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직장인 열전>이 출간되었습니다. 아래 주소에서 구입 가능합니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83491758
상사와의 관계만이 전부가 아니다
조선 건국 공신 제1호였던 정도전은 거칠 것이 없었다. 토지제도를 개혁하고 국정 통치를 위한 매뉴얼을 만들었다. 사병을 혁파하여 국방력을 강화하였고, 경국전이라는 헌법도 만드는 한편 과감한 종교개혁도 추진하였다. 새 수도 한양을 설계하고 경복궁 주요 건물의 명칭 또한 모두 그가 지었다. 조선의 정치, 경제, 문화 곳곳에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수백 년 왕조의 기틀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만든 셈이니 대대로 이만한 영광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성계의 절대적인 신임은 점차 그를 고립시켰다. 아니, 스스로가 고립되어 가는 길을 택했을지도 모른다. 정도전은 자신이 옳다고 믿는 일에는 절대로 타협이 없었고, 그것을 실천하는 것을 가로막는 것이 있다면 과 격한 방법을 동원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새 왕조 조선은 빨리 안정적으로 국가를 꾸려나가기 위해 최대한 많은 인재들의 참여와 도움이 필요했다. 하지만 정도전은 숨은 인재를 발탁하는 데에 인색했고, 오히려 반대파를 제거하는 데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또한 과거 자신에게 수치심을 주었던 인사가 있었다면 반드시 찾아내 복수를 서슴지 않았다.
과거에 우현보의 아들들이 정도전의 어머니는 미천한 천민의 핏 줄이라는 사실을 세상에 알리며 괴롭힌 일이 있었고 정도전은 그 일을 마음에 담아두었다. 그들은 고려 최고의 성리학자로 추앙받던 우탁의 후손인 명문가 자제들이었지만, 우현보가 선죽교에서 죽임을 당한 정몽주의 시신을 수습해 준 것을 빌미로 우현보와 그의 세 아들을 유배형에 처해버린다. 특히 그 세 아들은 유배지에서 곤장을 맞아 죽음으로써 그 가문은 거의 멸문지화를 당하게 된다
또한 정도전의 스승이었던 이색은 낙향을 하던 중 타살 의혹을 받을 만큼 의심스러운 죽음을 맞이하였으며, 온건개혁파로서 정도전의 정치적 경쟁자였던 이색의 아들 이종학과 정도전의 동문 이숭인도 정도전에 의해 유배지에서 죽임을 당한다.
여기까지는 수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추진한 조선 왕조 개창 과정에서 발생한 탄압이라고 조금은 이해해줄 여지도 있다. 치열하게 전개된 정권 투쟁 과정에서 정도전도 정몽주에 의해 죽음 직전까지 간 적이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조선 건국 후에도 이성계의 신임을 등에 업은 그의 독주는 그칠 줄 몰랐다. 이성계가 부인 신덕왕후 강씨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이 겹쳐 와병 중에 있는 동안 조정은 완전히 정도전의 독무대가 되었다. 병석에 드러누운 아버지를 병문안하려는 왕자들을 막아 그들의 분노를 사는 일까지 있었다. 그러는 사이 그의 적대 세력은 자연스럽게 이방원을 중심으로 뭉쳤고, 그들은 정도전을 몰아낼 기회를 엿보기 시작한다. 훗날의 비극적인 몰락의 싹을 정도전 자신이 키우고 있었던 셈이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상사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는다는 것은 매우 행복한 일이다. 사실 직장 대인 관계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상사와의 관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니까 말이다. 나에 대한 인사평가와 고과 권한을 쥐고 있는 상사에게 잘못 보였다가는 직장 생활이 매우 험난해진다. 반대로 상사가 나를 좋게 보아 매년 A+의 고과를 주고 덕분에 승진도 빨리한다면 직장 다닐 맛이 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상사가 직장 생활의 전부는 아니다. 상사와의 관계에만 열중한 나머지 동료들에게 독선적으로 대하고 후배들을 함부로 대한다면 회사 생활은 고립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약육강식의 살벌한 정글 같은 사회라고 하지만 대놓고 강한 자에 약하고 약한 자에 강한 태도를 보이는 동료나 선배라면 누구라도 좋아할 리 없다. 자신의 직장 내 평판은 점점 추락할 것이며 그것은 마침내 상사의 귀에도 들어갈 것이다.
사실 상사의 인정을 받는 사람은 주위에서도 인기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 사람과 함께 일을 하면 본인의 업무도 더 편해지기 때문이다. 어떻게 그 상사를 대하는 것이 좋을지 조언을 듣고자 동료들이 그에게 먼저 접근해 올 수도 있다. 상사의 신임을 받는다는 것은 대인관계에 있어서도 여러모로 큰 강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과신한 나머지 오로지 나의 출세 도구로만 삼는다면 주위 사람들을 잃을 수밖에 없다.
22세에 관직 생활을 시작한 정도전은 큰 뜻을 품었을 것이다. 하지만 원나라에서 오는 사신을 마중 나가라는 명을 거절하였다는 이유로 유배 생활을 시작하면서 권력의 주변부는커녕 완전한 아웃사이더로만 맴돌아야 했다. 그런 울분을 한꺼번에 풀고자 했던 탓일까. 이성계의 절대적 신임에 기대어 자신의 주위는 전혀 돌아보지 않았다. 오히려 눈엣가시들을 제거하는 데에 온 힘을 쏟아부었다.
숨죽이고 있던 이방원과 그 일파들이 훗날 왕자의 난을 일으키자 결국 그에게 큰 위기가 찾아왔다. 하지만 그 누구도 정도전을 보호해주지 않았고 그렇게 허망한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정몽주에 의해 죽을 뻔한 정도전을 구해주었던 이방원이 결국 그를 죽게 만든다는 사실이 여러모로 역사의 아이러니를 느끼게 만든다.
정도전처럼 상사를 이용하라
정도전에게는 ‘조선의 설계자’라는 타이틀이 있다. 조선이라는 새 나라를 기획하고, 세우고, 일으킨 것은 정도전이었다. 뛰어난 실력자였지만 처음에는 좋은 리더를 만나지 못해 자신의 꿈을 펼치지 못했다. 유배를 떠나 중앙 권력으로부터 완전히 소외되었을 때에 비로소 자신을 끌어줄 진짜 리더 이성계를 만나면서부터 그의 삶이 완전히 바뀌게 된다.
정도전이 성공의 길로 들어설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리더와 제대로 된 관계 설정을 하였기 때문이다. 정도전은 유능한 팔로워였고 이성계를 최고의 리더로 만들어냈다. 이성계가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고비를 넘길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이성계도 그런 정도전의 실력에 보답하여 그가 뜻을 펼칠 수 있도록 확실히 끌어주었다.
직장 생활을 잘하기 위해서는 상사가 나를 제대로 이용할 수 있도록 실력을 잘 닦아 유능한 부하 직원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나 또한 상사의 지위를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 상사의 지위를 통한다면 회사에서 좀 더 중 요한 업무를 맡을 수 있고 그것을 계기로 나의 실력을 제대로 드러낼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나의 검증된 실력을 바탕으로 회사 내에서 입지를 더 확고히 할 수 있는 길이다.
정도전은 이성계의 명성과 지위를 이용하였고, 이성계는 정도전의 지략과 실력을 이용하여 두 사람은 함께 성장하고 성공하였다. 하지만 정도전이 실패한 것이 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두 번째 리더로 이방석을 선택한 전략은 실패하고 만다. 팔로워로서 자신의 성장에만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이다. 상사와 부하 직원은 상생해야 한다. 서로를 이용하며 함께 성장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상사가 부하 직원을, 부하 직원이 상사를 이용하기만 하려 고 한다면 상생의 관계는 있을 수 없다. 서로에 대한 신뢰는 사라지고 상생이 아닌 경쟁 관계가 되는 것이다. 상사는 부하 직원의 실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성과를 내는 데에 한계를 느끼고 부하 직원은 상사의 지위에 눌려 이직이나 다른 부서로의 발령을 고민하게 될 것이다.
정도전이 결국 죽음이라는 실패를 맞이한 이유는 한 가지가 더 있다. 리더와의 관계에만 집중한 나머지 주변의 인심을 잃었다는 것이다. 정도전은 이성계와 신덕왕후 강씨 외에는 모든 관계를 등한시하였다. 또한 정치적 경쟁자 들은 물론 잠재적인 경쟁자까지 무자비하게 숙청하면서 그를 적대시하는 세력을 양산하였다. 결국 이성계가 와병 중에 있어 그를 지켜주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을 때 정도전은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허무하게 몰락해버리고 만다.
상사와의 좋은 관계는 매우 중요하지만 직장 생활에서는 그게 다가 아니다. 상사에게 잘 보이고자 노력하는 만큼 주변 동료의 인심도 얻도록 노력해야 한다. 직장은 상사와의 관계로 맺어진 몇몇 파벌로만 굴러가는 곳이 아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팔로워의 역할은 어느 조직에서나 반드시 필요하 다. 또 시간이 지나면 내가 리더의 역할을 해야 할 때도 온다. 조직 내에서 는 누군가와의 치열한 경쟁이 있을 수밖에 없겠지만 적어도 내가 모시는 상사 또는 내가 업무 지시하는 부하 직원과의 관계만은 경쟁이 아닌 상생을 하도록 하자. 함께 살아야 직장도 함께 오래 버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