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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을 Jun 09. 2024

사랑이란 나뭇잎에 맺힌 빗물

나는 은행잎이다

사랑이란 나뭇잎에 맺 빗물이다.


언젠가 흘러갈 빗물이라는 걸 알면서도

언젠가 다른 빗물이 다시 떨어질 걸 알면서도

놓지 못하는 사랑.


나는 은행잎이다.

그래서 흘러오는 빗물도, 떨어지는 빗물도

모두 잡지 않고 떨쳐버리고 마는 그런 은행잎이다.


나는 원래 나뭇잎이었다.

모든 이슬을 꽉 잡고 놓아주지 않았던 나뭇잎이었다.


그러나 그 위로 소나기가 내리고, 호우가 휩쓸고 가버려,

내 몸은 점점 노랗게 변해 은행잎이 되었다.


***


아직은 어떠한 빗물도 받지 못하겠다.

아직은 어떠한 빗물도 흐르게 하지 못하겠다.


언젠가 이쁜 빗물이 나에게 와 주어도

또다시 소나기가 올까, 호우가 올까 두렵고 겁이 난다.


난 아직 은행잎이 편하다.

위에 얹은 빗물이 없으면 걱정 또한 없을 테니.


그래도 언젠가 다시 나뭇잎이 되겠지,

그래도 언젠가 다시 빗물을 안겠지,

그래도 언젠가 다시 사랑을 시작하겠지,


그렇게 다시 아파지더라도 용기 내 보겠지.


고운 빗물 끌어안은 나뭇잎을 보며 소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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