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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 Aug 01. 2022

허기

오늘의 시: 열두 번째

마음이 요동치면
가짜로 배가 고프다
맥박이 불안정해지고
등이 구부정하게 굽고
나도 모르게 다리를 덜덜 떤다

박동이 빨라진다
먹을걸 찾는다 입에 쑤셔넣는다
제대로 씹지도 않고 마구 삼켰다
어서 이 공허를 끝내버려야지

넣는다
집어넣는다
씹지도 않고 삼킨다 - 처넣는다

먹어도 먹어도 끝이 안 날 때
그때 알게된다
아, 배가 고픈게 아니구나
나 초조하구나
지금 나 불안하구나

과자 봉지를 내려놓는다

하나, 둘, 셋, 넷 수를 세며 들이쉬고
하나, 둘, 셋, 넷 숨을 참다가
하나, 둘, 셋, 넷 숨을 내쉰다
그렇게 몇 번을 숨을 쉰다

속이 가라앉는다
어깨에서 힘이 빠진다
뻐근한 목을 좌우로 돌려보고
찌푸리고 있던 미간 사이에도 힘을 푼다
더부룩한 배에 공기를 불어넣는다

내 마음의 목소리를 잘 들어주어야지
불안해요, 초조해요,
나를 좀 봐주세요,
그런 마음을 도닥도닥 달래주어야지

가장 확실한 순간은
모든게 불확실함을 받아들이는 그 찰나일까
철저하게 손에 쥘 수 있다는게 착각임을 아는 것
불안하고 초조해도 괜찮아
불안하고 초조해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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