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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의별 Jul 09. 2024

안개꽃이 되어준 사람

감사편지 스물여섯 번째  이제 아나벨 수국처럼.


안개꽃처럼
유별스럽지 않게

작은 목소리로
소근 그려도
이 사람의 이야기는  나에게 쏙 들어온다.

우연처럼 만나
나의 안개꽃이 되어주었다.

소박한 우리의 만남은
이런 차 한잔의 일상에도
까르르  웃음이  흘러 좋다.

어쩜 가슴 한편  무거움이 느껴질 듯한데 그래도 이인 웃는다.
이제 내가 그에게 안개꽃이 되어 줄 차례인가 보다.

2018년 5월 어느 봄날 일기



안개꽃 꽃말은 맑은 마음, 깨끗한 마음, 사랑의 성공입니다.


안개꽃 한 다발은 항아리에 '툭'하고 담아놓아도, 다른 꽃 몇 송이와 유리병에 꽃아 두어도, 투명포장지에 말아 잘 말려두어도, 무어든 안개처럼 잔잔하게 신비합니다.


저에겐 안개꽃 같은 친구가 있습니다.

이분을 생각해 보니 가족 이외에 가장 긴 시간을 저와 함께 동행했습니다. 저의 40대가 불타는 장미꽃 같았다면 이분은 하얀 안개꽃이었습니다.


이분은 구미의 첫 근무지에서 어린이집 교사와 학부모님으로 만났습니다. 처음부터 안개꽃을 닮았다고 생각했었지요. 엄마를 닮아서 그런지 딸아이는 하얀 소국 같았습니다. 제가 처음부터 담임이 아니었는데 우리는 자연스레 하나의 꽃다발처럼 잘 어울렸습니다.

자녀가 어린이집을 졸업하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셨지요.

이것이 우리의 만남 1막 스토리입니다..


그리고 몇 년, 서로의 시간을 달려가다 전화 한 통이 왔습니다.

택시를 타고 저를 만나러 오고 계시다고요.

몇 년의 시간 동안 저는 어린이집 원장이, 이분은 4살이 된 둘째 남자아이의 엄마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렇게 우린 다시 아름다운 꽃다발을 만들어갔고, 지금도 여전히, 우리들의 꽃다발엔 각기 향기 다른 꽃들이 모아지고 있답니다.




진남* 벗에게!


이른 새벽부터 비가 와요.

하얗다 못해 이젠 멜론의 속살처럼 변해가는 '아나벨 수국'이 쏟아지는 빗줄기에 무거운 머리를 어찌할 줄 모르네요.


우리의 만남 2막 스토리가 시작되었던 택시를 타고 저에게 달려오시던 날.  지금도 기억이 나요.

아나벨 수국처럼 알굴이 하얀 남자아이를 데리고 저희 어린이집을 찾아오셨죠.

'도대체 어떻게 알고 오셨냐?'는 저의 질문에 어린이집 개원 소식을 듣고 전화번호를 물어 물어 오셨다고요. (혹 근무했던 곳에 피해가 될까 조심스러워 어린이집 관련 지인들에겐 연락을 일부러 안 했어요)

사시는 근처에도 좋은 유아교육기관이 많았을 텐데 꽤 먼 거리를 초등학교에 가기 전까지 보내셨죠.


이제 우리의 만남 스토리 3막을 시작해 볼까요?


우리 교회에 처음 오시게 된 날. 그때 이야기는 지금도 자주 나누잖아요.

주일(일요일) 아침. 짧은 문자를 보냈어요.


'저희 교회 오실래요?'


갑자기 택시를 타고 저를 만나러 오신 것처럼 그날도 그렇게 저희 교회에 오셨어요.

학부모와 원장의 관계에서 우린 또 다른 공동체의 일원으로서의 관계가 시작되는 날이었지요.


저의 40대는 불타는 장미꽃 같았지만, 벗님에겐 비바람 치는 날 안개꽃 같았는지 모르겠어요.

50대가 되어 저의 장미꽃잎이 비바람에 흩날릴 때, 벗님은 쨍한 햇살아래 흔들리는 안개꽃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떠한 모습이든 우리는 함께했고 서로를 존중했습니다.

어쩌면 가시투성이 저였을지 모르는데 벗님의 잔가지 많은 작은 꽃송이들로 저의 뾰족함들을 잘 감싸주었습니다.


지금도 비가 오네요.

여전히 아나벨 수국은 떨구어진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군요. 햇살이 오르면 다시 빛나게 고개를 올리겠죠?


우리의 만남 4막은 어떠한 모습일지 궁금해졌어요.

이제 우린 하나의 정원에 심긴 아나벨 수국처럼 그렇게 살아가요.

가을이 되면 갈색으로 변하겠지만 또 그다음엔 하얗게 달덩이처럼 피어오르겠죠. 그리고 비바람 치는 날 서로의 어깨를 기대면서 살아내겠죠.



저의 안개꽃으로 살아주신 날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24년 7월 9일 당신의 오랜 벗 김 **드림


아나벨수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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