치는 기분이다.


같이 등교하던 아이도 추운 공기를 온몸으로 느꼈는지 점퍼 속으로 얼굴을 파묻고 동동거리며 차로 다. 아이가 나를 보며 춥지 않냐고 묻길래 나 역시 춥다고 했다.

"그런데 옷을 왜 그렇게 입었어?"

"옷이 어때서?"

"엄마가 너무 추울 것 같아" 아이의 말을 듣고 내 옷을 살펴봤다. 겨울 코트에 니트와 바지. 이 정도면 따뜻하다고 말하니 아이가 이제는 옷을 더 따뜻하게 입으란다.

늘 잔소리만 하는 엄마였는데 아이한테 옷을 따뜻하게 입으라는 잔소리를 들으 분이 묘하다. 아이의 나에 대한 관심에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 경쾌한 출근길이 다.


우리나라 속담에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 말이 있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사랑하기는 하여도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사랑하기는 쉽지 않다는 말이라고 한. 이는 내게 치사랑을 오늘처럼 가끔 툭 보여준다. 검진을 다녀오면 아픈 곳은 없는 것인지 세세하게 물으며 안도의 한숨을 쉬고, 생일 선물을 해주고 싶다며 용돈을 모아 나를 커피숍으로 데리고 가 선물을 골라보라고 한다.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양손에 혼자 들고 나가며  푸념을 했더니 따라와 한 손 거든다. 이렇게 내가 사랑하는 것만큼 아이도 나 사랑해주고 있구나 싶은 순간들이 가 찾아온다.

 

아이처럼 나를 가까이서 전부인 양 바라보며 묵묵히 지켜봐 주는 사람이 있을까. 아이가 툭 보여주는 치사랑에 나의 내리사랑도 넓이가 커진다. 부모와 아이의 마음이 서로에게 가닿을 때 그 순간서로 행복은 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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