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ce and slow
세상을 천천히 느리게 바라볼 것을 권한다. 세상의 모든 것을 차분하게 깊이 바라보자.
요가를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났다. 퇴근을 하고 성수동으로 이동해 저녁 7시 타임을 듣고 있다. 요일과 시간마다 선생님이 다르고 클래스도 다르기 때문에 주 3회를 가더라도 지루하지 않다. 오늘은 유리 선생님, 다음 날은 민희 선생님을 생각하며 수업 시간을 기다린다. 선생님들마다 각자 개성이 담긴 티칭 스타일에 몸을 맡기고 수업이 끝나고 나면 언제나 편안하고 따듯한 저녁을 맞이한다.
한때 대한민국 요가 열풍일 때, 많은 여성분들이 요가를 했던 것 같은데 요즘은 여성들도 할 수 있는 다양한 스포츠 문화 시설들의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쏠림 현상이 조금 덜해진 것 같다. 그래서 우리 요가 학원에 계신 분들은 진성 요가 수련생들이랄까… 그 틈에서 운동 좀 해봤다고 고수들을 따라가려는 한 달 된 요가 수련생은 매 수업마다 혼이 나갈 지경이다.
유연성은 어렸을 때부터 타고난 편이었고, 클라이밍과 달리기로 어깨, 다리 근력도 자신 있다고 생각했지만 문제는 어깨 가동성이었다. 작년부터 클라이밍을 그만두고, 수영을 배우면서 관절을 풀어 주었지만 여전히 어깨가 풀리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그리고 장경인대와 무릎은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은 짧아질 수밖에 없는 근육이라 무릎 근처 동작을 할 때면 찢어질 것 같은 고통에 아찔하다.
그리고 그게 내가 요가를 배우는 이유이다.
여러 가지 운동을 좋아하는 나는 몸풀기와 부상 회복에 관심이 많다. 운동을 꾸준히 오래 하기 위해서 회복을 어떻게 잘할 수 있는지 진지하게 공부해보고 싶었다.
내 마음에 짜증이 일면 짜증이 나는 대로 어떤 긍정이든 부정이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수용하는 법을 찾아가는 요가의 신비. 나도 그 신비로운 일을 할 수 있을까. 그저 꾸준히 수련을 이어 나가보면 알 수 있겠지.
우리 몸과의 본능적인 연결이 이루어지고 몸이 필요로 하는 것을 느끼기 시작하면 자기 자신을 열심히 사랑할 줄 아는 새로운 능력이 생긴다.
자기 몸을 돌보는 진정성 수준이 달라지면 건강 상태와 식생활, 시간 관리 방식에 대한 의식이 내 몸을 따라 바뀌게 된다. 자신을 더욱 잘 돌보게 만드는 이 변화는 그래야만 한다는 생각 때문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그리하여 자신을 돌볼 때 찾아오는 즉각적이고 본질적인 기쁨을 경험하게 된다. 요가는 그 기쁨을 내 안에 만들어주고, 내면의 슬픔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그릇을 만드는 일인 것 같다. 훌륭하진 않아도 오늘도 나만의 기쁨과 슬픔이 자연스레 넘쳐흐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