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동기부여하기
처음에 걷기에 가까웠던 운동이 제법 달리기에 가까워졌다.
영하로 떨어진 날씨에 손과 귀는 따갑고, 마스크 때문에 호흡은 답답하다. 그대로 다시 집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을 다잡고 러닝을 시작한 지 10여분...
머릿속에는 끊임없이 '그냥 걸을까-.' 하는 생각이 맴돈다.
멈추고 싶을 때마다 내가 왜 달리기를 시작했는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20대에 친구들이랑 같이 대만 여행을 간 적이 있다. 하필 우리가 간 날은 그 무섭다는 대만 폭염이었다. 그래도 친구들은 나름대로 여행을 즐기고 있었었지만, 난 너무 힘들어서 정신을 반쯤 놓고 말없이 그저 뒤만 졸졸 따라다녔다. 유독 힘들었던 여행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서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왜 친구들은 괜찮았는데 나만 이렇게 힘들지?
-나이가 같으면 신체나이도 비슷한 거 아닌가?
-20대면 인생에서 가장 건강할 때일 텐데...!!!
평소에도 내가 체력이 약하다는 인식은 하고 있었지만, 그때의 경험이 나에게 직접적인 경고로 다가왔다.
이대로 살다 간 나중에 진짜 큰일 난다고.
지금도 체력이 약해서 생활이 힘들다면 나중에 10년, 20년 후에는 어떨지 안 봐도 훤하다. 만약 이상태로 변하지 않고 멈춰있는다면 말이다.
운동을 한다고 반드시 건강할 거라는 보장이 없다는 건 안다. 살면서 많은 변수가 생기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그 많은 변수들 중에서 '운동 부족'이라는 항목 하나 정도는 뺄 수 있지 않을까?
나는 나중에 후회하고 싶지 않아서 지금 달린다.
이런 식으로 속으로 계속 동기부여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허리는 꼿꼿하게 펴지고 다리는 힘차게 앞으로 나아간다. 그때부터 진짜 달리기가 시작된다. 머릿속의 잡념은 날아가고 오로지 내 호흡과 어플의 음성에 집중해서 달리다 보면 어느새 오늘의 달리기가 끝이 난다.
달리기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기록을 확인한다. 오늘 운동도 완료했다는 스탬프가 늘어가는 걸 볼 때마다 내가 원하는 미래에 가까워지는 느낌에 뿌듯함이 밀려온다.
씨유숨
블로그 blog.naver.com/seeyou_soom
인스타그램 instagram.com/seeyou.so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