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jin Jeung Sep 30. 2024

거제에서 일본식 료칸 체험

토모노야+용화횟집 후기

*들어가기에 앞서: 이번 소개글은 약 3년 전인 2021년 11월에 다녀온 여행 후기입니다. 시간이 지난만큼 지금은 메뉴나 객실 컨디션 등 세부적 요소에서 오차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감안하고 읽어주세요..ㅠㅠ



2021년 11월, 남푠님과 나는 세 번째 결혼 기념일을 맞았다. 매년 예산 상한선?을 정해두고 나름의 이벤트를 했는데 그동안은 호캉스, 오마카세, 호텔 뷔페 등이었다. 코로나 때문에 해외여행은 일단 제끼고.. 마침 시승차 리뷰도 쓸겸 거제에 있다는 일본식 료칸 토모노야에서 1박을 하기로 했다. (나름 유명세를 타면서 대천, 경주 등에도 지점이 생겼다.)

거제 토모노야 입구

서울에서 거제까지는 아무래도 거리가 있다보니, 쉬엄쉬엄 차를 몰아 도착하니 어느새 한밤중이다. 입구부터 일본 료칸 느낌이 뿜뿜이다.

소나무 분재에 도자기, 미닫이문 등 디테일 하나하나가 예쁘장하다. 유카타도 여러 종류 구비돼 취향에 맞게 골라 입을 수 있다. 침대가 있는 양실과 다다미가 깔린 화실로 나눠졌다. 위치가 좀 외진 곳이라 자차는 필수인 듯... 근처에 편의점 같은 시설이 없어서(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다소 불편할 수 있다. 

대형 히노키 욕조

이곳을 택한 결정적 이유가 히노키탕이었다. 그동안 둘이서 일본에는 몇번 가봤지만 개인탕이 딸린 료칸은 상당히 비싸서 엄두를 못냈었다. 코로나로 하늘길까지 막힌 상태에서 국내여행 외에는 선택지가 없기도 했고.. 커다란 욕조에 온수가 채워지는 데는 꽤 시간이 걸린다. 나무 욕조라서 입욕제는 사용할 수 없음. 하지만 넓고 뜨끈한 온탕에 몸을 담그고 차가운 밤공기를 쐬는 기분만큼은 최고다.

토모노야 료칸 저녁상

저녁식사가 토모노야 숙박료에 포함돼 있다. 다만 일본 전통 료칸의 가이세키 같은 수준을 기대하면 안되고...^^;;;;; 한상차림을 기본으로 메인인 쇠고기 화로구이가 차려진다.(아마 지금은 메뉴가 변경됐을것 같고 지점마다 차이도 있을듯... 정확한 정보는 공식 홈페이지를 참조하기를 권한다.) 반찬은 튀긴두부를 단짠단짠한 간장소스에 절인 아게다시도후, 큼직한 새우튀김과 가라아게, 된장국, 샐러드 등으로 구성됐다. 식후에는 우유푸딩과 요거트의 중간쯤 되는듯한 시원한 크림에 시리얼+블루베리 조합. 맛은 꽤 괜찮았다.

작은 화로에 쇠고기와 가지, 새송이버섯, 파프리카 등을 구워 먹는다. 고기 양이 조금 적다 싶어 추가했는데 가성비를 따진다면 나름 괜찮다. 고기 질도 나쁘지 않고...여기에 맥주도 한잔씩 곁들임. 

아침에 욕실을 다시 찍어 봤다. 아기자기 잘 꾸며놓기는 했는데, 나무로 만든 욕조이다 보니 하나하나 철저히 관리되는 정도는 아닌 듯 하다. 위생에 민감한 분들이라면 흡족하지 않을수도... 수질이나 어메니티는 만족스러웠다. 

일본식 도코노마에 풍경화와 게다 등이 장식돼 있다.

조식은 카레가 가장 맛있었고 연두부, 장아찌, 미역국, 프라이 등이 올라왔다. 


이렇게 1박에 방+개별욕조+조식 석식 2끼....가 40만원인데(2인 기준). 개인마다 만족도 차이가 있어 쉽게 이야기하긴 어렵지만, '살짝' 아깝다는 느낌이 드는 건 맞다. 토모노야 이후로 료칸 느낌의 숙소가 여러 곳 생긴 듯 한데 본인의 여행 취향이나 목적, 시설이나 음식에 대한 선호도 등을 사전에 꼼꼼하게 살필 필요가 있을 것 같음. 어쨌든 이때의 감상은 "Neither bad, nor the best" 였다.


https://place.map.kakao.com/478311735


거제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서울로 먼 길에 나섰다. 사실 토모노야 숙박보다도, 날씨가 때마침 좋아 아름다운 남해의 자연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었던 게 오히려 기억에 남는다. 늦가을 제철 회를 푸짐하게 썰어주셨고, 두툼한 식감이 제법 만족스럽다. 통유리창을 통해 시원한 바다를 볼 수 있어 특히 좋았음. 


밑반찬은 끊임없이 먹고 치우고를 반복해야 할만큼 엄청나게 나온다. 부부끼리 식성이 다르면 나름 긍정적인 면 하나가, 각자 좋아하는 메뉴를 독점할 수 있다는 것. 전복이나 멍게 등 해산물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 남편은 전부 나한테 양보했고, 샐러드와 스키다시는 남푠님 차지였다. 복잡한 조리법 없이도 남해안의 신선한 해물과 회는 그 자체로 충족감을 준다. 이색적인 장소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아름다운 자연도 즐길 수 있었던...기억에 남을만한 결혼 3주년이었다. 



https://place.map.kakao.com/927795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