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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빈 Jun 16. 2024

치료가 아니라, 감염이요?

마음이 아픈 것과 몸이 아픈 것

 2022년, 코로나의 열풍이 겨우 사그라들 무렵이었다.

당시 나는 전기경련치료(ECT)를 위해 약 한 달가량 정신과에 입원했다. 치료를 위한 입원이라 큰 의미를 두지 않았고, 단지 내 삶이 이로 인해 조금 더 나아기만을 간절히 바랐다. ECT 치료 자체는 짧은 시간이 소요되지만, 전신마취를 하고 뇌를 전류를 흘리는 위험부담이 있는 치료이다. 하지만 나아지기만 한다면야, 뭘 못하겠는가. 일주일에 2번 치료를 하기 전날 밤, 주사를 꽂고 포도당을 주입하며 혈관을 확보했다.


 하지만 문제는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생했다. 병원에 들어가 5,6일쯤 지났을까, 여느 때와 다름없이 저녁 바이탈을 체크를 위해 체온과 혈압을 재러 병실 밖을 나왔다. 간호사실 앞, 간이로 설치된 턱에 앉아 멍하니 끝나기를 기다리던 와중,


39.4℃

응?


 다시 체온계를 확인하고 수은 체온계로 결과를 재측정해도 수치는 비슷했다. 39도가 넘는 고열. 나 또한 당황하여 상황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모든 것을 중단하고 수액을 맞았다. 침상에 돌아가 대기하라는 말을 듣고 심란한 마음을 부여잡고 누워있자, 검사과에서 혈액을 뽑으러 왔다. 나는 큰 증상도 딱히 이렇다 할 원인도 없었기에 이유를 특정할 수 없었고, 좀 과하다 싶을 정도의 피를 뽑았다. 그때까지도 내가 몸 관리를 안 해서 또 몸을 망치고 있다는 사실에 죄책감이 들었다. 뭘 잘못했지? 술을 많이 마신 것? 소독을 안 하고 자해를 한 것? 왜 내가 병원에만 들어오면 정신과적 문제 외의 이슈가 생기는 건지, 아니면 내 몸이 항상 문제지만 검사를 안 해서 모르고 사는 건지 등.. 수많은 생각이 들었다.


 어지러운 마음에, 몸도 아프다니 더 서러웠다. 신체화 증상으로 평소 컨디션의 디폴드 값이 낮았기에 아파도 원래 이런 건지, 몸이 안 좋아서 이런 건지 구분하지 못하고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하지만 정확한 수치로 이상이 생겼다는 걸 보니 괜스레 더 아프고 더 힘든 것 같았다. 나는 정신과에 입원했는데 왜 병상 침대에 누워 간호를 받고 있는가... 영양가 없는 생각이 꼬리의 꼬리를 물고 이어질 때, 나보다 더 당황하신 표정의 주치의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짐 격리실로 옮겨야 할 것 같아요. 검사 결과에서 MRSA(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알균) 감염이 확인됐네요


 그게 뭔지도 몰랐고, 정확한 설명도 없이 단지 빠르게 짐을 싸서 옮기라는 말만 들었기에 피해를 주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이 가득해져 벌떡 일어나 짐을 옮겼다. 그게 나를 창문 하나 없는 흰색 방에 9일 동안이나 가둘 거란건 모른 채. 4평쯤 되는 흰 방에서 주사를 바꿔주는 간호사와 곤란한 표정의 주치의 외에는 누구와도 대화를 할 수 없으리란 걸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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