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만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그 때문에 만남이 얼마나 소중한지.
언제 한 번 보자.
그 문장을 보는 입가에 묘한 미소가 번졌다.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이내 웃으며 답했다.
그래. 꼭 보는 거다!
나는 만남을 무척 좋아한다.
규모를 가리진 않지만, 1:1, 1:2 등 소수, 개인적인 만남을 훨씬 선호한다. 이유는 다양하다: 서로에게 더 집중하게 되니까. 이것저것 신경 쓰느라 낭비되는 마음이 적으니까. 다수의 모임보다 속깊은 이야기도 잘 나누게 되곤 하니까.. 등등.
하지만 1:1 혹은 소수 모임이라도, 실제로 만남이 성사될 기회는 매우 적다. 정말 흔한 말이지만, ‘바빠서’가 가장 크다. 내가 시간 되면 상대가 일이 있고, 혹은 그 반대. 아니면 서로 사는 곳이 멀어 생각만 해도 머뭇거리게 된다든가.
서로 마음은 있으나 실행력이 약한 경우도 잦다. ‘언제 한 번 보자.’ 정말 흔한 말이지만, 그 말이 나올 때 이게 빈말이나 인사치레인지, 진짜로 ‘언제 한 번 보고 싶어’하는지는 조금만 생각하면 분별 가능하다. 그런데 기약 없는 약속인 탓에, 반가우면서도 머뭇거리게 된다. 선뜻 '그래'라고 답하지 못하고. 말할 당시엔 둘 다 진심이었다해도 이내 잊거나, 시간이 흐를수록 허공에 흩어진 말이 되어버릴 때가 많으니까. 묘한 쓸쓸함과 함께.
그래서 나는 헤어질 때, 모호할지언정 어느 기점을 설정하곤 한다. ‘두 달 뒤 몇 월 즈음에’, ‘다음 달 연휴 끝나고’, ‘너 귀국하고 나서’, ‘개강 전에’... 핸드폰 일정표 기입은 덤. 이 또한 불확실하고 모호하다. 하지만 올지도, 안 올지도 모르는 ‘언제’보다는 훨씬 더 구체적이다. 이 또한 지키지 못할 약속이 될 가능성이 있지만, 적어도 마음은 푸근해진다. 기대하는 마음. 그날, 그 시기를 생각하면서. 그때 만날 약속상대를 기다리면서. 이따금 떠올리면서. 어디서 볼까, 장소를. 언제쯤 얼마나 오래 볼까, 시간을. 무엇을 할까, 일정을. 무슨 이야기를 할까 혹은 하게 될까. 사람과 사람 사이를 생각하고 그리워한다.
네가 오기로 한 그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가슴에 서성거린다.
바스락 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설레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황지우, 너를 기다리는 동안(부분)
시간이 흘러 때가 되면 연락을 한다. 만남이 확정되면, 좀 더 세부적 사항을 정한다. 기다리면서는 혼자 생각했다면, 이번엔 상대와 함께. 조율한다. 몇 시에, 어디서 볼지, 무엇을 할지, 대략 언제쯤 헤어질지.
약속장소로 가며, 혹은 먼저 와서 기다리며, 가만히 되새겨본다. 이 사람(들)을 처음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났는지. 그저 지나갈 인연일 수도 있었는데, 이렇게 개인적으로도 보게 되었는지. 얼마 만에 만나는지. 그 사이 그(들)에게, 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칫 허공에 흩어질 약속 ‘언제 한 번 보자’가 실현됐으니 얼마나 감사한지. 그리고 이 사람은 나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한 사람 한 사람. 만나기가 참 쉽지 않기에 만날 약속은, 만남은, 참 소중하다.
'언제 한 번 보자'로 시작되어 마침내 서로 만나기까지 얼마나 어려운지. 그래서일까. 약속장소에 나온 상대를 보면, 가슴 깊은 울림이 날 뒤흔든다. '너무 '오버'하지는 말자'하면서도, 어느새 온몸으로 해맑게 웃으며 말한다.
오랜만이에요. 보고 싶었어요,
정말로!
사진 출처
http://pixabay.com "Alexas_Fotos"
1번: 권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