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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 Sep 25. 2022

일요일 밤의 우울

** 주의: 우울감과 자기혐오를 자극할 수 있습니다.

한 주를 견디고 견뎌

드디어 나의 우울과 마주한다


한 주 내내

시도 때도 가리지 않고

머리를 불쑥 쳐들었다

입에서 거친 말이 나오게 하고

주체할 수 없는 소용돌이에 밀어넣기도 했다


친구에게도 상처 하나(나에게도 하나)

동료에게도 상처 하나(나에게도 하나)

가족에게는 상처 네다섯(나에게도 네다섯)

그 자괴감을 쓸어담아

거울 속의 나에게는 열일곱 번을 할퀸다


수많은 과거의 문을 두드려

억눌러두었던 탓-내 탓을 다 끄집어냈다

조금씩 나를

절망의 끝으로 밀었다



한 글 자 한 글 자

내 마음속에 박아넣고 싶었다


그래도 이젠, 이지경이 되거든

살펴봐주어야 한다는 걸 안다

내가 날 미워하고 싶을 만큼 힘들구나

내 마음이 아팠구나

지쳤구나

힘들었구나

너무너무 힘들었지

그렇게 말해줄 수 있어


분노와 미움, 고통과 갑갑함에 짓무른

거울 속 우울을 마주한다

괜찮아

울어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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