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을 위한 회계 (9)
알쏭달쏭 헷갈리는 계정과목 시리즈, 이번 글에도 비슷하게 생긴 계정들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먼저 미지급금과 미지급비용이 있어요. 어떤 일을 해주기로 하거나 물건을 주기로 한 경우를, 흔히 '서비스나 재화를 공급할 의무'라고 표현합니다. 이것을 다 완수하고 나면, 받을 대금을 확정하고서 증빙을 보여주면서 '나 당신한테 돈 받을 권리가 있다'라고 청구하게 되죠. 이 과정을 간단히 표현하면, 계약이행 → 의무 수행 완료 → 대금 확정 → 대금 청구 → 대금 입금 정도로 표현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 대금을 확정하고 청구까지 다 끝난 비용에 대해서 미지급금을 잡습니다. 즉 세금계산서 같은 대금 청구서를 받으면 차변에는 비용 계정을 기입하고 대변에는 '미지급금'이라는 부채 계정으로 기록을 해주는 거예요. 일반적인 상거래에서는 한 달 단위로 비용 청구를 하기 때문에 이 미지급금은 매우 흔하게 볼 수 있는 계정입니다.
그런데 거래처로부터 서비스를 계속 제공받고 있지만 아직 대금 확정이 되지 않았거나, 대금 청구 기일이 도래하지 않은 경우가 있죠. 혹은 청구 기일이 되었음에도 업체가 아직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못한 경우도 있을 수 있고요. 그래서 아직 돈을 줄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어쨌든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는 중이니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 경우에는 미지급비용을 인식합니다. 예를 들면, 한 달 동안 기계를 빌려 사용했는데 비용 확정이 안되어서 아직 세금계산서를 못 받은 경우라든지, 직원이 일을 하면서 생긴 연차 휴가를 사용하지 않아 나중에 연차수당을 줘야 할 의무가 발생했다든지 등등이 쉽게 볼 수 있는 미지급비용 사례입니다. 미지급금이든, 미지급비용이든 나를 위해 일해준 상대방을 위해 줘야 할(갚아야 할) 돈이니까 부채로 인식해야 합니다.
미지급금과 미지급비용이 줘야 할 돈이니까 반대로 받을 돈도 자산으로 인식할 수 있겠죠? 미지급금의 반대는 미수금이고, 미지급비용의 반대는 미수수익이라고 부릅니다. 흔히 대금 청구서를 발행하고 나면 미수금으로 잡을 거고요, 미수수익은 흔히 볼 수 있는 사례가 은행이자입니다. 3개월짜리 정기예금에 가입해서 3개월이 지나면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을 수 있다고 했을 때, 이렇게 전표를 기록합니다.
미지급비용이나 미수수익 개념이 생겨난 이유는 발생주의 회계원칙을 준용하기 때문입니다. 수익이나 비용이 발생했을 때 즉시 인식하라! 현금주의 말고, 발생주의! 기억하시죠?
하나 더 팁을 드린다면, 미지급금과 미수금을 사용하실 때 주의하실 점이 또 있어요. 회사 본업과 관련해 직접적으로 발생하는 상거래가 있을 테고, 그 외의 기타 거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때 전자는 외상매입금으로 기록하고, 후자는 미지급금으로 반영해야 합니다. 사과 장수에게 직접적인 상거래란 사과를 사 오는 것일 테니, 이때 사과를 들여오면서 주기로 한 돈은 외상매입금입니다. 다만 가게에 정수기를 설치하면서 주기로 한 돈은 본업과 상관이 없으니 미지급금이 되겠죠. 마찬가지로 돈을 받을 경우에는 각각 외상매출금과 미수금으로 구분해 기록해 줍니다. '외상매입금 vs 외상매출금', '미지급금 vs 미수금'. 어렵지 않으시죠? ^^
앗, 그리고 또또 한 가지 유의하실 점! 지금까지 쭉 얘기한 미지급금, 미수금, 미지급비용, 미수수익, 외상매입금, 외상매출금, 모두 비교적 단기간 내에 실제 돈을 주거나 받을 거라 가정하기에 유동자산 또는 유동부채로 분류됩니다. 이 말인즉슨, 혹시 돈 주고받는 시점이 1년 이상 넘어갈 것으로 예상되시면 앞에 '장기'라는 말을 붙이시고 반드시 비유동자산 또는 비유동부채로 분류하셔야 한다는 사실! 물론 일을 다 해줬는데 1년씩이나 늦게 대금을 지급하고 그러는 경우는... 정말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회사를 위해서라도 없어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