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에
홀로 나와
운 적이 있다.
빗물이 눈물을 가려준다 하여
더 서럽게 울었다.
어차피 내가 흘린 눈물과
빗물은 구분되지 않을 테니.
그렇게 한참을 울며 걷다
우연히 버려진 거울을 보았다.
분명 구분되지 말아야 할 눈물과 빗물은
너무나도 또렷하게 구분되어 흐르고 있었다.
빗물은 차갑게,
눈물은 뜨겁게,
빗물은 빠르게,
눈물은 느리게,
흐르고 있었다.
그렇지만 눈물의 뜨거운 흔적은
언젠가 빗물에 섞여
차갑고 빠르게 흘러가지 않을 까.
그렇게 내 마음도 고인 빗물처럼 다시 잔잔해지지 않을까.
나는 다시 비에 마음을 기대
눈물이 빗물이 될 때까지
다시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