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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 Aug 03. 2022

거대한 미움

오늘의 시: 열세 번째


사랑받고 자란 것들을 미워했다

애정을 애걸하는 마음으로

날카롭게 주변을 훑곤 했다
레이더에 잡힌 사람들은
아름다웠다
사랑으로 가꿔진 아기 식물처럼
사랑으로 돌봐진 아기 냥이나 강아지처럼
건강했다
세상을 사랑하고 자기 자신을 사랑했다

나는 그게 안 됐다

세상을 좋게 보는 마음이 미웠다
고통이라고는 모르는 것 같았고
모든 걸 가진 것 같아서 가끔 고까웠다
저들에게 당연한 것들이 내게는 아니었고
내가 겪는 괴로움을 저들은 상상할 수도 없어했다
어느새 벽을 쳤다
쟤네는 그런 거 몰라,
그렇게 사랑하다가 미워하고, 또 좋아하다가 시기했다

가끔은 미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런 내가 혐오스러워서 정말로 견딜 수가 없었어


내 마음에 내가 침을 뱉았다

모두에겐 각자의 가슴아픔이 있고
나와 타인의 상처를 비교해서는 안 된다는 걸
한참 늦게 알았다
순간도 시들지 않고 자란 게 아니고
모든 순간이 풍족하지도, 모든 계절이 아름답지도 않았고
가끔은 실족의 위험을 지나고
가끔은 실존의 위협을 겪었고 또
또 어떻게든 지나왔다는 걸 몰랐어 - 모른 척했어
보고 싶지 않아 눈을 닫았었

내가 미안해

옹졸하고 굶주리고 꽁꽁 뭉쳐서
하나도 자라지 못한 나
그 껍데기를 부수고 나와보니
이제야 타인의 고통이 보인다
그 껍데기를 깨어주려 도와주어보려
바깥에서 줄기차게 두드렸음을 알아
자그만 금이 모이고 모여서 어느 순간 퍼서석
내 아집이 깨어졌나보다

있잖아
나도 이젠 나를 사랑하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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