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인생 마라톤 : 2020 뉴욕 시티 버츄어 마라톤 여덟 번째 페이지
첫 인생 마라톤 : 뉴욕 시티 Virtual 마라톤 - 여덟 번째 페이지
아침에 눈을 뜨니 7시이다. 아이코 늦었네, 어제 금요일 밤이라고 늦게 잠이 들었으니 늦게 일어날 수밖에...
좀 일찍 잘걸 하고 후회를 해봐도 이미 늦었다. 빨리 정신 차리고 옷을 갈아 입고, 커피를 마시고 준비해서 나가는 수밖에... 아침에 공기가 차갑다. 영상 2도. 조금 늦게 일어나 나가서 좀 덜 차가운 아침 일지 모른다고 좋게 생각해 본다. 마치 지금 이 시간에 나가서 뛰려고 했던 것처럼...
아직 정신이 없다. 오늘은 반대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오늘은 10마일. 다음 주가 마라톤 레이스이기에 이번 주는 페이스를 잘해야 할 것 같다. 반대쪽으로 뛰었는데, 뭔가 다르게 보이던 익숙한 풍경이 신기하다. 일주일 만에 나무 색깔과 하늘의 높이가 바뀌어 버렸다.
몸이 금방 풀리지 않는다. 그래서 더 신경 써서 천천히 뛰었다. 무리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렇게 단풍구경 나온 듯 두 리번 두리번거리면서 뛰었다. 어쩌면 그래서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왔나 보다.
가을이 지나가는 게 보이는 아침. 뛰기 시작한 게 고작 10분 전이었는데 이미 달라져 버린 내 마음, 신기하다.
몸은 아직 무거운데 마음은 가벼워진다.
한그루의 나무임에도 불구하고 단풍 색깔이 가지 각색이고 색깔이 변해 가는 것도 천차만별이다.
아침해 먼저 닿는 곳이 빨갛게 아름답게 물들어 있다. 해가 잘 드는 곳에 색깔이 더 빨간 걸까?
단풍(丹楓). 기후 변화에 의해 나뭇잎에 생리적 변화가 일어나 녹색잎이 붉게 또는 황색이나 갈색으로 변하는 현상이다. 나무가 겨울나기를 위한 '낙엽 만들기'를 하는 것이다. 가을이 되면 나무는 나뭇잎으로 가는 물과 영양분을 차단하게 된다고 한다. 그러면서 나뭇잎에 들어 있던 엽록소는 햇빛에 파괴되면서 양이 줄게 되고 녹색의 엽록소 때문에 보이지 않던 다른 색의 색소가 더 두드러져 다양한 색을 나타나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붉은 단풍은 광합성을 통해 만들어진 영양분(당)이 기온이 떨어지면서 이동이 느려지는데, 액포에 당이 많을수록 안토시아닌과 당이 결합해 단풍색이 훨씬 더 밝아진다. 당은 일교차가 클수록 잘 만들어지기 때문에 가을 일교차가 클수록 단풍이 아름답게 물든다. 이밖에 황색 및 갈색 단풍은 각각 노란색의 카로틴 색소와 크산토필 색소에 의해 자신의 색을 띠게 된다고 한다. (한국 과학 기술 정보 연구원) 그래서 단풍 색깔이 다 제각각 인가 보다.
햇빛을 받아 광합성을 해서 영양분을 만들어 내고, 변화하는 기후에 맞혀 단풍을 만들어 내는 나무들, 지혜롭다.
내가 만약 나무였다면, 나는 매일 변화하는 하루와 그 기후에 맞혀 어떤 단풍을 만들어 내고 있을까?
언제부터였을까? 노란색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나에겐 사랑인 노란색. 오늘 아침 내가 받은 선물처럼 눈 앞에 펼쳐진 사랑 가득하던 노랑 노랑 하던 길을 달리며 행복했다.
5마일 정도 달리고 나니 몸이 풀리는 것 같았다. 한참을 그렇게 생각 없이 달렸다. 그냥 그렇게 좋았던 아침이었다. 2마일 정도 남겨두고 다시 돌아가는 길, 가을 아침에 햇살이 강가에 퍼져 윤슬이 아름답게 반짝이고 있었다. 윤슬은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이라는 아름다운 한글이다. 이름도 예쁘고 뜻도 예쁘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오늘 아침 10마일을 달리며 가을의 단풍과 윤슬을 가슴에 담았다. 다음 주면 마라톤이다. 다음 주도 오늘처럼만 아름다웠으면 좋겠다.
오늘 아침 내가 달리며 느낀 가을 햇살의 온기는 나무에 닿아 변화할 기후를 대비해서 단풍을 만들어 내고, 물에 비쳐 윤슬을 만들어 냈다. 그 가을 햇살이 어디에 닿아도 아름다운 아침이었다. 오늘 아침 내가 느낀 가을 햇살처럼, 내 주위 나무 같은 사람, 물 같은 사람들 에게 내 마음의 온기를 전해서 같이 아름다움을 말 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기를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