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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밖엔 난 몰라 Dec 27. 2022

추자도에서 탱고 춤을~

여행의 기쁨, 다시 사랑할 에너지   

바람 잘 날 없는 섬 너머 섬 추자도에서 탱고 춤 추실까요~ 

올해 정월 초하루 수첩에 썼던 2022년 나의 버킷 리스트 (My-Bucket-List) 중 하나는 437km의 27개 걷기 코스 제주도 올레길 한 바퀴 대장정에 오르는 것이지요. 


지난 10월이었어요. 올해의 사업실적 마감과 발표를 앞두고 고달픈 경영실적 숫자에 쫓겨도 충분히 괜찮은 듯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가까스로 연출하며 퇴근 후 산책길을 걷다 석양에 물들어 퇴색해 가는 가을 낙엽에  화들짝 놀란 의식이 저에게 스스로 질문을 던졌지요. 철들어가는 걸까요, 아니면 살아가는 자의 진정한 여행에 눈을 뜬 걸까요? 아침에 눈을 뜨면, 그리고 잠자리에 들 때마다 제가 저에게 물어보는 질문이 생겼답니다. 



        "나는 이대로 행복한 걸까?"



약자에게 주는 고통 따위엔 무관심한 권력자 한 사람의 탐욕으로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글로벌 자원의 공급망을 붕괴시키고 있는데, 몸서리치는 추위와 치솟는 물가에 가난의 늪으로 빠져 가는 은하계 푸른 별 지구인들의 한숨 속에 2022년이 서서히 막을 내립니다. 


글로벌(Global)의 상위 부자 26명이 가난한 38억의 인구만큼 재산을 소유하며 멈출 수 없는 탄소배출로 인한 지구 온난화의 불행이 진행되어 감에도 불구하고, 전략적 경쟁우위로 이익 극대화를 만들어 내라는 주주와 이해관계자들의 기대치에 분투한 2022년의 해넘이가 이제 겨우 며칠 남지 않았지요. 우리는 고된 한 해를 보내고야 말았습니다. 


겁나게 오른 생활물가와 함께 희망이 보이지 않는 사건과 사고 뉴스(News)거리들이 하루가 멀다고 점령군으로 밀려오는 연말의 시련들을 견디는 비결은 내 방식대로 소확행(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을 찾아내거나, 친구와 이웃에게 전하는 진심의 위로와 배려 말고 뭐가 있을까요?  


겨울은 다가오는데 시나브로 비어 가는 기쁨의 에너지(Energy)를 되찾으려는 심산으로 심야의 텅 빈 사무실 구석에 나 홀로 서서 몹시도 바쁘고 차가운 창밖 도시의 불빛들을 멍하니 바라보았지요. 눈을 감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심호흡으로 에스프레소 한 잔의 블랙커피 브레이크 타임(Black-Coffee-Break-Time)을 가지며 올레길 버킷리스트 그 길 위로 나를 데려갈 꿈을 꿉니다. 눈을 감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다음날 새벽 백팩(Back Pack)에 트래킹 스틱(Tracking Stick) 훌쩍 둘러메고 세파에 지친 몸을 제주행 비행기에 실어 보냈지요.


세상살이와 인심이 하 수상해도 변심 없는 연인처럼 가을의 새벽 바다를 가르며 지금까지 3개월간 세 번의 제주도 왕복 비행을 하며, 22개 코스 360km 장정의 길을 틈틈이 걸었지요. 


길과 길이 연결되어 숨찬 오름과 탁 트인 바닷길을 걸으며 내가 보지 못했고 몰랐던 제주 그 속살의 풍광을 발견하며, 여전히 살아 있음의 감사가 축복의 올레길을 따라 연결되고 설렘과 감동의 엔도르핀(Endorphin)에 감염되기 시작한 세포들이 지쳐만 가던 우주 속 한 나그네의 경외심을 서서히 일깨워 주었지요. 


이번 세번째 올레길 여행에서는 제주항에서 북쪽으로 가는 쾌속선에 탑승하여 한 시간 거리의 추자도 섬의 18-1코스와 18-2코스를 찾아 나섰지요. 낚싯배를 운영하는 어부들과 그 가족들이 살아가는 2000여 명의 인구가 살아가는 망망대해에 떠 있는 섬 추자도엔  4개의 유인도와 38개의 작은 무인도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아껴 주는 가족처럼 떠 있지요.


           (추자도 상추자 항구)


이번 세번째 올레길 여행에서는 제주항에서 북쪽으로 가는 쾌속선에 탑승하여 한 시간 거리의 추자도 섬의 18-1코스와 18-2코스를 찾아 나섰지요. 추자도 상추자 항구 /사진=최익준


추자도 22km 올레길을 이틀동안 걸으며, 내가 나를 만나 동행하는 시간이 점점 길어질수록 온전히 나를 바라보며 기쁨의 거울을 다시 꺼내 볼 수 있었고 생의 오르막과 내리막길들을 끝없이 걸어가는 수행자의 벅차게 두근거리는 심장으로 기도하는 기쁨을 동시에 느꼈으니까요.


파도와 바람 잘 날 없고 때때로 매몰찬 폭우를 동반하는 외딴섬의 고독한 길을 걸으며 눈물의 십자가 성지를 발견하고, 이 땅에 태어난 행운과 제가 누리는 것들에 대한 감사의 기도를 올렸지요.  


          (추자도 눈물의 십자가 성지)


추자도 후포 포구를 옆으로 끼고 오른 45도 경사의  '나바론 절벽' 끝으로 숨차도록 걸어 올라 태양, 바람, 구름 그리고 바다의 캔버스(Canvas) 4중주가 묵직한 알레그로(Allegro)의 그림으로 협연한 인생 샷(Shot)의 몽환적 풍경을 멍하니 바라봅니다.  


"아~ 나는 살아 있네"란 말을 여러 번 되풀이합니다. 절벽의 정상에 서서 눈 아래 바다를 바라보니 영화『빠삐용』에서 수용소 섬에 갇혀 죽어 갈 운명을 끝내 거부하고 그렇게 갈망하던 자유를 찾아 야자나무 껍질로 만든 배와 함께 바다로 뛰어든 사나이 빠삐용이 되어 봅니다.  



빠삐용! 나도 추자도에서 자유를 찾았어요~


           (추자도 나바론 절벽)


추자도 후포 포구를 옆으로 끼고 오른 45도 경사의  '나바론 절벽' 끝으로 숨차도록 걸어 올라 태양, 바람, 구름 그리고 바다의 캔버스(Canvas) 4중주가 묵직한 알레그로(Allegro)의 그림으로 협연한 인생 샷(Shot)의 몽환적 풍경을 멍하니 바라봅니다. 


여행은 나 자신이 혹은 내 주변의 누군가 쌓아 놓고 차단한 자아의 벽과 담장과 창문에서 빠져나오는 최선의 방법임을 추자도 나바론 절벽에 올라 깨닫게 되었지요.


일상의 닫힌 공간과 과거의 시간에서 '뚜벅뚜벅' (여행을 깊이 이해하는 경지까지 가 본 사람은 '성큼성큼'이라는 표현이 맞겠지요) 빠져나와 내가 알던 알량한 지식과 내가 믿던 경험의 항로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상을 배우고 찾아 나설 항해를 하지 않는다면 청춘은 떠나가는 배가 되어 우리 곁에 영영 다시 찾아올 수 없을 테니까요. 들숨과 날숨 그리고 땀의 상수로 걸어간 길의 종착지는 새로운 항로와 등대를 찾아낸 선장의 기쁨과 다름이 없겠지요!



들숨과 날숨 그리고 땀의 상수로 걸어간 길의 종착지는 새로운 항로와 등대를 찾아낸 선장의 기쁨과 다름이 없겠지요. 새로운 기쁨을 찾아낸 환호에 오십견에 걸려 힘겨워하던 어깨마저 들썩거려 춤 추기 시작합니다. 섬 너머 섬 추자도에서도 스마트 폰으로 즉석 유튜브 즐겨 열기가 되니, 탱고(Tango) 음악의 전설 피아졸라(Piazolla) 형님의 댄스곡 '리베르탱고(Libertango)'의 비트(Beat)에 맞춰, 등대의 탱고 여인이 이끄는 대로 그녀의 가녀린 두 손을 맞잡고 우아하고 열정적으로, "나는 자유다, 아무도 두렵지 않다'라고 외친 그리스인 조르바가 되어 춤추며 바닷바람과 음률에 맞춰 온몸을 흔들어 댑니다.


"두룻두 두루루로~  두룻두 두루루로~  두룻두 두루루로~ 두룻두 두루루로~"


반도네온(Bandonewon) 반주에 맞춰 태양의 조명 아래 빨간 등대의 붉은 광장 한 가운데 무대에서 이리저리 돌아가며 춤을 춥니다. 탱고의 여신이 저에게 왕관을 씌워 주면서 저에게 눈빛으로 귓속말을 걸어옵니다.



여행자의 기쁨을 찾았으니 축하합니다~

                       (신양항 빨강 등대 가는길 춤추는 여신상)


반도네온 반주에 맞춰 태양의 조명 아래 빨간 등대의 붉은 광장 한 가운데 무대에서 이리저리 돌아가며 춤을 춥니다. 탱고의 여신이 저에게 왕관을 씌워 주면서 저에게 눈빛으로 귓속말을 걸어옵니다. 


섬 여행을 마치고, 저에게 익숙한 서울의 문명과 자본주의적 소비와 경쟁에 익숙한 집으로 다시 돌아와 피아졸라의 앵콜 춤곡을 여러 번 되풀이로 듣습니다. 춤추는 추자도의 풍광 속에 거센 바닷바람을 쐬며 캄캄한 새벽 바다로 나가 커피 한 잔 끓여 마시던 추자도를 몹시 그리워하며 저물어 가는 올해의 석양을 바라봅니다.


새로운 한 해를 맞기 전에 과연 ‘나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스스로 질문해 봅니다. 도시의 조급함을 벗어나 나만의 ‘부캐(2nd Character)’ 를 찾아내어야 하겠습니다. 지나간 라떼의 과거는 지우고, 다가올 기쁨을 나 스스로 준비해야 합니다.


새로운 희망은 기쁨으로 전달되고, 새로운 기쁨은 범사에 감사함과 이웃을 품어 잘 되기를 기도하고 베푸는 태도에서 시작되지 않을까요? 


진정한 기쁨은 세상에서 받은 사랑에 고금리 이자를 쳐서 되갚아 주는 기도와 봉사에서 만들어짐을 해양 쓰레기 청소를 통해 배웠지요. 인생 2막의 진정한 청춘은 나와 타인의 진정한 관계를 위해 먼저 손을 내밀 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으니까요. 비록 각자의 이유로 타인과 뜻이 다르고 서로 반대하여도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기쁨은 간직해야 하겠지요. 


어릴 적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예수님의 말씀 '범사에 감사하라', '네 이웃을 사랑하라', '평화를 기도하라' 세 가지 구절이 탱고춤을 추는 내 가슴속으로 조용히 파고들었지요. 


                          (추자도 신양항 주변 클린 올레 해양 쓰레기 봉사단과 함께)                           


진정한 기쁨은 세상에서 받은 사랑에 고금리 이자를 쳐서 되갚아 주는 기도와 봉사에서 만들어짐을 해양 쓰레기 청소를 통해 배웠지요. 

범사에 감사하고 있는가?
이웃을 사랑하고 있는가?
세상의 평화를 기도 하는가?



놀랍고, 충격적이고, 희로애락 다사다난한 사건들이 즐비한 2022년을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며, 여전히 붉은 석양처럼 피 끓는 내 청춘, 이 세 가지 질문으로 힘차게 시작합니다.  


Merry Christmas & Happy New Year 2023~

                          (추자도 후포 12월의 해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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