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ove Myself

by 자두 아줌마


어쩌면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게 나 자신을

사랑하는 거야


무슨 치유 서적에나 등장할법한 문장이지만 놀랍게도 대중가요 속 가사다. BTS의 <Love Yourself>. 문득, 어떤 외국인 소녀가 BTS 열풍을 다루는 뉴스에 나와 눈물을 줄줄 흘리며 오열하듯 내뱉었던 말이 기억났다.

“They(BTS) have shown me how to love myself!”

(그들은 날 사랑하는 법을 내게 가르쳐 줬어요!)


도대체 날 사랑하기가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늘 궁금했었다. 내 경우에는 ‘부모가 내게 거는 기대’가 항상 걸림돌이었던 것 같다. 자식에게 ‘꿈’을 투영하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을까마는 적정한 선을 넘어서면 그건 ‘기대’가 아닌 ‘비수’가 된다. 자신이 처한 현실이 만족스럽지 않은 부모는 ‘꿈’이라는 그럴듯한 명분 안에 자식을 가두고 채찍질을 가하게 된다. 과한 격려로, 언어폭력으로, 때로는 물리적 학대까지... 그것이 자신의 꿈이 아닌부모의 꿈이라는 걸 인식하건 못 하건, 자식이 그 울타리를 벗어나는 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난 거의 평생이 걸렸으니까.


부모가 내게 거는 기대와 강요가 끔찍이도 싫었지만, 가랑비에 옷 젖듯 그것들은 내가 나를 향해 거는 기대로 내면화되었던 것 같다. 그러나 어디 세상이 내 뜻대로 굴러가 주던가. 스스로에게 실망하는 날들이 늘어갔고 결국 그 꿈은 나 자신을 향한 혐오로 귀결되었다. 늘 나를 부족하게 느꼈던 부모의 눈이 이제는 나의 눈이 되어 자동 파괴 인형처럼 스스로를 상처 주고 학대하고 급기야는 망가뜨리기에 이르렀다. 엉망진창이 되어 가는 날 인식하고 있었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어디에서, 어떤 부분에서 멈추어야 할지 알 수 없었으니까.


치유가 시작된 건, 나에게 뭔가를 물어봐 주기 시작하면서부터였던 것 같다. 처음에는 상담 선생님이 물어봐 줬고 그다음에는 나 스스로 내게 질문했다. 내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피상적인 욕망이 아닌 진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그러나 날 감싸고 있던 껍질은 지구 내핵을 감싸고 있는 지각과 맨틀처럼 단단하고 두꺼웠다. 더듬더듬 가슴속 상처를 끄집어내면서도 가해자였던 부모를 두둔하는 내게 상담 선생님이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여기 오는 모든 사람들이 처음에는 부모를 두둔합니다. 하지만 당신 부모님은 그때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거였어요.”

그들은 옳지 않았고, 그래서 억울하다는 생각, 나도 어렴풋이 했었다. 하지만 귀로 듣는 선생님의 단호한 음성은 예상외로 '대단히 강하게' 내 가슴을 타격했다. 내 속에서 답답하게 꽈악 눌려 있던 무언가가 순식간에 봉인이 풀려 파바박 불꽃을 튀기며 밖으로 터져 나오는 것만 같았다. 습관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부모를 두둔하고는 모든 문제의 원인을 나에게 돌리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내 인생은 거기에서부터 ‘다시’ 시작되었던 것 같다. 무엇이 틀렸고 어떤 것이 맞는지, 어디에서 잘못됐고 어디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지, 무엇을 원하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스스로 내게 물어봐 주기 시작했다. 지난 10년간 꾸준히. 그리고 그 과정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나는 정말 많이 좋아졌다. 늘 인생을 끝낼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생각, 하지 않는다.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많은 생각들이 나 자신을 조금 더 사랑하게 만들었다고나 할까.

어차피 완벽한 사람은 없고 나도 그들 중 하나일 뿐이니까. 매일 매일 실수하고 또 그 실수를 통해 한 발짝 아니, 반의 반의 반 발짝 앞으로 나아간다. 때로는 몇 발짝 후퇴하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라는 걸 이젠 안다. '후퇴도 전진도 다 삶이고 인생'이라는 진실을 어느 정도는 받아들이고 있다. 하기야 우주도 만날 팽창하기만 하겠는가. 전체적으로 팽창과 수축이 반복되며 그렇게 앞으로 나아온 거겠지.


중요한 건, 실수를 안 해야 하는 게 아니라 아주 많이 해야 하는 거라고. 그리고 그 실수를 통해 아주 조금이라도 배우는 거라고. 하고 싶은 게 뭔지 네 자신을 잘 들여다보고 그걸 하라고. 아주 오~~~래 걸려 깨달은 이 작고 소중한 지혜를 아들에게는 꼭 얘기해 주고 싶다.


이해인 수녀님이 대담집을 새로 출간하셨는데 책을 관통하는 궁극적인 메시지가 ‘나를 사랑할 것’ 이란다. 의외였다. 천주교나 기독교인들은 보통 ‘이웃을 사랑하세요’ 하지 않는가 말이다. 나를 사랑하지 못해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셨거나, 아니면 수녀님도 그렇지 못한 자신을 언젠가 발견하셨었거나, 둘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아무튼, 사진 속 고우신 수녀님이 이렇게 덧붙이셨다.

“나를 사랑하는 것이 곧 세상 모든 것을 사랑하는 첫걸음이고,

나를 잘 돌봐주는 게 모든 생명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시작입니다.”


네, 수녀님.

명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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