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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경 Apr 03. 2023

새벽 달리기가 주는 청량함

주근깨는 피할 수 없지만


브리콜라주 bricolage

최근에 알게 된 새로운 단어는 브리콜라주(bricolage)다. 롯폰기 하얏트 호텔 맞은 편에 있는 베이커리 카페 이름인데, 발음이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어 인터넷이 검색해보니 원래는 ‘수선하다‘, 둘러대다‘ 라는 뜻의 프랑스어로 있는 것을 모아서 새로운 것을 만들거나 물건을 직접 수선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브리콜라주는 불확실성을 가짐에도 딱히 유용하지 않은 것들이 재미있을 수 있어 그렇게 주워서 모아놓은 것으로 새로운 걸 만든다는 건 어쩐지 두근 거리는 일일 것 같다.

올해의 목표는 다정해지기 입니다, 이치다 노리코 - 발췌하여 변형


4월의 첫 월요일이다. 왠지 오늘만큼은 부지런하고 싶어 전날 밤 두 눈 꼭 감고 일찍 잠이 들었다. 11시안되 잠이 들어 새벽에 잠시 깨기도 했다. 평소대로라면 스마트폰으로 딴 짓을 하다 다음 날 늦장을 부렸겠지만, 오늘만큼은 아침을 기다리며 잠이 들기를 노력했다. 알람 소리에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새벽빛에 딱 5분만 뒹굴거리다 아침 6시 5분에 침대에서 일어났다.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이불을 펴고, 양치를 하고, 고양이 세수를 하곤 아직 빨래 건조대에 널려있는 운동복을 주섬주섬 꺼내 입었다. 얼굴 구석 구석 선크림을 꼼꼼히 바르고 운동화를 신고 조금은 날렵해보이는 척 문 밖을 나섰다. 청량한 봄의 새벽 향기.


출근 전 새벽 달리기는 참 오랜만이다. 작년 10월과 11월은 대회를 준비하며 거의 매일 아침 7K를 뛰곤 했는데, 겨울에는 도무지 일어날 수도 그럴만한 동기부여도 생기지 않았다. 사실, 달리기가 사는 데 그리 유용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달리기를 하지 않아도 충분히 열심히 살 수 있고, 오히려 여기에 쓰는 에너지를 다른 곳에 쏟았을 때 또 다른 좋은 즐거움과 성과가 일어날 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새벽 달리기가 주는 장점은 달려본 사람은 안다.


대표적으로 지금 이렇게 앉아 오랜만에 글을 쓰고 있다는 것. 어지러운 내 일상을 노란 빛깔의 아침 햇빛 덕분에 차분히 가라 앉힐 수 있다는 것. 최근에는 좋아하는 노래를 수십 번씩 들어버려 유튜브 뮤직 알고리즘을 훼손시키고 있는데, 산울림 <아마 늦은 여름 이었을거야>를 틀어놓고 여름을 상상하고 있다.


집을 나서 건대 호수와 트랙을 대략 10바퀴쯤 뛰면 7K 정도. 호수에는 지난 주 만개했던 벚꽃은 이내 저물었고, 푸른 잎사귀들이 기다려진다. 트랙은 건대 주차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나오는데, 지난 겨울 어두컴컴한 새벽에 나와 함께 달리기를 하던 어느 소속인지는 모를 대학생인지 고등학생인지 운동선수 청년들을 4개월 만에 마주쳤다. 청년들도 나를 알아보는 눈치. 내게 가끔 화이팅을 외쳐주고 어두운 새벽을 함께 달려서 외롭지 않았는데 이번 봄도 잘 부탁드려요.


나의 달리기가 일상에 어떤 새로운 두근 거림을 가져다줄지 말해 뭐해. 그러니깐 내 달리기는 계속 될 것이에요. 그럼 이만 출근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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