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의 기술

인간이 동물을 '타자'로 만들어 온 시도를 파헤쳐본다

by 세이지SEIJI

1992년 잔혹하게 이쁜이를 잃었던 그 여름 이후, 나는 줄곧 하나의 질문에 사로잡혀 있었다. 어떻게 같은 생명체를 두고 누군가는 가족으로 사랑하고, 누군가는 음식으로 소비할 수 있을까? 개를 키우는 사람이 어떻게 보신탕집 앞을 아무렇지 않게 지나갈 수 있을까?

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우리는 '분리'에 능숙해졌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경계선들

인류는 수천 년에 걸쳐 동물과 자신을 분리하는 정교한 시스템을 구축해왔다. 이는 단순한 물리적 거리두기가 아니라 언어, 공간, 인식, 그리고 사상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에서 작동하는 체계적인 '타자화' 과정이다.


•언어적 분리: 말이 현실을 만든다

우리는 동물을 지칭할 때 '누구'가 아닌 '무엇'이라고 말한다. 그들을 셀 때는 '명'이 아니라 '마리'라고 달리말한다. 동물이 죽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 '폐사'가 되고, 동물을 죽이는 행위는 '살인'이 아니라 '도축'이나 '처분'이 된다.

언어는 단순한 표현 수단이 아니다. 우리의 인식을 형성하고, 도덕적 판단을 좌우하는 강력한 도구다. '도축'이라는 중성적 용어는 그 행위에 담긴 폭력성을 은폐하고, '처분'이라는 말은 생명을 물건으로 격하시킨다.


•공간적 분리: 보이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

현대 도시는 동물을 철저히 배제한 공간이다. 공장식 축산농장은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숨겨져 있고, 도살장은 산업단지 구석에 자리한다. 우리는 깔끔한 마트 매장에 진열되어 오로지 상품으로서만 존재하는 그들을 마주할 뿐이다. 우리가 매일 소비하는 동물성 제품들이 어디서, 어떻게 생산되는지 보거나 들을 수 없도록 설계된 것이다.

이러한 공간적 분리는 우연이 아니다. 거리는 도덕적 거리감을 만들어낸다.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죄책감을 느끼기 어렵고, 책임감도 희석된다. 비틀즈의 멤버, 폴 매카트니가 이런 말을 했었다.


If slaughterhouses had glass walls, everyone would be a vegetarian.
(도축장 벽이 투명하다면, 누구나 채식주의자가 되었을 것이다)



•인식적 분리: '그들'은 우리와 다르다

아마도 가장 근본적인 분리는 인식의 영역에서 일어난다. 인간은 '이성적'이고 동물은 '본능적'이라는 이분법, 인간은 '감정'이 있고 동물은 '반응'만 한다는 구분, 인간은 '영혼'이 있고 동물은 '몸'뿐이라는 차별화.

이런 인식의 틀은 동물을 감정과 지능을 가진 개체가 아닌, 프로그래밍된 기계로 여기게 만든다.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관계를 맺지 못하고, 미래를 꿈꾸지 못하는 존재로 격하시키는 것이다. 이과정에서 그들은 개별적 고유한 존재가 아니라 '동물', '가축'으로 개별성이 지워진다.



•종교적·철학적 정당화: 신이 허락했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분리를 떠받치는 것은 사상적 정당화다. 종교는 인간에게만 영혼을 부여했다고 가르쳤고, 철학은 이성의 유무로 존재의 위계를 나누었다. 이런 사상들은 동물에 대한 지배와 착취를 도덕적으로 정당화하는 근거가 되어왔다.



익숙한 패턴, 위험한 메커니즘

여기서 섬뜩한 기시감을 느끼는 것은 나뿐일까? 이 모든 과정은 인류 역사상 인간이 인간을 차별하고 배제해온 방식과 놀랍도록 흡사하다.

홀로코스트 연구자들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대량학살은 하루아침에 일어나지 않는다. 먼저 언어적 비인간화가 시작된다. '해충', '기생충' 같은 동물 은유를 사용해 특정 집단을 인간 이하로 격하시킨다. 그다음 물리적 격리가 이어진다. 게토, 수용소, 분리된 거주구역. 그리고 체계적인 비인간화 교육을 통해 증오와 혐오로써 '그들은 우리와 다르다'는 인식을 심어준다.

마지막에는 종교적, 이념적 정당화가 따라온다. 신이 원한다고, 역사의 필연이라고, 문명의 발전을 위해서라고.



분리에서 연결로

이 연재의 제목이 '잃어버린 연결'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단순히 동물과의 친밀감이 아니다. 생명체 사이의 근본적 연결감, 공감 능력, 그리고 타자의 고통을 내 것으로 느낄 수 있는 도덕적 상상력이다.

분리의 기술에 능숙해진 사회는 동물뿐 아니라 인간에 대해서도 쉽게 선을 긋는다. 피부색이 다르다고, 종교가 다르다고, 국경이 다르다고, 계층이 다르다고.

하지만 우리는 다시 연결될 수 있다. 그 첫 번째 단계는 이런 분리의 메커니즘을 정확히 아는 것이다. 어떻게 우리가 타자를 만들어내는지, 어떻게 거리감을 조성하는지, 어떻게 착취를 정당화하는지를 이해하는 것 말이다.


다음 글부터는 이 네 가지 분리의 영역을 하나씩 자세히 들여다볼 예정이다. 언어가 어떻게 현실을 왜곡하는지, 공간이 어떻게 도덕을 마비시키는지, 철학과 종교가 어떻게 차별을 정당화하는지를 말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발견하게 될 것이다. 동물과의 연결을 회복하는 일이 곧 우리 자신의 인간다움을 되찾는 일이라는 것을.

keyword
이전 01화우리는 언제부터 동물과 이렇게 멀어졌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